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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 "'태후' 때도 시청률 걱정에 잠 못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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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숙 작가 "'태후' 때도 시청률 걱정에 잠 못 이뤄"

    • 2017-09-06 17:24

    "'미스터 션샤인', 제작비 많이 드는 드라마…경제적 글쓰기 중"

     

    "시청률 때문에 매회 불안이 크죠. 옛날에는 밥도 책상에서 햇반 먹었어요. 시청률을 제가 어떻게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책상 앞에 18시간씩 앉아있고 그랬죠."

    2004년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프라하의 연인'(2005), '연인'(2006), '온에어'(2008), '시티홀'(2009), '시크릿가든'(2010), '신사의 품격'(2012), '상속자들'(2013), 그리고 지난해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까지 인기작을 줄줄이 낳은 스타작가 김은숙(44)도 세상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시청률인 듯 했다.

    김 작가는 6일 오후 서울 동대문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제가 과거에 어디에선가 '남의 돈으로 예술하면 안 된다'고 치기 어린 말을 뱉어놓은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 드라마에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약 150명의 식구가 있으니 먹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히트한 '태양의 후예' 방송 때도 시청률 걱정에 잠 못 이룬 날이 많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배우들 덕에 1·2부 시청률이 15%대가 나왔지만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3부부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3부 방송 후에 밤 11시 10분부터 시청률이 나오는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술을 마시며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죠. '태양의 후예' 시작 무렵이 '김은숙 이제 글 못 쓰네?' 이런 반응들을 듣고 있었을 때거든요. 제 드라마는 아무래도 '김은숙표'라는 이름이 붙으니까…. 시청률이 떨어지면 모든 욕을 내가 다 먹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다행히 3부에서 20%가 넘었어요. 시청률이 오른 걸 확인하고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태양의 후예'는 시청률뿐만 아니라 주연이었던 송중기와 송혜교를 결혼에 골인하게 하는 공로도 세웠다.

    "혜교 씨가 저한테 '유시진 역할이 송중기를 다 버려놨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원래 중기 씨 성격이 굉장히 멋진 '상남자'예요. 지킬 것 딱 지키는 친구였는데 '태후' 덕분에 거기에 달콤함이 얹어졌나 보죠? 그래서 요새 최고인 모양입니다. 둘이 아주 너무 예뻐요. 서로 좋아 죽고요. 정말 축하합니다!"

    김은숙은 자신이 쓴 드라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박신양 분)가 강태영(김정은)에게 "애기야, 가자"라고 말한 것을 꼽았다.

    김 작가는 "절 지금까지 먹고살게 해준 대사다. 그 대사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처음에 그 대사를 냈을 때 다들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PD께서 '작가가 쓴 데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해줘서 찍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깨비' 중에서는 김신(공유)이 지은탁(김고은)에게 메밀밭에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고 고백한 장면을 꼽겠다"며 "도깨비가 메밀묵을 좋아해서 메밀밭을 배경으로 했는데 9월에 보름정도만 꽃이 피는지 몰랐다. 하루 만에 쓴 부분인데 사랑받아 좋았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차기작인 이병헌·김태리 주연의 '미스터 션샤인'과 관련해서도 짧은 소개와 함께 '고충'도 전했다.

    "1900년대 초 배경의 시대극이고 의병과 민초, 양반까지 다 나옵니다. 이번에는 (오늘 함께 참석한) 김은희 작가 못지않게 (캐릭터들을) 죽일 수 있어요. (웃음) 전투장면이 있거든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예요. 세트부터 의상까지 다 돈이라서 '경제적인 글쓰기'를 처음 해보고 있습니다. (웃음)"

    그는 그러면서 "시대극이다 보니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만나려면 말을 타고 가마를 타야 하고, 노비들이 왔다 갔다 해야 한다"며 "그런 제약이 집필 때 고민을 하게 하고, 그게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어줘서 재밌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집필 작업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전했다.

    "처음에는 시가 쓰고 싶었는데 재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소설을 썼는데 신춘문예에 2년 내리 낙방했고요. 영화 시나리오도 어렵고. 그러다 드라마 대본을 썼는데 잘 쓴다는 얘길 들었어요. '여기구나' 했죠. 가끔 제게 자신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있는데, 이곳은 재능이 있어도 성공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는 평소 영화나 책뿐만 아니라 일일극을 포함한 국내외 드라마도 거의 모두 챙겨본다며 "어떤 드라마든 보고 있으면 배울 게 한 가지는 있다"고 말했다.

    배우 캐스팅이 잘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늘 선택당하는 입장이라 전전긍긍한다"며 "제가 그동안 가장 많이 차인 사람은 공유 씨다. 끝끝내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도깨비'를 같이 했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제가 장하다. 참 좋은 배우였다"고 답했다.

    글 쓰며 상상했던 장면이 연출 후 다르게 나왔을 때 대해서는 "당연히 그럴 때가 있는데 경험상 PD가 좀 다르게 연출한 게 더 멋진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12살 딸의 엄마이기도 한 김 작가는 "딸과 떨어져 지내고 있고, 좋은 엄마는 아니다. 좋은 딸도, 며느리도 아니고 그냥 작가"라며 "그러나 저는 그것들에만 충실해서는 잘 살지 못할 것 같아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이날 함께 참석한 김은희 작가와는 평소 친한 사이라고 강조하며 특히 그의 작품 '시그널'과 관련해서는 "존경스럽다. 무릎 꿇고 봤다"며 "첫 방송을 은희 씨 작업실에서 같이 봤는데 정말 재밌어서 2부 편집본을 보여달라 했더니 김원석 PD가 와서 집에 가라 해서 쫓겨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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