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시즌2요? 저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같은 연출자, 작가, 배우로요."
2011년 '싸인'부터 '유령'(2012), '쓰리 데이즈'(2014), 그리고 지난해 '시그널'까지 국내 장르 드라마에서 가장 호평받는 김은희 작가를 6일 서울 동대문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만났다.
김 작가는 대표작 '시그널' 후속편을 자신도 희망한다면서도 "제작환경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각자의 사정이 있기는 하다"며 "결국 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다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내년 넷플릭스를 통해 만날 좀비 사극 '킹덤'을 집필 중이다. 조선의 왕세자가 의문의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라 전체를 위협하는 잔혹한 진실을 밝혀낸다는 게 큰 줄거리다.
그는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보니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면도 넷플릭스와 협업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그는 전했다.
첫 사극 도전에 어려운 점은 없느냐고 물으니 "자료 조사가 힘이 든다. 조선왕조실록 같은 경우 왕가 이야기는 많아도 제가 그리고자 하는 평민의 삶에 대한 기록은 별로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킹덤'은 8부작이다. '짧아서 벌써 아쉽다'는 말에 김 작가는 "이번 아이템은 이 정도 길이가 맞겠다고 생각했다. 단막극도 해보고 싶다. 영화 쪽에서 와서 그런지 호흡이 짧은 이야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라는 경로를 선택한 데 대해서는 구체적인 말은 아꼈지만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것은 창작자에게는 좋은 현상인 것 같다. 여러 다양한 소재에 도전하고,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라고 간접적으로 말했다.
김 작가는 최근 장르극이 활성화하면서 최근 tvN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 등 신예 작가들도 활발히 발굴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장르극도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죠. 조사를 위해 형사나 법의관을 만나도 제게 사건들을 많이 이야기해 주려 하시지만 저는 그 사건을 바라보는 그분들을 더 관찰해요. 최근 이 분야에서도 재기발랄한 신인 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저도 기쁩니다."
김 작가는 인터뷰에 앞서 또 다른 스타작가 김은숙과 함께 '콘텐츠 인사이트' 강연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킹덤'에 대해 "좀비가 나오는 사극이라 제 예전 작품들보다 등장인물이 훨씬 많이 죽는다. 심지어 죽인 사람을 또 죽인다"며 "어떻게 죽일지 고민이 되니 힘들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현대 수사극을 쓸 때는 제발 폐쇄회로(CC)TV와 휴대전화가 없는 데로 가고 싶었다.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킹덤'을 쓰고 있으니 CCTV와 휴대전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그동안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가지를 골라달라고 사회자가 요청하자 2가지는 다소 엉뚱한 장면을 꼽아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싸인'이 제 첫 지상파 드라마 데뷔작이었는데 마지막회 본방송에서 무지개색의 '조정 화면'이 떴어요. 바쁘게 찍다 보니 사고가 난 거죠. 그때 처음 '현실'을 접했습니다. (웃음) 그리고 '유령' 때는 국제 해커팀이 한국전력을 해킹해 거리의 신호등과 병원 수술실 불이 모두 꺼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방송 후 국가기관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밝혀서 기억에 남아요. 저는 알아보고 썼는데…. (웃음)"
마지막으로는 '시그널'에서 박해영(이제훈 분)이 이재한(조진웅)에게 무전으로 '형사님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을 꼽으며 "찍은 장면을 보니까 참 좋더라"고 말했다.
스타작가도 시청률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지 김 작가는 매번 책상 앞에 붙은 작품 포스터 속 빼곡히 적힌 스태프의 이름을 하나하나 본다고 했다. 그는 "이 많은 사람이 내 대본 하나만 기다리고 있구나 생각하며 힘을 낸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드라마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묻자 "글이 막힐 때마다 '나만 재밌는 이야기가 아닌가'를 계속 되묻는다"며 "남들도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항상 중심을 잡는다"고 답했다.
또 "영감을 떠오르지 않을 때도 별다른 방법은 없다"며 "쥐어짜다 밤을 꼴딱 새우고 해가 뜰 때쯤 해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