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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부정한 동물" 간주 이란서 '애완견' 사육 인기



중동/아프리카

    "개는 부정한 동물" 간주 이란서 '애완견' 사육 인기

    • 2017-09-01 07:34

    온건파 '자유요구 상징' vs 보수파 '하찮은 서양화의 상징'

    연합뉴스

     

    개를 "부정한 동물"로 기피하는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서 최근 애완용 개 사육이 인기다.

    종교적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파는 여전히 개를 혐오하지만,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온건파 사이에서는 개 사육이 "자유를 요구하는 행위의 상징"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혔기 때문에 안심해도 됩니다. 얌전해서 실내에서도 기를 수 있습니다".

    수도 테헤란 서쪽 고속도로 옆 공터에서 매주 금요일 열리는 개 거래 암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외치는 소리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르포기사에 따르면 장터에는 애완견을 고르러 아이들과 함께 나온 보호자들이 꽤 있다.

    암시장에서는 정부나 시청 등 행정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10명 이상의 상인들이 개를 판매한다. 스피츠와 시베리안 허스키 등 10여 종류의 강아지가 마리당 200~400 유로(약 26만 원~52만 원)에 거래된다.

    25년 이상 암시장에서 개를 판매해온 알리(45) 씨에 따르면 최근 5년 정도 사이에 애완견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개는 지저분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확실히 적어졌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란에서 개 사육을 금하는 명문화된 법은 없다. 다만 파수견과 맹도견 이외의 개 사육에 대해서는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거나 "비위생적"이라는 진정이 경찰에 접수되면 "공공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몰수당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반면 북부 알보르즈주에서는 개 사육·판매 업체인 '애틀라스담 개집'이 인기다. 이 회사는 정부와 현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끈질긴 교섭 끝에 사정을 이해하는 종교지도자의 '보증'도 받았다.

    판매 책임자인 알리 케슈버드스트(36) 씨는 종교지도자의 '보증'을 받으면 "신용이 높아져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기 쉬워지는 건 물론 경찰 등과도 불필요한 트러블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약 2㏊의 부지에 3종, 300마리 이상 개를 사육하고 있다. 특히 포메라니안과 스피츠 등 몸집이 작은 종류가 "실내에서 기를 수 있는" 장점 덕에 잘 팔린다고 한다.

    테헤란에서는 공원이나 거리에서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자영업자인 해미트(40) 씨는 10살 난 장남을 위해 테헤란 서쪽에 있는 암시장에서 지난 6월 말 스피츠 한 마리를 600만 리알(약 20만 원)에 구입했다. 그는 "주위에서도 애완견을 기르는 게 유행"이라면서 "아무도 (개를) 더러운 동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슬람교의 전통을 지키는 보수강경파 사이에서는 "개는 부정한 생물"이라는 생각에 더해 애완견을 '서양화의 상징'으로 간주해 반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보수강경파에게 들켜 경찰에 밀고 당할 것을 우려해 실내에서 몰래 기르는 사람도 많다.

    테헤란에서 10년 이상 산 한 외국인 여성은 산책 중 개를 안고 있었다는 이유로 근처 주민이 불러세운 후 경찰을 부른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슬람 사원 앞에서 개와 함께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종교지도자가 모스크에서 달려 나와 개가 서 있던 자리를 물로 씻어 내는 걸 보고 진짜 놀랐다"고 한다.

    이 여성은 테헤란 시내의 아파트에 산다. 관리비를 받으러 온 고령의 이란 여성에게 현금을 건네려 하자 "개를 기르는 사람이 만진 돈은 만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중부 이스파한 주에서는 작년 6월 현지 당국이 개 사육 불시단속을 벌여 몇 명으로부터 개를 몰수했다. 당국은 몰수 이유로 "애완견은 하찮은 서양문화를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애완견에 대해 이런 강한 반감이 있지만, 아직 지나친 규제와 벌칙을 도입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다.

    보수강경파 국회의원이 2014년 11월 "위생환경을 악화시켜 이슬람 문화를 해친다"며 개 사육자를 채찍 74대의 태형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자유사회를 지향하는 개혁파 등의 반대로 심의되지 못했다.

    테헤란 하라스미대학의 가레이모가덤 교수(사회학)는 도시지역에서 개를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하고 "자유희구의 표현이자 동시에 보수강경파에 대한 항의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 사회 전체가 '개는 부정한 생물로 만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개가 부정한 동물이라고 명확히 기술된 것은 없으나 예언자 무하마드의 언행록에는 "개의 몸이나 타액에 접촉하면 씻어 내야 한다"는 말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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