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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 무너져버린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은 이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서울고등법원이 30일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관여와 선거개입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은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번 판결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이 무너졌음을 확인한 것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원장이 불법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박근혜 대통령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된 2012년 12월 19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싸진=자료사진)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과정에 국정원의 추악한 음모가 자리했던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국가기관이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관여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서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이 최대 서른 개에 달하는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해 여론을 조작한 사실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났다.

    검찰이 추가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국정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진행형이다.

    다만 4년여에 걸쳐 부침(浮沈)을 거듭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 과정은 '사법부의 정권 눈치보기' 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 전 원장의 신병 처리가 달린 법원 판결이 너무도 극과 극으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1심에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심에서는 집행유예, 2심에서는 법정구속, 3심에서는 원심파기, 이후 석방, 그리고 2년 넘게 심리가 지연된 끝에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법정구속됐다.

    만일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국정원을 통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검은 뒷거래는 영원히 묻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과 정통성 논란은 국정원 여직원의 이른바 '셀프 감금' 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

    제18대 대선을 불과 여드레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의 대선 개입 정황이 야당에 의해 발각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여직원은 이틀 동안이나 문을 걸어 잠근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자신의 컴퓨터에서 증거가 될 만한 내용들을 모두 삭제했다.

    이후 정권의 충견(忠犬)이었던 경찰은 비방성 댓글이 없었다고 서둘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문재인 후보를 몰아붙였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납득 안가는 일들이 계속 됐다.

    (사진=자료사진)
    국정원 직원의 범죄혐의를 확인했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전보 발령,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은 좌천, 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 아들' 논란 속에 사퇴했다.

    국정원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정권 차원의 책동이다.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논란을 덮으려는 악의적인 공작이었던 것이다.

    이번 판결이 박근혜 정권의 부도덕성을 단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바야흐로 국가정보원은 이제 '국가정치원'으로 변질됐던 과거의 적폐를 일소하고 진정 새롭게 거듭 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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