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작품은 일상 속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고 고양시켜 줘
- 파업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등 사회의 낮은 목소리 담아내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전문위원 위촉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본격적인 활동 시작해
- 블랙리스트, 구체적인 피해를 알기 어려운 사건
- 블랙리스트로 상실된 다채로운 세계들이 피해 그 자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9월 1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양구 (극작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위원)
◇ 정관용> 문화예술계 하면 딱 떠오르는 단어가 블랙리스트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참 이래서는 안 되는데요. 지금도 그 트라우마를 딛고 회복하는 그런 과정에 있는 상황이죠.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분이고요. 또 평택기지촌 여성, 파업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이렇게 우리 사회의 낮은 목소리를 작품으로 옮겨온 작가이자 연출가 이양구 씨가 이번에 윤영선 연극상을 수상했다, 이런 소식이 들려서 오늘 초대석에 직접 모셨습니다. 이양구 작가, 어서 오십시오.
◆ 이양구> 안녕하세요.
◇ 정관용> 윤영선 연극상이 뭐예요?
◆ 이양구> 윤영선 선생님을 기억하는 연극상인데요. 아마 낯설 텐데 연극인들이 되게 좋아하는 연극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정관용> 작고하셨어요?
◆ 이양구> 10년 전에 돌아가신 극작가고요. 영화 왕의 남자에 보면 ‘왜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니’ 그런 대사가 있잖아요. 그 대사가 그분의 희곡 ‘키스’에 나오는 그런 대사죠.
◇ 정관용> 연극인 사이에서는 정말 존경받는 극작가란 말씀이군요.
◆ 이양구> 네, 매우 좋아하는 작가고 그분과 같이 연극했던 분들이 상을 만들어서 기억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상은 벽산문화재단에서 후원을 하고 있어요.
◇ 정관용> 올해가 4회째라고요?
◆ 이양구> 네, 4회째.
◇ 정관용> 이양구 작가는 어떻게 해서 이 수상자가 된 겁니까?
◆ 이양구> 저도 그게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 정관용> 물어봤더니 뭐라고 그래요?
◆ 이양구> 물어봤더니 그냥 그렇다고 해서 아까 말씀하셨던 그런 이유들을 대서.
◇ 정관용> 우리 사회의 낮은 목소리를 작품화한 그런 거?
◆ 이양구> 그래서 제가 수상소감을 했다가 그게 그런 작업을 한 건 맞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잘 안 만난다고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 정관용> 요즘은 그런 작품 안 하신다?
◆ 이양구> 그게 아니라 예를 들면 세월호를 다룰 때는 또 그분들도 뵙고 노동 문제를 할 때 파업 노동자분들을 또 이야기할 때는 만나뵙기는 했는데 그렇게 만나면 계속 만나고 있는 거 같잖아요. 요즘에는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 정관용> 물론 그렇죠. 작품마다 이제 만나는 대상이 달라지는 거죠.
◆ 이양구>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얘기 나온 김에 사회성 짙은 작품을 쓰고 연출해 온 연극인, 이렇게 불러도 되겠습니까?
◆ 이양구> 그게 이제 제가 사회성이 참 떨어지는데 사회성이 짙다고 그러니까.
◇ 정관용> 아니, 대인관계 사회성이 아니고 어떤 사회적 문제의식.
◆ 이양구>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 것들을 작품 속에 많이 투영하는 연극인, 이렇게 소개하면 되겠어요?
◆ 이양구> 네, 네. 그렇게 많이들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왜 본인이 그렇게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양구> 사실은 제가 그런 작업을 처음 한 게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촌, 미군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를 다룬 게 계기가 됐는데요.
◇ 정관용> 일곱집매라고 하는 작품.
◆ 이양구> 일곱집매. 일곱 집이 자매처럼 살았다, 이렇게 해서 일곱 집 자매, 일곱집매인데 거기가 지금 평택 미군기지 K-6 캠프험프리가 있던 동네의 원래 이름이거든요. 그래서 그 작업을 했는데 그때 보신 분들이 좋다고 또 다른 것도 부탁하고 다른 거 부탁하고. 그러다 보니까 자꾸 이제 노동 문제도 다루고 자꾸 이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 정관용> 손배 가압류로 고통받는 파업 노동자의 투쟁기를 그린 노란 봉투. 그리고 블랙리스트 의혹을 풍자한 CCIGK. 이게 무슨 뜻이에요, CCIGK.
◆ 이양구> CCIGK요? 우리가 45년 해방 직후에 미군이 들어왔었잖아요. 그 미24군이 먼저 들어왔는데 그때 이제 CIC 방첩부대 산하에 CCIGK라는 민간통신검열부대가 군속으로 구성된 것이 들어왔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일을 했었죠.
