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4개월간 이어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세기의 재판' 결과가 나온다. 이재용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는 25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진행된다.
그렇지만 이 세기의 재판은 국민들은 직접 볼 수가 없다.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 재판장(부장 김진동)이 이재용 피고인의 형사 선고재판의 촬영과 중계를 불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사법부, TV중계 안 할 거면서 왜 중계 규칙 바꿨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우선 재판결과 어떻게 예상하나?= 재판결과를 예측하는 게 타당한지는 의문이 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나 사무실 등에서 가벼운 내기를 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에서부터 집행유예나 심지어 무죄를 예상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봤는데 법조계에서는 거의 대부분 압도적으로 유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만에 하나 무죄 선고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으로 예측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법관 출신의 A씨는 기록을 보지않아 구체적인 증거관계는 모르겠지만 5년이상의 중형 선고가 예상됐다고 말했고, 고검장 출신의 원로 변호인도 중형 선고를 예상했다.
특검이나 현직 검찰고위 간부들도 5년이상의 중형 선고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검찰의 한 핵심관계자에게 유죄냐 무죄냐, 유죄라면 형량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인지를 두고 내기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고 물었더니 '5년에서 7년 사이의 중형이 선고되는 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권 기자는 어떻게 예상하나?) 그동안 8:0을 비롯해서 탄핵정국에서 다 맞히지 않았나? = 예측하는 게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측을 해야 한다면 혐의 등을 고려할 경우 유죄이고 7년 정도의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외에도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이게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위반이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뇌물공여 혐의는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재산국외도피나 횡령 혐의만으로도 중형선고가 가능하다.
일부 언론들이 뇌물공여의 확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느니 어쩌느니 하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추측성 또는 의도가 있는 보도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이렇게 관심이 높은데 법정에 선 이재용 피고인의 모습은 볼 수 없는 거냐?= 그렇다. 재판장이 중계 뿐만 아니라 법정 내부 촬영 자체를 불허했기 때문에 법정에선 이재용 부회장이나 최지성 장충기등 삼성관계자의 모습, 그리고 재판부와 방청객의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다.
417호 대법정은 박근혜 피고인이 재판을 받는 법정이어서 내부 모습은 이미 여러차례 공개됐기 때문에 새로운 건 아니다. 그렇지만 1심 선고를 앞두고 긴장한 법정 내부나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피고인들의 모습, 그리고 재판장의 선고 모습이나 선고 내용을 직접 듣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자료=대법원 보도자료 내용 발췌)
▶ 대법원이 얼마전 1심과 2심에서도 선고는 중계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나?= 그렇다. 7월 25일 대법관회의에서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재판장의 허가로 제1·2심 주요사건의 판결 선고에 대한 재판중계방송 가능하도록 했다.
당시 대법원은 "이번 규칙 개정으로 최종심뿐 아니라 제1, 2심에서도 중요사건의 판결 선고를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게 되어 국민의 알 권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대법원 규칙을 바꾼 뒤 첫 중계가 예상됐던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중계는 재판부의 결정으로 불발에 그치게 됐다.
▶ 이해가 잘 안 된다?=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대법원이 규칙을 개정하면서 해당 재판부에서 판단해서 결정하도록 했지만 '세기의 재판'으로 불릴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재판인데 중계 뿐만아니라 촬영조차 못하도록 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가 공개불허를 결정한 이유는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고, 피고인들이 모두 중계를 원치 않는데다, 촬영·중계로 실현될 공공의 이익이 피고인들의 불이익보다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지난 4월 첫 공판 전에도 촬영허가 요청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이같은 이유로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 재판부의 의견대로라면 어떤 재판도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대법원의 최종심은 유죄냐 무죄냐 확정판결이기 때문에 공개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1심이나 2심의 경우 유죄이건 무죄이건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일 수 있다. 공판이 공개 재판이긴 하지만 방청을 허용하는 것이지 그게 TV로 생중계를 허용하는 건 아니었다.
