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 고충파악 위해…기사들 '방광문제' 간단히 해결했다카드결제기로 가까운 화장실 알려주는 혁신적 서비스 도입
한달에 한번씩 택시 운전을 하며 택시 관련 정책을 탐방중인 서울시 교통본부 임완수 택시물류과장. 2015년 부터 하루 12시간씩 20여 차례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의 택시 정책을 총괄하는 서울시 교통본부 택시물류과 양완수 과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몸소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택시 기사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직접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5년 8월부터 매월 12시간씩 택시 운전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택시 기사들의 '방광' 문제가 심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12시간 이용하다 보면 3~4차례 화장실을 가게 되는데, 급할 때 택시를 세워놓고 갈 만한 화장실 찾기도 어려웠고, 손님들에게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는 양해도 하기 어려웠다. 결국은 알고 있는 화장실로 찾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고 회고했다.
양 과장은 지난해 4월에는 서울시 택시 기사 3,109명을 상대로 화장실 이용 실태를 설문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예상대로 79%가 택시 운행 도중 화장실 이용에 불편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5%는 인근 화장실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화장실을 찾는 방법으로 화장실 안내 앱(3.3%)이나 인터넷 검색(0.5%)을 이용하는 비율은 극히 소수였다.
택시운행 중 주로 이용하는 화장실로는 89%가 주유소를 꼽았지만 주유소의 문턱을 높았다.
LPG를 사용하는 택시의 특성상, 일반 주유소에서는 화장실만 이용하기에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이 78%, 택시기사라는 이유로 화장실 이용자체를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택시 운전자들도 62%나 됐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31일 혁신적인 방법을 내놓았다.
서울시가 도입한 택시기사 화장실 위치 제공 서비스(하). 기존 카드결제기(상)에 앱 하나를 추가해 택시기사들의 '방광'을 해방시켜줬다. (사진=서울시 제공)
택시 카드결제기 화면에서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주변 공중·개방화장실 검색이 가능한 시스템을 각 택시 내부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스마트카드와 손잡고 택시 카드결제기에 서울시내 5,015개 화장실의 위치와 운영시간 정보 제공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터치 한 번으로 현재 내 위치 주변의 화장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서울시는 지난 23일부터 법인택시 1개사에서 이 서비스를 도입해 시험가동 중이다.
다음 달 중순부터는 서울시 전체 택시에 단계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택시 운전사들의 화장실 이용을 못마땅해하는 일반 주유소 400여 소에는 별도의 화장실용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택시 운전사들의 화장실 이용을 막을 명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주유소 화장실용품 지원은 택시승차대를 위탁관리하는 제이씨데코 코리아로부터 공공기여금을 제공받아 충당하기로 했다.
서울시 고홍석 교통본부장은 "교통은 정책 수혜자들을 감동시킬 만한 수단들이 많은 분야"라며 "이번 택시기사용 화장실 검색 서비스처럼 앞으로도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밀착한 서비스 발굴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