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 홀로그램 파일을 펼치며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모습을 본 관객들은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구글이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 증강현실 웨어러블 기기 '구글 글래스'를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스마트폰을 벗어난 새로운 플랫폼은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했다. 시장은 게임·엔터테인먼트와의 결합이 용이한 가상현실(VR)로 흘러가는 듯 했다.
그로부터 다시 6년 뒤 등장한 AR 모바일게임 '포켓몬고'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AR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HMD와 같은 웨어러블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동안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올해 연례개발자회의인 'WWDC 2017'에서 새로운 iOS 11을 공개하면서 증강현실 앱 개발 툴인 'ARKit'을 내놨다.
◇ ARKit 데모데이 행사에 공개된 AR 앱애플은 29일 주요 미디어와 개발자들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쿠퍼티노 본사에 초청해 ARKit을 이용해 만든 증강현실 앱을 공개하고 직접 시연하는 데모 행사를 가졌다.
지난 6월 일부 공개된 이케아를 비롯해 푸드 네트워크, GIPHY World, Arise 등 인테리어, 게임, 증강현실 동영상 앱 등이 공개 됐다. 테크 크런치는 이들 ARKit을 이용한 증강현실 앱을 체험한 후기를 공개했다.
▲이케아(IKEA) : 이케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찾지 않더라도 미리 실측된 가구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미리 배치해보는 증강현실 기술을 연구해왔다. 이케아의 앱은 현재 2000여 개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
원하는 항목을 검색하고 선택할 수 있는 카탈로그를 눌러 탭한 뒤 바닥을 향하여 손가락으로 회전하거나 누른 상태에서 가상의 가구를 이동시킬 수 있다. 3D 스캔을 통해 가구의 색상과 질감이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케아 디지털 변환 책임자인 미카엘 발드스가드는 "ARKit 이전에 AR모드를 구현하는데 7주가 걸렸지만 ARKit 이후에는 2주만에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구나 가전제품 업계에 있어서는 최상의 AR 앱으로서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푸드 네트워크(Food Network) : 컵케이크와 같은 가상의 디저트를 배치하거나 장식 할 수 있고, 기본적인 디저트 요리법을 구상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
푸드 네트워크 앱을 실행한 뒤 컵이나 접시 혹은 그냥 바닥에 디저트를 선택해 크기를 조절한 뒤 배치하면 컵케이크를 장식 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제공된다. 작동이 원활하고 알록달록 예쁘게 표현된다. 다양한 토핑이 완성되면 지인들에게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증강현실 사진 앱과 비슷한 트렌디한 성격을 띄었지만, KabaQ의 증강현실 메뉴 앱의 가능성을 옅볼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KabaQ은 식당에서 실제 만들어진 음식을 증강현실로 미리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는 앱이다.
▲지피 월드(GIPHY World) : GIF를 3D로 공간에 배치하거나 이를 영상으로 담아 친구와 공유 할 수 있다. 만들어진 GIF 3D 영상은 장면을 추가하거나 다시 편집해 공유할 수도 있다.
지피 월드는 3D GIF 이미지를 원하는 화면 공간에 배치하고 투명도가 내장된 기본 제공 GIF 파일을 사용해 플랫폼에 올려놓을 수 있으며, 공유한 다른 사용자가 추가 편집을 해 GIF 화면 구성을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 특히 여러이 함께 공유하며 공동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GIPHY의 디자인 담당 책임자인 랄프 비숍은 "다른 앱과 마찬가지로 앱은 무료이지만 브랜드 파트너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라이즈(Arise) : 클라이맥스 스튜디오(Climax Studios)가 만든 것으로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화면속 캐릭터가 스스로 탐색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는 가상의 세계 창조주 게임이다.
화면의 주요 뷰 포인트를 이용해 여러 경로에 따라 원근감을 조정해 캐릭터가 계획된 모험이 진행되도록 화면의 조건을 맞춰주면 다양한 부비트랩을 피하거나 미션대로 이동할 수 있다. 클라이맥스의 CEO인 시몬 가드너는 "과거 거대한 프로그램 설치 기반이었던 게임을 ARKit을 이용해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 게임은 0단계부터 수행하는 방식이 아니고 AR 화면의 이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장소 등 환경의 제약을 받는 사용자에게는 다소 부적합 할 수 있다.
▲매우 배고픈 애벌레(The Very Hungry Caterpillar AR) : 매우 인기 있는 동화책을 AR로 변환시킨 터치 프레스의 AR 앱이다.
앱을 실행하면 알에서 나오는 애벌레가 등장하고 동화책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과나무가 자라고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애벌레가 지나는 길에 나무들이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처럼 이어지면서 결국 애벌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 AR 앱은 큰 호평을 받았다. 연령대에 맞춘 인터액티브 콘텐츠였기 때문이었다. 터치 프레스의 cEO인 배리 오닐은 "눈높이에 맞춰 작은 애벌레 이야기가 담긴 앱을 실행하자 아이들이 흥미로운 관심을 보였다"며 캐릭터의 질감과 다양한 스토리 모델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소와 환경에 구애를 받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증강현실 교육 콘텐츠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워킹데드(The Walking Dead: Our World) : 다양한 무기로 좀비를 제거하는 위치인식 AR 게임이다.
화면에는 고해상도의 좀비가 사방에서 몰려온다. 사용자는 다양한 무기를 이용해 좀비를 제압해야 한다. 특별하게 추가된 프로그램에서는 '생존자 구출' 미션으로 단순히 화면 속의 좀비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션 수행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차별화를 보였다. 이동이 가능한 가상의 하수구가 등장한다던지 생존자가 좀비를 잡은채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등 재미있는 요소들을 추가해 흥미도를 높였다.
◇ ARKit 앱의 몇가지 특징들
테크크런치는 모든 ARKit 앱은 화면에 등장하는 객체를 배치하기 전 평면을 탐지하는 스캐닝 프로그램이 작동한다며 기본적으로 평평한 표면을 찾는 데이터 포인트 인지를 위한 잠시 몇 초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전에 이러한 정보를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케아'의 인터랙티브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로 하여금 방을 스캔하도록 했고, '워킹데드'는 생존자를 찾는다는 미션을, 푸드 네트웍스는 '움직일 수 있다'는 배지를 사용했는데, 특정한 작동법을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객체를 배치하기 위한 터치 동작 등을 제외하면 거의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콘트롤러가 존재하지 않았다. '매우 배고픈 애벌레'는 초점 기반으로 물체를 가리키고 시선을 맞추면 이야기가 진행되는 식이다. 대부분의 다른 앱은 대부분의 작업에 대해 단일 탭과 같은 단순한 기능을 사용했다.
ARKit을 이용한 앱 개발도 대부분 7~10주가 걸렸다고 한다. 데모행사에 공개된 앱들은 연말까지 다양한 추가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규모있는 업체들이 개발할 수 있었던 증강현실 기반 앱이 ARKit의 지원으로 iOS 11이 정식 출시되면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는 AR 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