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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어보' 문화재청, 유네스코에도 엉터리 신청



사건/사고

    '모조품 어보' 문화재청, 유네스코에도 엉터리 신청

    자체조사는 생략, 문제제기는 묵살하고 유네스코 신청 서둘러 '국제망신'

    모조품으로 확인된 ‘덕종어보’. 문화재청이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환수받았다고 대서특필한 ‘덕종어보’ 는 1471년 제작된 진품이 아닌 1924년 일제강점기 재제작된 모조품임으로 확인됐다. (사진=황진환 기자)

     

    덕종어보가 조선시대 진품이 아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산하에서 만들어진 모조품인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문화재청이 유네스코에도 엉터리로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을 해 국제망신을 자초했다.

    성분조사를 하기도 전에 유네스코 신청을 서두른 것은 물론 진품여부에 대해 수차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모두 묵살했다. 결국 기본적인 제작연도부터 역사적 배경 모두 틀린 채 제출된 덕종어보는 한 달여 뒤인 10월, 프랑스에서 등재심사를 받는다.

    ◇ '짝퉁어보' 뒷북에 문제제기 묵살한 문화재청… 엉터리 신청으로 국제망신

    문화재청은 지난해 5월,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위원회에 세계기록유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2015년 4월, 미국 시애틀미술관로부터 받은 덕종어보와 함께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예종어보도 포함됐다.

    앞서 문화재청은 덕종어보가 1471년 제작된 조선왕실 어보라 발표했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약 450년 뒤인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산하 이왕직에서 만들어진 모조품으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종묘일기' 등 사료에도 친일파 이완용의 아들 이항구가 덕종어보의 제작과 종묘봉안을 모두 한 것으로 나타났고 구리 함량이 80%가 넘고 금 함량은 8%에 불과해 조선왕실 어보와도 질적인 차이를 보였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8월 23일자 [단독] 이완용 차남이 '짝퉁 덕종어보' 봉안)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해 5월, 덕종어보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채 부록에 1471년 제작된 조선왕실 어보로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적인 제작연도는 물론 역사적 배경 모두 왜곡한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 관계자는 "신청 당시엔 1471년 제작된 조선왕실 진품인 줄 알아 그렇게 썼다"며 "이후 보도를 통해 진품이 아닌 사실을 알게 돼 다시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문화재청이 이미 2015년 7월부터 제기된 덕종어보 진품여부에 대한 국내학계의 문제제기를 모두 묵살하고 유네스코에 신청하는 비도덕적 행태를 보인 점이다.

    당시 이정호 한국전각협회 이사 겸 관인위원장은 "덕종어보의 전각모양이 이상하다"며 직접 문화재청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문화재청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8월 19일자 [단독] '짝퉁 덕종어보' 이미 2년전 문제제기…문화재청 '쉬쉬')

    이후 덕종어보가 모조품임을 파악한 문화재청은 뒤늦게 이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덕종어보 성분분석을 해보니 당시 제기한 의문이 맞았다"고 밝혔지만 이미 유네스코에는 신청을 한 상태였다.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심사'는 한 달여 뒤인 10월, 프랑스에서 진행된다.

    ◇ 국내문화재서도 탈락한 어보, 국제기구에 인정해 달라?

    국가기관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묵살한 채 신청에만 급급해 국제망신을 자초했다는 지적과 함께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등재신청 절차 역시 제대로 된 기준 없이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1997년 조선왕조실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면서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은 제외했다. 일제강점기에 작성돼 기록이 왜곡되고 축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신청에는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덕종어보와 예종어보를 포함했다.

    덕종어보는 조선총독부에서 제작해 2주라는 짧은 기간에 졸속으로 만들어졌고 품질 또한 왕실어보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국내 문화재 심사'조차 탈락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국내에서도 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한 어보를 세계기록유산에는 등재해달라며 신청했다.

    ◇ 한 달 남은 심사에 국가유산 신뢰도 훼손… 계속되는 '문화재 참사'

    유네스코의 기록유산 심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문화재청은 여전히 해당 내용을 수정하지 않은 상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아직 최종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내용수정이 필요한 점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엉터리 내용을 신청서에 기재한 것에 대해선 "등재를 하는 과정에서 내용수정을 요청하는 사례도 많다"며 "이번 일로 (우리 유산에 대한) 신뢰도 훼손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문정왕후어보 반환협상을 진행한 문화재제자리찾기 구진영 연구원은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으로 귀중한 문화재를 잘 보존해 온 것을 기념하고 이후로도 잘 보존되기 위해서 신청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인 신청절차에서조차 왜곡된 기록을 제출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신청만 서둘러 우리 문화유산의 신뢰를 깎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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