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잡고 월드컵으로 가자." 신태용호가 31일 이란과 만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6승2무 승점 20점으로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두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2위 한국이 승점 13점이니 조 1위도 확정한 상태다.
그런데 이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월드컵 예선은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소집 규정에 따라 경기 사흘 전부터 소집이 가능하다. 덕분에 원정 경기 2~3일 전 입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란은 8월31일 한국전을 닷새나 앞두고 한국에 들어왔다.
물론 선수 전원이 입국한 것은 아니다. 이란 역시 한국처럼 지난 23일 자국 리그 선수를 대상으로 조기 소집을 했다. 즉 이란에서 뛰는 11명만 먼저 한국 땅을 밟았다. 해외파들이 27~28일 차례로 입국한다고 하지만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시차를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테헤란과 한국 시차가 커서 최대한 빨리 적응하고 싶었다"면서 "일찍 도착할 수록 비행 후유증을 빨리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한국의 시차는 4시간30분이다.
사실 이란에게 한국전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 이미 월드컵 진출은 물론 조 1위도 확정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과 이란은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아시아 축구 최강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다. 특히나 케이로스 감독은 2013년 6월 당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등 감정의 골이 깊다.
이란이 11명의 멤버를 이끌고 조기 입국한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은 아시아 최강팀 중 하나다. 이란에게도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다. 늘 그렇듯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란이 1위를 하는 것이고, 무패와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자료사진=노컷뉴스)
◇인천, 파주 등지에서 훈련 예정한국은 이란 테헤란 원정마다 설움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홈 텃세다. 매일 훈련장이 달라졌고, 시설도 형편 없었다. 반면 한국은 크게 텃세를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의 훈련 일정을 배려해줬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이란은 이미 선발대가 들어와 훈련 시설을 살펴봤다.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은 잔디 상태가 나빠 제외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에서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과 파주공설운동장을 섭외했다.
일단 이란은 27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 28~29일 파주공설운동장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이란의 숙소는 김포국제공항 인근 호텔. 두 훈련장 모두 30~40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30일에만 담금질을 한다.
그럼에도 아직 더 나은 훈련장을 알아보는 중이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 대신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 등을 제시했다. 잔디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란의 월드컵 진출 확정 여부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이란이 어떻게 나오든 "무조건 이기겠다"는 각오다. 일단 이란도 예상과 달리 한국전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과연 신태용호는 이란을 넘어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