◇ 정관용> 민간통신검열부대?
◆ 이양구> 부대기는 하지만 군속으로 구성돼 있었고 그러니까 조선을 수발초로 하는 모든 민간 서신들을 검열했었죠. 민간서신들.
◇ 정관용> 편지를?
◆ 이양구> 편지를. 그래서 연극적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예요. 다 모여서 이제 편지를 뜯어보는 거죠.
◇ 정관용> 그냥 민간 편지인데?
◆ 이양구> 네, 그렇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좀 심각한 건데. 하여간 그런 일을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 정관용> 블랙리스트 의혹을 이 제목을 붙였다는 얘기는.
◆ 이양구> 일종의 검열하는 이야기인 거잖아요. 서신 검열. 민간인들의 서신을 검열하는 이야기인 거죠. 그 과정에서 이제 벌어지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좀 다뤘는데요. 예를 들면 어쨌든 이제 미군에게 보고서를 내야 되는데 영어를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영어수업을 받아요, 예를 들면. 그런 장면들도 재미있고.
◇ 정관용> 한국인들이 군속으로 취직을 해서 영어를 배우고 그래서 서신 검열한 결과를. . .
◆ 이양구> 리포트로 쓰고.
◇ 정관용> 리포트로 쓰고.
◆ 이양구> 그런 과정이 연극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거죠. 내용 자체가 그렇죠.
◇ 정관용> 그렇군요. 이런 일련의 작품들을 하면서 어떤 곳에서인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런 어떤 이야기들을 굳어 있는 역사관이 아니라 액체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말을 하신 걸로 제가 봤는데 무슨 뜻입니까, 이게?
◆ 이양구> 그거는 이제 프랑스 역사학자 피에르 노라라는 분이 사실 이제 하신 얘기를 비슷하게 갖다 쓴 건데요. 그분이 이제 역사와 기억으로 우리는 통상 그러니까 역사가 곧 기억이다, 이렇게 많이 생각을 하지만 사실 이제 그분은 오히려 역사와 기억은 반대되는 거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역사라는 거는 이렇게 그냥 굳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기억이라는 건 늘 살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매일매일. 그러니까 기억이라는 건 자꾸 역사가 되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세월호 같은 경우도 3년 전의 사건이 되는 거죠. 역사가 되는 거죠, 굳어지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그걸 우리 머릿속에 들어오게 하면.
◆ 이양구> 연극으로 보거나 우리가 어떤 책을 읽거나 연극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또 당사자를 만나거나 그러면 갑자기 현재형으로 살아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자꾸 굳어지려고 하는 것을 좀 우리에게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일상 속에서 좀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그런 세월호나 이런 것들을 연극으로 만드는 것의 의미이지 않겠는가.
◇ 정관용> 그래서 그냥 굳어 있는 역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살아서 흐르는 액체처럼.
◆ 이양구> 그렇죠, 피가 돌 듯이 물이 흐르듯이 우리의 생활 속에 늘 이렇게 살아 있는 감각으로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업들이 이제 연극 작업들이 아닌가.
◇ 정관용> 그런 것을 그렇게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는 뭡니까?
◆ 이양구> 글쎄요, 저는 이제 이게 블랙리스트 하고 연관 지어서 만약에 얘기를 한다고 하면 이게 어떤 생각도 중요한데 제 생각에는 일상에서 어떤 것들이 불편해야 되거든요, 감각적으로. 이거를 내가 해야 돼, 무슨 짓을 해. 이럴 때 스스로 이렇게 이러면 안 되는. 생각이 아니라 그냥 감각적으로 내가 걸려서 그것 못 해야지 되는 거거든요. 조금 우리가 더 좋아지려면. 그런 면에서 그런 감각을 고양시키는 작업들이시겠죠. 우리 일상에서 사실 무뎌져 있잖아요, 많은 것들에 대해서. 그 무뎌져 있는 것들이 사실은 무뎌지면 안 되는 거라는 것을 조금 일깨워주는. 그런 일깨워준다는 표현은 이상하고. 하여간 감각을 좀 갱신한다고 할까요. 감각을 고양시킨다, 그런 정도일 것 같아요.
◇ 정관용> 세월호 참사 같은 거 다시 나지 못 하게, 또다시 나지 않게 잘못된 과적 그런 거 현장에서도 이러면 안 되지, 이렇게 느껴야 된다는 거.
◆ 이양구> 그게 감각이 되어야 내면화되는 거고. 이제 그것이 가치관의 형태로 자리를 잡아야 사회가 이제 정말로 변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니까.
◇ 정관용> 모든 사람들의 살아 있는 감각화 시킨다 까지가 목표다.
◆ 이양구> 목표라기에는 이상하고 그냥 공연 보시는 분들이 공연도 보고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도 비욘세 라이브라고 하는 작품을 올렸다고요. 이건 어떤 작품입니까?
