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삼성의 속내가 복잡해 지고 있다.
실체적 증거는 없다며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삼성 임직원들은 법원의 25일 판결을 맞이하고는 침통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8년 비자금 사건때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섰던 서울 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이재용 부회장도 선고를 맞이했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선고 직전인 4월 이선후퇴를 발표한 상태에서 7월 16일 선고받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7일 최후진술에서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우리 그 선임들의 요구,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겠는가"라면서 "너무나 심한 오해"라고 말했다.
무죄를 주장한 것이지만 아버지때와는 달리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 총수로서는 처음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또 구속된데 이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8년 비자금 사건때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당시 전략기획실을 해체했었지만 '브랜드관리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그룹의 조정기능을 사실상 일부 남겨둔 바 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이를 대체하거나 일부 기능이라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자신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약속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지만 일부 기능을 남겻던 2008년과는 또 다른 모습이 분명하다.
다행인 것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선고가 기업의 일상적 활동이나 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이다.
피치는 삼성전자의 A+ 신용등급과 ‘안정적’ 신용전망에 대해 이 부회장의 실형에도 삼성의 신용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변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는 업계에서 국제적으로 정상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과 중요한 투자가 지연됨으로써 장기적 위험을 증대시킬 수는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내놨다.
이는 지난해 11월 미국 하만 인수 이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가 시작된 올해초부터 지금까지 단 한건의 M&A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구속과 실형에 대해 걱정했던 재계의 시각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피치는 또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삼성의 성공을 가져온 과감하고 대규모 투자를 지연시킬 수 있으며 최고위자의 공백은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에 차질을 빚어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