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국방개혁'이 오리무중이다.
정부와 군, 정치권, 민간이 참여하는 '국방개혁특별위원회' 대신 국방부에 개혁 기구를 설치하고 국방개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달 14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지 한 달 반이 넘도록 개혁기구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업무보고에서 국방부를 강하게 질타한 것은 이런 지지부진한 국방개혁 상황을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방부가 추진해온 국방개혁을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며 "(지금까지 군이) 그 많은 돈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 의문이 든다"고 질책하며 "북한이 선을 넘는 도발을 하거나 수도권을 공격해 올 경우에 즉각 공세적 작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현대전에 맞는 군 구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방개혁을 주문했음에도 업무보고 과정에서 군의 개혁 의지를 읽지 못했고, 공개 질타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군을 움직이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강도 높게 개혁을 주문했던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등은 모두 내부 개혁조직을 꾸려 자체 개혁에 착수했지만, 국방부는 아직 조직조차 꾸리지 못했다.
국정원이 서훈 원장 취임한 뒤 보름여 만에 개혁발전위원회를 꾸렸고 검찰도 문무일 총장 취임 뒤 보름이 지나지 않아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강도 높은 자체 개혁에 착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군 인사 지연에 따른 내부 혼란과 컨트롤 타워의 부재, 연이은 북한의 도발 등이 관련 조직도 꾸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국방개혁의 이유로 꼽힌다.
먼저 송영무 장관이 취임한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차관을 제외하면 송 장관의 손과 발이 될 사람들이 배치되지 못했다.
당초 대장급 군 수뇌부 인사는 지난달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합참의장과 육군·공군 참모총장, 한·미 연합사 부사령관, 육군 야전군사령관 인사 이후 후속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위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갑질 논란 외에도 진급 대상자에 대한 추가 비위 폭로와 진실 공방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런데 최근 당시 진급 대상자의 과거 비위사실을 밝힌 군 내부의 공익제보자에 대해 군 검찰이 보복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갑질에다 사건 조작 및 은폐, 허위보고, 제보자에 대한 정치보복 등 진급을 위해서라면 배신과 음모를 서슴지 않는 군 내부 암투가 벌어지니 제때에 군 인사도 단행할 수 없었던 것이고, 국방개혁에 시동을 걸 엔진 하나도 장착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수선한 내부 상황에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라는 외부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국방부가 개혁기구를 발족할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 국방개혁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군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해군 출신인 송영무 장관과 학자출신인 서주석 차관, 육군 출신인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이 각자 구상하는 국방개혁 그림이 다른데 아무도 컨트롤 타워가 되지 못하다보니 국방개혁 추진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 여권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국방개혁위원회가 발족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지만 개혁위가 발족하더라도 여러 정권에서 수차례 진행돼 온 국방개혁이 이번만큼은 내실 있게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