◆ 이양구> 그러니까 이게 사실은 노래주점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만든 모티브가 있어요.
◇ 정관용> 뭡니까?
◆ 이양구> 세월호 참사 나고 안산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어떤 노래주점에 놀러갔는데 그 주인분께서 이렇게 참사 직후에 좀 앞에가 촛불현장이 됐대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여기서 노래를 못 하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이양구> 그러니까 이제 본인도 집회를 같이 하셨나 봐요, 한 달, 두 달, 세 달.
◇ 정관용> 촛불집회에?
◆ 이양구> 그러니까 사람들이 노래를 안 하잖아요.
◇ 정관용> 영업은 중단되고.
◆ 이양구> 영업은 중단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분의 이야기에 되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분은 기억하려고 노력해서 기억한 게 아니고. 그 감각이 살아 있었던 게 아니고 그냥 계속 원치 않아도 불편해지는 지점들이 있었던 거잖아요. 그런 데서 좀 모티브가 돼서. 그러니까 원래 이제 저희 배우의 어머니가 비욘세 노래방을 했대요. 저희가 그걸 비온세라이브라고 해서 그러니까 비가 왔다가 다음 번에 비가 오기 전 사이에 이야기인데 아까 말씀드신 것처럼 모종의 어떤 감각들, 옆에 있는 사람, 좀 더 멀리 있는 사람, 좀 더 멀리 있는 사람 혹은 죽어버린 사람. 그런 사람들에 대한 감각을 조금 조금씩 확장해 가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작품들 같은 것도 여러 개 있습니까?
◆ 이양구> 있기는 있습니다.
◇ 정관용> 예를 들면 어느 영역을 이제는 취재하고 계신 거예요.
◆ 이양구> 최근에는 제가 내년 정도에 공연을 하고 싶은 것은 6. 25 전쟁 직후에 서울 수복 직후에 있었던 인민군 치하에, 인공 치하에 부역자 재판이 있었잖아요, 서울 시민에 대한. 그 재판 과정을 연극으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서울이 북한군한테 점령당했을 당시 그때 북한군 인민군을 도왔던 사람들이 서울 수복 후에 부역자로 재판을 받는다.
이양구 연출가 (사진=벽산문화재단)
◆ 이양구> 그러니까 실제로는 개전 초기에 정부는 피난을 갔고 한강다리가 끊어졌잖아요. 그리고 3개월 동안 말하자면 이제 도망을 못 간 상태로 인민군 치하에 있었잖아요. 돌아온 정부가 부역범 재판을 한 거잖아요. 그때 이제 부역범 재판을 할 때 이제 유병진이라는 판사분이 했던 고민이 있어요. 그게 이제 재판관의 고민이라는 책에 나와 있는데 그 책이 이제 결국은 사람은 살아야 되는 거잖아요. 어떤 조건에서 살아야 되는 거고. 또 한편에서는 공동체가 좀 존재하려면 공동체의 기준. 법이든 또 도덕을 지켜야 하는 거잖아요. 그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기준을, 어떤 사람에게 어떤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걸까. 그런 기준을 적용할 기준은 나에게는 있는 걸까. 그런 성찰을 했던 분이 있어서 그분 이야기로 연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 연극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습니까?
◆ 이양구> 글쎄요, 좀 더 준비하면서 정리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저는 그런 기준들이 우리 사회가 너무 좀 낮은 게 아닐까. 그런 기준에 대해서 낮다랄까 혹은 애매하게 좀 처리하고 넘어가는 게 아닐까.
◇ 정관용>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로 다 넘어가버리는.
◆ 이양구> 그렇거나 이중기준을 쓰거나 이중잣대를 쓰거나. 그런 어쨌든 우리가 사회를 좀 새롭게 만들자라고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럴 때 이제 그런 척도라는 것은 뭘까. 그게 일종의 척도라는 게 이제 도량형도 있지만 법도 일종의 척도거든요.
◇ 정관용> 당연하죠.
◆ 이양구> 그리고 예를 들면 고려사에서 보면 금척이라고 있어요. 그거는 고려 때 쓰던 척인데 그 척으로 죄인을 신문할 때 썼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이제 흥미로운 거죠. 사물을 재는 잣대가 일종의 이제 죄인을 신문하는 법의 잣대로 사용됐다는 것도 되게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기준이랄까 척도에 대한 고민들.
◇ 정관용> 개개인의 삶과 사회의 어떤 법, 규범, 도덕. 이것과의 어떤 기준점.
◆ 이양구> 전반적으로 그런 고민을 좀 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것도 좀 기대를 해 보겠고요.
◆ 이양구> 잘 만들어야 할 텐데.
