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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들, 제작거부 시작 "KBS 되살리는 마지막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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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기자들, 제작거부 시작 "KBS 되살리는 마지막 싸움"

    전국 기자들은 29일 0시부터… 전체 참여 규모 470명 예상

    28일 오전 11시, KBS기자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출정식'이 열렸다. (사진=황진환 기자)

     

    "우리 기자협회원들은 오늘 전면 제작 거부에 들어간다. 1차 목표는 고대영 사장의 퇴진이다.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우리의 신념과 진실에 기반한 취재를 하기 위한 당면 목표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시청자들이 신뢰하는 KBS뉴스를 복원하는 것이다. 잠시 일터를 떠난다. 승리한 뒤 돌아올 것을 다짐한다."
    _ KBS기자협회 제작거부 선언문 중

    KBS 보도국에 '나는 뉴스제작을 거부합니다'라고 적힌 노란 손팻말이 곳곳에 놓였다. KBS기자협회(협회장 박종훈)가 오늘(28일) 오전 0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16일 긴급 총회를 열어 99.29%(투표자수 283명 중 281명 찬성)의 찬성률로 제작거부를 결의했고, 12일 만에 실행에 옮겼다.

    28일 오전 11시, KBS기자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출정식'이 열렸다.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KBS기자협회에 따르면 28일 현재 야근자 등 모든 주말당직자가 업무를 중단하고 근무장소에서 철수한 상태다. 서울을 제외한 KBS 기자들이 소속된 전국기자협회와 전국촬영기자협회도 이틀 간의 투표를 통해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29일 0시부터 제작거부 대열에 합류한다. 투표자수 194명 중 169명이 찬성해 찬성률은 87.1%였다.

    박종훈 협회장은 "이제 정말 KBS를 되살리는 마지막 싸움이 시작됐다. 이렇게 함께 해 주셔서 너무나 든든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협회장은 KBS 기자들의 뜻이 담긴 제작거부 선언문을 읊었다.

    KBS기자협회는 "공영방송 KBS 뉴스는 가파르게 추락을 거듭해 왔다. 공영방송의 근간인 신뢰도와 공정성이 처참하게 무너졌다"며 "KBS 추락의 핵심은 바로 고대영 사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KBS기자협회는 고 사장이 "보도국장, 해설위원실장, 보도본부장 등 보도본부 내 모든 요직을 거치며 뉴스와 조직을 망가뜨렸다"며 "사장에 오른 뒤의 KBS 상황은 더 처참하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는커녕 수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외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드러났는데도, 보도본부 수뇌부는 의도적으로 취재와 보도를 외면했다. KBS 사상 최악의 '보도 참사'로 남을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 "떳떳하지 못했다… 반성하고 싶어 나왔다"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 선언 이후, KBS 보도국 곳곳에는 '나는 뉴스제작을 거부합니다'라고 쓰인 손팻말이 놓였다. (사진=KBS기자협회 제공)

     

    (사진=KBS기자협회 제공)

     

    이날 출정식에서는 작년에 입사한 43기 막내부터 14기 고참급 기자까지 마이크를 잡고 제작거부에 임하는 심경을 밝혔다.

    현재 종로-혜화라인을 출입 중인 43기 송락규 기자는 지난해 10월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마련된 현장에서 겪었던 일을 꺼냈다.

    "그때 SBS 로고를 보고 유족 분이 촬영기자 분을 일으켜 세우면서 '감사한다'고 했다. '왜 보도는 그렇게 안 되냐. PD들도 열심히 하는데 기자들은 왜 열심히 안 하느냐'고 하시며 KBS, MBC 기자들을 찾으셨다. KBS 기자 있느냐는 말에 손을 들려고 했는데 한 분이 말리셨다. '손을 들면 뭐하냐. 방송에 안 나갈 텐데…'라면서.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취재하면서 그때 기억이 났다. 떳떳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반성을 하고 싶어 나왔다. 제작거부와 파업 이후에 다시 그런 현장에 가 질문을 들었을 때 당당하게 손을 들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 같은 경우를 후배든 동기든 선배든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14기 임병걸 기자는 "30년 전에도 '방송 민주화'라는 거의 같은 목표와 거의 같은 뜻을 가지고 선배들이 모였다"며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방송이 되자는 똑같은 슬로건을 들었다는 게 착잡하다. 그땐 사방이 적이었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KBS의 주인인 국민들이 불과 몇 달 전에 권력을 농단하던 세력과 대통령을 촛불혁명을 통해 몰아냈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라며 "KBS에서도 이 싸움은 이길 수밖에 없다. 역사가 요구하는 당위"라고 강조했다.

    28기 김세정 기자는 "제작거부, 파업까지 빠진 적 없이 했는데 이번 파업은 많이 주저하고 두려웠다. 한 번도 이런 구호를 외치지 않은 적이 없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고 9년 동안 누적돼 왔기 때문"이라며 "(KBS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뉴스에 대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들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사랑하고 꼭 이기는 투쟁하자"고 전했다.

    ◇ "함께 이 싸움에서 이기자"

    KBS기자협회는 오늘(28일) 오전 0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사진=김수정 기자)

     

    지난 16일 보도국 밖 기자들의 합류로 카메라·취재기자뿐 아니라 비제작부서 등 보도국 밖 기자들까지 제작거부 중인 MBC에서는 KBS 기자들의 싸움을 응원하기 위한 연대사가 나왔다.

