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 분이 또 숨을 거뒀다.
30일 여성가족부와 시민단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 이모 할머니는 이날 오후 3시쯤 별세했다. 향년 94세.
지난 1924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고모 댁에 양녀로 입양돼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서 자랐다.
일본 식민통치 기간에 마을 빨래터에 있던 할머니는 일본군에 끌려간 뒤 대만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었다. 정확한 시기는 본인도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후 경주로 돌아온 할머니는 식당 일을 돕거나 농사를 거들며 생계를 이어오다 2001년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할머니의 구체적인 신상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장례 또한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된다.
2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가 보낸 조화가 놓여져 있다. 이한형기자
앞서 지난 28일에는 중국에서 거주하던 하상숙 할머니가 사고 치료를 위해 국내로 들어온 지 1년 만에 90세의 일기로 숨을 거뒀다. 지난해 4월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늑골 골절 등의 진단을 받고 중태에 빠진 상태였다.
사흘 만에 할머니 두 분이 숨을 거두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35명(국내 34명, 국외 1명)으로 줄었다.
시민모임 측은 "하루라도 빨리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돼 할머니들의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며 "할머니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함께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