◇ 정관용> 지금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그런 활동을 하고 계시다고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지금 위원으로 계신 거죠?
◆ 이양구> 네.
◇ 정관용> 그거는 지금 어디까지 왔습니까, 작업이?
◆ 이양구> 그거는 이번 주에 공식적으로 채용 절차가 완료돼서 어제 홈페이지 오픈하면서 피해 접수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 정관용> 진상조사위원회에 일할 상근자들이 이제 채용이 됐고. 이양구 작가께서도 바로 그런 위원으로 상근을 하시게 되는 거고?
◆ 이양구> 네.
◇ 정관용> 그래서 피해 신청을 받아서요? 그다음에는?
◆ 이양구> 그러면 이제 조사를 하겠죠, 피해 신청을 받아서 이제 피해가 무엇인지를 조사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블랙리스트 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사실 저는 이 사건의 성격이 피해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 정관용> 무슨 뜻이죠?
◆ 이양구> 그러니까 블랙리스트는 진짜 안 보이게 하고 안 들리게 하는 거잖아요.
◇ 정관용> 일정 부분을 아예 빼버리는 거죠.
◆ 이양구> 사람도 빼고 작품도 빼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이양구> 사실은 피해가 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거죠.
◇ 정관용> 아니, 그 사람, 작가나 연출가. 그래서 지원을 받아서 공연을 해야 할 사람이 피해를 입은 거 아닙니까, 공연을 못 했으니까?
◆ 이양구> 블랙리스트를 그런 관점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제 예를 들면 저희가 주로 금지어가 됐던 게 세월호 이런 거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이양구> 그런데 막상 세월호를 다룬 작품을 무대에서 보면 저 사람들의 저 삶과 저 세계가 배제된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저 작품 혹은 저 작가가 배제됐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공연에 올라간 걸 보면 저 세계가 배제된 거구나.
◇ 정관용> 세월호라는 세계 전체가?
◆ 이양구> 네, 세월호. 이를테면 그러니까 저희가 세월호 엄마들이 만든 극단이 하는 공연을 봤거든요. 엄마가 자기 아이 연기를 하세요. 또 다른 엄마가 엄마 연기를 하시고. 그러면서 이제 장성해서 출근하는 아이에게 넥타이를 매주는 장면을 제가 봤거든요.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세계잖아요. 그 세계가 사라지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가 원한 게 바로 그거죠.
◆ 이양구> 그런 세계가 보이지 않도록 원하는 거고.
◇ 정관용> 않도록 하는 거.
◆ 이양구> 들리지 않도록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 사건은 상상력이 필요한 사건이거든요. 우리가 회복하자고 하지만 피해가 뭔지를 알아야 회복하는 거잖아요.
◇ 정관용> 맞습니다.
◆ 이양구> 그 피해 자체에 대해서 상상력이 필요한 거죠.
◇ 정관용> 직접적으로는 어떤 작가 그리고 극단 이런 곳이 피해를 본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피해를 본 것은 세월호. 예를 들면 노동 문제. 예를 들면 이명박 정권 당시 문제점. 이런 것들 다 못 올라왔으니까.
◆ 이양구> 그렇죠.
◇ 정관용> 그 세계 전체가 피해를 본 거다?
◆ 이양구> 무수한 세계들이 사라진 거죠. 굉장히 다채로운 세계들. 존재 가능했지만 그러니까 눈앞에 보여지지 못했던 그 세계들이 사라진 거다라는 거를 감각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이 사건 자체가.
◇ 정관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은 언제까지 계속됩니까?
◆ 이양구> 일단은 6개월 플러스 3개월로 되어 있고. 3개월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6개월은 조사 기간이고 3개월은 백서 편찬기간이고요. 그래서 필요하다면 3개월 단위로 연장 가능하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 정관용> 이 위원회의 목표는 그래서 지금 추상적으로 이양구 작가가 말씀하신 우리 사회가 전체가 입은 피해도 있으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또 연극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연극인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계의. 그분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까지 연결이 됩니까? 그건 아닙니까?
◆ 이양구> 그건 아닙니다.
◇ 정관용> 그건 아니죠?
◆ 이양구> 그건 아니고 그냥 아마도 제 생각에는 피해가 무엇이었는가만 아까 말씀드린 그 다채로움.
◇ 정관용> 제대로 드러내고.
◆ 이양구> 그것을 드러내는 것만 할 수 있어도 많은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정관용>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어떤 시스템, 이런 것을 고민해야 되겠죠.
◆ 이양구> 그건 이제 블랙리스트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제도개선이 포함돼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기대하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 또 제대로 된 제도개선안 내주시기를 부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양구> 감사합니다.
◇ 정관용> 이번에 윤영선 연극상을 수상하신 작가 이양구 작가를 함께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양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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