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 노사 갈등이 심상치 않다. 지난 노조 선거 개입 공방에 이어 이번에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둘러싸고 비판이 거세다. 특히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려 있어 KB금융 전반의 경영권 논쟁으로 비화될 지 주목된다.
5일 KB국민은행과 KB카드 등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노조협의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KB노조협의회는 "현재는 회장(윤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회전문 인사가 가능한 구조"라며 "일방적으로 IR뉴스를 통해 지주의 계획을 발표하는 행위는 현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라고 꼬집었다.
KB노조협의회는 그러면서 현재의 진행 절차에 대해 "투명성, 공개성, 공정성 면에서 심각한 후퇴"라고 진단한 뒤,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이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KB노조협의회는 후보자 명단과 작성 경과 공개, 주주,고객,직원 대표로 구성된 별도의 자문단으로 이해 관계자가 선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오는 11월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하는 한편 KB금융지주 정관과 이사회 규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 출신으로 현대증권이 KB금융에 인수되기 전 노조 추천으로 현대증권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KB노조협의회는 "현재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날치기 선임절차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투쟁까지도 전개할 수 있다"고 KB금융지주와 이사회에 경고했다.
앞서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외이사 7인으로 확대 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해 윤 회장을 포함한 내부 18인과 외부 5인, 총 23인의 후보자군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달 8일까지 후보군에 대한 평가 및 압축 작업을 진행한 뒤 이달 말까지 한달 동안 절차를 밟을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에 따라 KB 안팎에서 기정사실화 되던 윤 회장의 연임이 노조의 반발로 무산될 지 주목된다. 윤 회장은 경영진 간 다툼이 한창이던 KB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조직 안정과 더불어 리딩뱅크 탈환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토대로 11월 20일 임기만료와 동시에 연임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윤 회장은 최근 노조 선거 개입 의혹을 받은 계열사 임원 2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수리하고 직원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내는 등 내부 다지기에 힘쓰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