    왕종명 MBC기자협회장은 "지난주에 여의도에서 저녁 먹는데, 현 KBS 경영진에 몸담고 있는 어떤 분을 만나게 됐다. 그분은 술 한 잔 하고 이렇게 말하시더라. 'KBS에서는 해직자도 없고 기자·PD·아나운서를 스케이트장에 보내지도 않는데 왜 고대영 사장에게 퇴진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분들의 상황 인식이 이렇구나 해서 굉장히 놀랐고 답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외치면서 제작거부 들어가고 총파업을 준비하는 것은 해직자가 있어서만이 아니다. 인력들을 몰아내고 MBC의 공영성과 공정방송 가치를 처참하게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MBC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빨아먹고 그 껍데기를 자신들에게 자리 채워준 지난 정권에게 재물로 바쳤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공영방송 사유화하고 철저하게 지난 정권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죗값을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들이 물어야 했다. 엠빙신(MBC를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눈물 삼켰다. 조롱거리가 됐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우리가 제작거부와 총파업 준비하는 이유는 우리들의 분노 총량이 우리 임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저는 KBS도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싸움과 투쟁은 상대평가다. 절대평가가 아니다. 옆집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제 식구들이 어떤 목소리로 외치는지 들으십시오. 이인호 고대영 체제에서 뉴스하는 것은 그들과 공범이 되는 것이고 사회적 흉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 제작거부에 나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왕 협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돌마고(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에서 한 세월호 유가족이 당부한 공영방송의 의무를 전달하기도 했다.

    "온갖 거짓과 권력으로만 물들어 죽은 방송으로 만든 불의한 저들을 꼭 완전히 정리하고 처벌하자. 국민의 신뢰, 시선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엄마아빠들이 간절히 원하는 416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주인, 시청자의 명령이다. 먼저 가 있겠다. 함께해 주실 거라 믿는다. 함께 이 싸움에서 이겨서 우리의 일터로 돌아갔을 때에는 따뜻했던 동료로서, 유능한 경쟁자로서 다시 현장에서 반갑게 인사했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의 선택과 투쟁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 언론계서도 지지 목소리… KBS "정당성 확보 못한 불법 행위"

    KBS기자협회가 주최한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출정식'에서 한 참가자가 '고대영 체제 이미 무너졌다'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한국기자협회(협회장 정규성)는 28일 성명을 내어 "KBS 기자협회원들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오늘부터 전면적인 제작거부에 들어갔다"며 "KBS의 퇴행에 지칠 만큼 지친 내부 구성원들의 절실함이 담겼다. 한국기자협회는 KBS기자협회의 전면 제작거부를 강력히 지지한다. 이번 투쟁이 KBS 뉴스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고 공영방송을 바로세우기 위한 마지막 싸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고대영 사장에게는 즉각 사퇴를, 관리감독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는 공영방송 사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방송기자연합회(회장 김현철)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제작거부 강력 지지' 의사를 전했다. 한국방송기자연합회는 "KBS 기자들의 제작거부는 KBS 뉴스의 추락을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통렬한 위기 의식에서 시작됐다"면서 "KBS 기자들의 제작거부는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양심에 따른 정의로운 여정이며, 뉴스를 정상화하기 위한 건곤일척의 싸움"이라고 격려했다.

    KBS기자협회에 따르면 2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제작거부에 돌입한 서울 기자는 295명이다. 취재부서에 남은 평기자(취재)는 15명에 불과하다. 불참자 대부분은 19년차 이상의 보직 간부 등이다. 오늘부터 오는 31일까지 순차적으로 제작거부에 돌입할 전국 기자들 인원을 추산하면 전체 참여 규모는 470명 이상으로 예상된다는 게 KBS기자협회의 설명이다.

    또한 KBS기자협회는 KBS 1라디오 '뉴스중계탑' 방송 축소, 2라디오 '아침·정오·저녁 종합뉴스' 삭제, KBS1 '취재파일K' 결방, '시사기획 창' 오는 12일까지 기존 편집분 방송 뒤 결방, KBS2 '경제타임' 삭제, 재난방송센터 삭제, 경인지역 '뉴스광장' 로컬방송 삭제 등 방송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KBS기자협회의 '전면 제작거부'에 KBS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맞섰다.

    KBS는 "제작거부의 주체인 KBS기자협회는 쟁의행위를 결정할 수 없는 직능단체이고, 목적 측면에서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이 아니므로 이번 제작거부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KBS 보도본부는 제작 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비상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뉴스 제작과 방송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불방 상황에 대해서도 "KBS뉴스는 현재까지 큰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KBS의 뉴스 프로그램은 1TV는 9개(5시뉴스·뉴스광장·930뉴스·뉴스12·뉴스5·뉴스7·뉴스9·주말뉴스9·뉴스라인), 2TV는 5개(아침뉴스타임·지구촌뉴스·14시뉴스타임·경제타임, 글로벌24)"라며 "이 가운데 현재 결방이 결정된 것은 조수빈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경제타임'(월~목, 18:00~18:30, 2TV) 하나뿐이다. 뉴스 이외에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도 현재까지 결방이 결정된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KBS기자협회의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출정식'에 등장한 KBS 카메라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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