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일본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3·닛폰햄 파이터스)가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패전의 멍에를 썼다.
오타니는 31일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3개씩을 내주고 4실점 한 채 강판당했다.
3피안타 중에 석 점짜리 홈런이 포함돼 실점이 늘었다.
투구 수 64개 가운데 올 시즌 가장 빠른 시속 160㎞의 공을 4차례나 던지고, 삼진도 4개를 빼앗았지만 4회 갑자기 흔들리면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1-4로 뒤진 상황에서 물러난 오타니는 닛폰햄이 결국 3-4로 져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프로 데뷔 후에도 투수와 타자를 병행해온 오타니는 오른발목과 왼 허벅지 근육을 잇달아 다쳐 올 시즌은 정상적으로 보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타자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올 시즌 마운드에 선 것은 이번이 7월 12일 오릭스 버펄로스와 경기 이후 50일 만이자 두 번째다.
시즌 첫 등판에서 오타니는 1⅓이닝 4실점 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최고구속은 시속 158㎞였다.
이르면 올 시즌이 끝나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오타니가 오랜만에 선발 등판하자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대거 삿포로돔을 찾았다. 뉴욕 양키스의 경우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까지 직접 일본을 방문했다.
하지만 오타니의 이날 투구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오타니는 3회초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등 3이닝 동안 볼넷 두 개만 내주고 탈삼진 4개를 기록하며 호투했다.
게다가 3회말 타선이 선취점을 뽑아 4회초에는 1-0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 타자 이마미야 겐타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된 상황에서 야나기타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데스파이네의 안타에 이어 후쿠다 슈헤이에게 석 점짜리 우월 홈런을 맞아 1-4로 전세가 뒤집혔다.
애초 투구 수 50∼60개를 예상했던 오타니는 결국 4회도 채우지 못하고 하쿠무라 아키히로와 교체됐다.
일본 신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는 경기 후 "전혀 좋지 않았다"며 "(후쿠다에게 홈런을 맞은) 마지막 공도 가운데로 몰렸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그는 "아직 멀었지만 (앞선 등판보다)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