사실 이재용 재판부의 이런 결정은 그동안의 재판 관행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중계 불허를 결정하면서 "촬영·중계 허가 기준에 관한 규정은 개정된바 없고, 다만 '판결 선고'가 촬영·중계의 대상으로 추가되었다는 규칙 개정만으로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판단이 종전과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법원이 규칙을 개정하면서까지 이재용, 박근혜 재판의 중계를 하도록 길을 열었지만 하급심 재판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앞으로 하급심 선고의 중계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
▶ 대법원이 '세기의 재판'을 앞두고 규칙을 바꿨을 때는 중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한다. 규칙 개정이 '이재용 재판'과 '박근혜 재판'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중계 결정을 한 건 아니고, 하급심 판결선고도 중계가 가능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한 것"이라면서 "개별 사건에서 중계를 할지 말지는 해당 재판장이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서 결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법원이 규칙을 바꾸니까 마치 앞으로 국정농단 사건은 중계를 할 것이라고 한 것은 오해가 아니었나 싶다"면서 "개별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할 건지 전적으로 해당 재판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다만 "오비이락 이라고 여기게 되어 있었지 않나?"는 질문에 "그런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적어도 특정사건을 염두에 두고 규칙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지난달 중계 규칙을 개정하면서 국정농단 관련 재판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는 중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 보도자료를 보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법원 관계자도 "하급심에서도 재판 중계가 가능한지 연구를 해오긴 했지만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국정농단 사건이 (하급심 공개의)촉발제가 된 건 맞다"고 인정했다.
▶ 달라질게 없다면 대법원이 무엇 때문에 중계 규칙을 개정한 것이냐?=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한 2011년부터 재판 중계라던지 재판에 대해 좀 더 깊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 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토가 계속 이뤄져 왔고, 우선적으로 시행하기 쉬운 대법원 사건을 시작으로 공개변론이나 최종 선고심을 언론에 공개해 왔다.
대법원은 2013년 2월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여 대법원 공개변론에 대한 중계방송이 가능하도록 했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총 10회에 걸쳐 대법원 공개변론 중개방송을 실시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한국비교형사법학회와 공동으로 2017년 1월 20일 '국민의 알 권리와 재판중계제도의 도입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지난 5월에는 형사재판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6월에는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는 얘기다'
대법원이 왜 이렇게 재판 중계에 공을 들여왔을까?
양승태 대법원장 (사진=자료사진)
첫 번째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다 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재판공개를 검토하기 시작한 시기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취임 직후부터였다. 그리고 하급심 중계가 가능하도록 규칙을 개정한 게 양 원장의 임기 만료 두 달을 남긴 7월 25일이었다. 7월 20일 대법관회의에서 논의를 했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7월 25일 속행해서 결정할 정도로 논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대법원장 취임이후 사법부는 보수화가 아니라 수구화 된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편중된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업적이라고 불릴 건 없었고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로 법원내 갈등만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임기 종료를 앞두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국정농단 재판을 중계 하도록 규칙을 바꿨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법원 관계자도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비슷한 얘기지만 법원이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로 뒤숭숭하다. 뭔가 반전이나 대국민 홍보를 위한 이슈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내내 '이슈로 이슈덮기'를 경험해왔다. 민감한 일이 터질 때마다 새로운 이슈가 터져나왔다. 마찬가지로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으로서는 대국민 홍보를 위한 계기가 필요했을 수 있다.
대법원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이 '제1·2심 주요사건 재판중계방송 허용' 이었다. 이 얘기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중계된다는 걸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헌법재판소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어디가 최고재판소인가를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대법원은 당연히 대법원이 우위라고 말하지만 최근 탄핵심판 등을 거치면서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높아졌다.
(사진=노컷V 영상 캡처)
대법원으로서는 심히 우려되는 현상인 것이다. 지난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의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선고장면 기억할 것이다. 헌재의 위상은 높아졌고 대법원은 오히려 위상이 추락하는 모양새가 됐다.
법원내부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상당한 우려를 나타낸다. 대법원의 핵심관계자에게 하급심 중계가 가능하도록 규칙을 개정한 게 헌재를 의식한 게 맞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공판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도 중계가 안 되는 거냐?=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재판부가 다르다. 재판의 중계여부는 전적으로 재판장의 결단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대법원 관계자도 "재판 중계의 결정여부는 해당 사건의 재판장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 이전 법정촬영이 허용됐다. 이재용 피고인의 재판장은 "2017년 4월 7일에 있었던 이재용 등 피고인의 제1회 공판 개시 전 촬영허가 요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촬영을 허가함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공판개시 전 촬영을 불허한바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박근혜 피고인의 재판장은 촬영을 허용했기 때문에 중계를 불허할 이유가 줄어드는 것이다.
대법원은 규칙을 개정하면서 "재판중계방송은 주요사건으로서 피고인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재판중계방송을 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재용 피고인의 재판 중계가 불허됐다고 박근혜 피고인의 재판 중계도 불허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면서 "박근혜 피고인의 재판 중계여부는 해당 재판장이 상황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계 허용여부를 두고 유죄냐 무죄냐를 판단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또한 별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