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문소리 역을 맡은 배우 문소리. (사진='여배우는 오늘도' 스틸컷)
한국에서 40대 여성이 배우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배우 문소리의 감독 데뷔작이자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3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열린 시사회에서 그 베일을 벗었다.
문소리는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과정 중에 만든 세 편의 단편 영화를 하나로 묶어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여러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으로 개봉까지 현실화될 수 있었다.
그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감독이 되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영화 일을 10여 년 넘게 하다 보니 영화가 더 좋아지고, 공부도 하게 됐다. 그러다 만들게 된 영화"라고 '여배우는 오늘도'로 감독 데뷔한 소감을 밝혔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트로피도, 화목한 가정도 모두 가졌지만 맡고 싶은 배역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18년 차 중견 여성 배우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다.
화려할 것만 같은 여성 배우들의 남모를 어려움과 고충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다. 여성으로서의 삶 뿐만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삶까지, 인간 문소리의 폭넓은 고민이 핵심을 관통하는 작품이다.
문소리는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100% 진심이 담긴 영화는 맞다.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지만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문소리는 스스로 주인공으로 활약하면서 여성 배우의 연기력이 아닌 외모에 집중하는 영화계 현실을 풍자한다. 이런 풍자들은 실제 데뷔 초, 문소리가 깊이 고민했던 지점이다.
그는 "'박하사탕'으로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데뷔를 했는데 당시 나에 대해 평범한 이미지라고 하면서 여배우를 할 만큼 예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여배우에게 예쁘고,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었다. 이창동 감독님에게 물어보니 '예쁘고, 아름다운데 다른 배우들이 지나치게 예뻐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문소리 또래의 남성 배우들은 배역이 넘쳐나는 현실. 그렇기에 더욱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배우로 살아가는 문소리의 고민과 노력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문소리는 "(여배우로 사는 게) 녹록지 않다. 결국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지금 무엇을 하는게 좋을지, 변화될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반 발자국이라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그게 내가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면서 당연히 해야 하는 고민이고 행동이다. 아마 영화 개봉을 하겠다는 용기도 그 일환이 아닌가 싶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오는 1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