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희 강남구청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서울 강남구청이 신연희 청장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삭제했다고 인정해놓고,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한 강남구 구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울러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무리하게 삭제해야만 했던 자료의 내용에 관해서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 "개인기록물만 삭제했다"…범법행위 시인해놓고 고소
29일 강남구청은 신연희 청장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구청 측이 삭제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여선웅 강남구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직접 자료 삭제를 실행한 김청호 전산정보과장이 고소인이다.
김 과장은 "출력물관리시스템에 저장된 전산자료에는 업무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전 직원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 있어 전산자료를 삭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남구청장과 의도적으로 전산자료를 삭제한 것처럼 허위 유포해 직원 개개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본인의 순수한 의도를 왜곡해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날 해명자료에 이어 김 과장은 공공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지웠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증거인멸 행위를 다시 한번 시인했다. 개인기록물일지라도 수사를 인지한 시점에서 삭제할 경우 증거를 인멸한 행위에 해당하지만 계속해서 '개인정보' 운운하는 것이다.
여선웅 강남구의원. (사진=자료사진)
이에 여 의원은 이날 CBS 노컷뉴스 취재진에게 "구청의 적반하장식 태도가 놀랍다"며 "오히려 강남구민들이 구청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구청이 '인멸은 맞는데 증거는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수사기관과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상황에서, 해당 자료가 압수수색의 대상임에도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구청이 '개인정보'라며 삭제한 증거, 어떤 내용 담겼을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이 제출을 요구하자마자 구청 측이 발빠르게 삭제한 자료가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해당 자료는 강남구청 직원 1500명이 그동안 컴퓨터로 출력한 문서 내용이 그대로 담긴 압축파일이다.
직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삭제했다는 게 구청 측 주장이지만, 출력 문서 중에 신 구청장의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경찰은 특히 신 구청장의 범죄 행위를 포함한 지시 사항이 문서로 남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자료를 핵심증거 중 하나로 보는 이유다.
여 의원은 삭제된 자료의 내용과 관련해 "신 구청장의 범죄 의혹과 관련된 컴퓨터의 로그기록(컴퓨터‧서버 등에서 사용한 정보를 남긴 기록)을 없앤 것"이라며 "누가 무엇을 했는지 나오는 것이 로그기록인데,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불안해 할 자료 아니겠냐"고 밝혔다.
구청 측이 경찰의 제출 요구를 거부것은 물론, 구청 직원들조차 삭제 지시를 따르지 않은 정황까지 고려하면, 구청이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 강남구청 직원들, 자료삭제 지시에 "증거인멸"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