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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사퇴에 지분매각까지 했지만…네이버 '無총수 기업'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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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장사퇴에 지분매각까지 했지만…네이버 '無총수 기업' 물거품

    "실질적 영향력↑"…"벤처 특성 이해못한 처사, 낡은 규제 벗어나야"

    순수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총수 없는 기업'을 기대했던 네이버의 오랜 노력은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14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직접 찾아가 "네이버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이상적인 지배구조"라면서 "기존 재벌과 다른 잣대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끝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가 동일인 지정 기준에 핵심이라고 밝혔던 김 위원장은 자산총액 6조 6000억 원에 이르는 '네이버 동일인'으로 이 전 의장을 지정했다.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임원 인사나 주요 의사 결정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네이버만 예외로 허용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뜨겁다. 무엇보다도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들을 수십 년 전 만들어진 재벌기업 분류 잣대를 대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 논란도 제기됐다. 재벌 지배구조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투명하게 전환하고 있는 국내 IT 기업들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이해진 위상·영향력 막강"… 네이버-미래에셋 자사주 교환 '발목'

    이해진 네이버 총수. 자료사진
    공정위는 지난 1일 '기업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기준에 따라 이 전 의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실제 네이버 이사회 7명 중 1% 이상 의결권을 가진 유일한 등기이사이자, 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 없다"며 동일인 지정을 못박았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의 최대 주주도 아니고, 공시 의무가 있는 5% 이상 대주주도 아니다.

    그러나 네이버가 항변하는 이 전 의장의 '4.31%'에 불과한 지분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그 논리를 뒤집었다. "이 전 의장의 지분과 임원(0.18%)이 보유한 지분을 합하면 총 4.49%로 이는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지만 경영 참여 목적이 없다고 공시한 국민연금과 해외기관투자자(20.83%)를 제외할 경우 최다 출자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이버가 지난 6월 미래에셋대우와 자사주를 교환한 것도 발목이 잡혔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최근 경영권 안전 목적의 자사주 교환을 통한 1.71%의 우호지분까지 확보했다"면서 "추후 10.9%에 달하는 잔여 자사주의 추가 활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의심했다.

    네이버가 자사주를 갖고 있으면 의결권이 없지만, 미래에셋대우에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나 네이버의 경영권 분쟁 시 '백기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진 않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이 전 의장의 지분은 최대 15%가 넘어 국민연금공단을 제치고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창업자로서 '경영'에 간섭할 수만 있다면, 만일의 경우 최대 주주로서 네이버를 '소유'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학계 전문가도 "공정거래법에는 지분율이 낮더라도 실질적 지배력 여부에 따라 동일인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면서 "이 전 의장의 보유 지분은 적지만 그가 직접 임명한 이들이 네이버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전 의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의미한다"며 공정위의 의견을 보탰다.

    공정위는 또 조사결과 드러난 이 전 의장이 지분 100% 보유한 개인회사(지음, 경영컨설팅)와 사촌(화음. 음식점)·육촌(영풍항공여행사) 소유의 회사 등 3개사를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로 지목했다.

    그러나 사촌과 육촌의 회사는 이 전 의장의 지분도 없고 네이버와의 거래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의 경영 컨설팅회사 지음 역시 네이버와의 거래 없이 별도로 설립한 회사일 뿐, 세 곳 모두 공정위가 내부거래 등 사익편취 대상으로 지목할 만한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총수 지정 "벤처 특성 모르고 한 처사"…"실질적 오너 맞아, 네이버만 예외 안 돼"

    업계에서는 대체로 "이 전 의장의 총수 논란은 벤처 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벤처 기업으로 시작한 네이버가 기존 재벌처럼 가족경영이나 창업자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재벌 총수'가 아닌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전 의장은 지난 3월, 지난 14년간 몸담았던 네이버의 구심점이 돼온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대신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변대규 휴맥스 이사회 의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한성숙 전 서비스총괄본부장을 선임했다.

    벤처 기업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과 동일인 규제가 친인척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같은 재벌경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벤처 창업자로 출발해 성장해 온 네이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공정위 결정을 반박했다.

    이사회를 주도하는 의장 자리까지 내려놓은 그는 대표이사로 재직한 기간 역시 길지 않다. 공동대표였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거 NHN 공동대표)이 회사를 떠난 이후인 2000년대 중반부터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해 왔다.

    3년 전에는 최대주주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현재 네이버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350만 주, 10.61%)이다. 이어 외국계 자산운용사 에버딘(166만 주, 5.04%)과 블랙록(166만 주, 5.03%) 순이다. 지난달 14일 공정위 방문 당시만 해도 4.64%였던, 이 전 의장의 지분은 그로부터 약 열흘 뒤 0.33%(11만 주)를 매각, 4.31%로 줄어들었다.

    이 전 의장이 지분을 매각을 두고 설이 분분하지만 "필요하다면 지분을 더 줄일 수 있다"는 무언의 항변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자신이 네이버에 영향력을 거의 행사하지 않을뿐더러 일반적인 대기업 총수와는 다르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네이버가 대부분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투명하고 단순한 구조"라면서 "이는 오히려 재계 모범 사례로 남을 만한 일인데도 이들과 똑같은 재벌 총수로 지한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자녀 세대로의 경영권 세습도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아들과 딸 한 명씩을 자녀로 둔 이 전 의장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 자체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친족경영을 하거나 세습경영을 준비 중인 것과도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이 전 의장의 낮은 지분과 별개로 대내외적인 위상과 영향력이 실제로 막강한 건 사실인 만큼 네이버에만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자이자 개인주주 중 최대주주인 이 전 의장을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일본, 대만, 태국 등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평정해 온 이 전 의장 실적 때문에 주주, 임직원은 물론 외부 관계자 대부분은 그를 실질적 오너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 "산업화 시대 재벌 규제 벗어나야"…"총수 없는 대기업 장려, 새로운 규제 필요"

    그러나 이 전 의장의 총수 지정 논란과는 별개로 투명한 네이버 지배구조를 위한 그의 노력과 진정성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라이벌인 이재웅 다음 창업자조차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상적인 지배구조"라며 "정부는 이런 지배구조를 스스로 만든 기업을 대기업 지정이나 총수 지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을 할 요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 전 의장을 거들었다.

    IT 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네이버가 포털 독과점 논란이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나 세습 문제에 있어서는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들을 수십 년 전 만들어진 재벌기업 분류 잣대를 대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 논란이 제기됐다.

    모든 민간 기업이 일정 규모로 성장했다고 해서 국가가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자체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네이버 같은 인터넷 기업은 물론 갈수록 게임, 인공지능 등 ICT 기반 스타트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 기업 특성상 창업자임에도 지분율이 낮거나, 전문경영인을 따로 두면서도 주요 의사 결정에는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확연히 차별성 있는 업무 별로 분사한 형태인데다, 스타트업들로 구성돼있다. 자산 규모가 대기업 수준이라 해서 제조업, 유통업종인 삼성이나롯데, 현대차처럼 자회사 숫자만 보고 똑같은 재벌 잣대를 들이돼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수십 년 전 만들어진 낡은 잣대로 똑같이 규제하기보다는 민간기업의 전문경영인 체제 등을 장려하면서도 이들이 법에 규정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도 질 수 있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화 과정에서는 재벌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다른 기업이 성장할 생태계를 파괴하고, 총수 일가들이 회사 자산을 부당하게 편취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를 산업화 시대와 똑같은 재벌 규제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사회가 성장하려면 총수 없는 민간기업을 인정하고 그런 기업들이 많아지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총수 개인이 지배하지 않고,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경영하는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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