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한미일 3국 컨소시엄을 제치고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홍하이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던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옅보이고 있다.
27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과 서구 언론들에 따르면 도시바가 한미일 3국 연합 대신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WD) 등이 포함된 '미일 연합'으로 사실상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나 SK하이닉스 모두 이와 관련해 아직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SK그룹과 하이닉스 측은 "협상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정해진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 언론들을 중심으로 도시바가 한미일 3국 연합 외에 WD나 홍하이와 협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지난 10일 도시바 사장이 이를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보도 역시 아직은 사실로 받아들일수 없지만 형태는 '한미일 연합'에서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가 빠진 새로운 '미일 연합'이 우선협상 대상으로 매각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협상 대상은 매각 협상에 참여한 여러 참여자 들 가운데 매각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한다는 의미이며 아직 주식양도 계약을 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권리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바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대신 WD이 들어간 '신미일' 연합과 협상을 진행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외장하드로 유명한 WD는 이미 도시바와 50대 50으로 합작 공장을 운영중이기 때문에 도비사 반도체 매각이 이슈가 됐을때 매각을 반대하면서 자신들에게 우선협상권을 달라고 요구한바 있다.
도시바는 그러나 WD가 샌드디스크 인수로 도시바 반도체에 투자할 자금여력이 없다고 보고 이를 배제하고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지정했었다.
WD는 우선협상권 요구에서 더 나아가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과 국제상사재판소에 매각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캘리포니아 법원은 매각 금지는 아니지만 한미일 연합과의 계약 2주전에 내용을 WD에 통보하라는 중재안을 내고 도시바가 이를 받아들인바 있다.
도시바측이나 WD의 공식발표가 나와봐야 정확해 지겠지만 지금 형국은 도시바가 매각 상대방을 '한미일 연합'에서 '미일연합'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와 미국의 WD디지털이 손잡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삼성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을 보면 삼성이 35.6%로 일방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2위인 도시바와 3위인 웨스턴디지털이 각각 17.5%이며 미국의 마이크론이 12.9%로 4위, SK하이닉스가 9.9%로 5위자리에 올라있다.
2위와 3위인 도시바와 WD의 점유율을 합해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비해 0.6%포인트 작은 상태다.
더우기 도시바의 점유율은 1분기에 비해 1.3%p 떨어졌고 WD는 0.1%p 오르는 등 삼성을 따라잡기 힘든 상태다.
여기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합하면 45.4%로 시장전체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기 때문에 도시바까지 넘어가면 62.9%가 한국의 점유율이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자업계는 그러나 WD가 도시바를 인수하더라도 중국이나 대만 업체에 넘어가는 상황보다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시장질서에 변동이 오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도시바나 WD의 경쟁력 자체가 삼성이나 하이닉스에 비해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