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글로벌 가전시장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가전업계의 맛수가 앞으로는 자동차용 전자장비 분야에서도 격돌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말 삼성전자가 미국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한데 이어 이번에는 LG전자가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업체 ZKW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LG와 함께 ZKW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했고 이르면 9월중 우선협상 대상자가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ZKW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계에 많이 회자되는 회사는 아니지만 지난 1938년 설립된 헤드라이트 등 차량용 조명을 생산하는 오스트리아 업체이다.
유럽회사인 만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볼보 등 유럽업체에 납품하고 있고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고객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ZKW는 지난 2010년 매출액 2억8천만 유로에서 지난해 9억 6,850만 유로, 우리돈 1조 3,138억원 정도로 늘어났다고 한다.
LG전자가 ZKW를 인수하는 경우 SL코퍼레이션이나 이치코와 함께 과점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조명시장에서 LG전자는 일거에 3위권의 부품업체가 될 수 있다.
약 1조원 정도로 알려진 이번 입찰에 대해 LG전자는 29일 오후 늦게 조회공시를 내고 “당사는 미래성장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오스트리아 자동차부품업체 ZKW 인수 추진설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밝혔다.
LG전자는 또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이렇게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입찰참여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실제로 LG는 자동차 전장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해전부터 ZKW를 비롯한 해외 차량용 조명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티브(FCA)의 부품 계열사인 마그네티마렐리의 조명사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타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이미 차량용 배터리는 LG화학에서 통신부품과 일반모터는 LG이노텍이, LG전자는 구동모터를 담당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앞서 자동차 전장부품을 그룹의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키워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9조 9천억원을 들여 미국의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 하만을 인수하면서 치고 나가자 이번에는 LG가 규모는 이보다 작지만 LG의 M&A 역사에서는 큰 규모인 ZKW의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LG가 ZKW 인수에 성공하는 경우 삼성과 LG는 가전과 TV, 스마트폰 등에 이어 자동차 전장부품에서도 다시한번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