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강력한 대여 투쟁을 선언하며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한 지 4일째로 접어들면서 명분없는 보이콧이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국당이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 저지, 대북정책 수정 등 두 가지 명분이 설득력이 부족한 데다 안보위기 변수가 돌출하면서 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당은 표면적으로는 "단일대오를 형성해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며 12년 만의 장외투쟁도 계획하고 있지만, 내부에서조차 의구심을 갖는 의원들이 하나둘 생기는 등 보이콧 유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이번 주말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일 MBC 김장겸 사태에 분노해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한국당은 각 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차례인 교섭단체 연설도 뿌리쳤다.
청와대 항의방문을 마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국당은 대신 청와대와 검찰, 방송통신위원회 등 김장겸 사태와 관련됐다는 기관들을 집단 항의방문하는 길을 택했다. 지난 5일에는 80여 명의 의원들이 집단으로 청와대를 방문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임종석 비서실장도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당초 한국당의 보이콧 명분은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었다. 따라서 김 사장이 고용노동부 서부고용노동지청에 자진 출석함으로써 국회를 거부할 명분도 사라졌지만 한국당은 보이콧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공교롭게도 한국당이 보이콧을 선언한 바로 다음날 북한의 핵실험이 돌발 변수로 떠오르면서 한국당은 현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 규탄과 대북 정책 수정 요구 등 2가지를 보이콧의 명분에 포함시켰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국당 답지 않게 이례적으로 결연한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관계 기관 단체 항의방문에도 80%의 높은 참석률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주말인 8일로 예정된 '국민보고대회'에서는 전국 당협위원회에 총동원령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인 홍준표 대표도 빠짐없이 의원총회에 참석해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홍 대표는 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4년 반 동안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 단련을 해야 한다. 한 마음이 돼서 나가는 길에는 의원들이 같이 동참을 해달라"며 주말 국민보고대회 참여를 독려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홍 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는 "아예 정기국회 전부를 다 보이콧 해버릴 수도 있다"는 취지로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보이콧을 당내 결속력 도모와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보이콧 종료 시점을 두고는 한국당 의원들도 속내가 복잡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내심 원내 복귀를 바라는 듯 '조건부 복귀'를 시사하며 3가지 조건을 내걸었지만 현재로서는 여당이 한국당의 조건을 수용할 리가 만무하다는 판단이다.
정 원내대표는 6일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적어도 여당의 책임있는 분이 공영방송 장악 의지가 없음을 밝히고 야당과의 협치, 대북 정책의 전환 등의 입장을 밝히면 국회 복귀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등은 한국당 보이콧에 대해 무시 전략을 펴며 "한국당이 국회에 대한 사보타주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4일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북한 제6차 핵실험 규탄 결의안이 채택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 통과된 대북규탄 결의안의 경우도 한국당 전원이 불참했지만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의 참석으로 무리없이 가능했다. 다당제 체제 하에서 한국당 홀로 고립되는 '한국당 패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다른 두 야당의 동조를 못 받고 있다는 점은 한국당의 운신의 폭을 매우 좁히고 있다. 국민의당은 아예 복귀 시점을 못 박았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8일까지 밖에 기다려주지 못한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 때문에 한국당 내부에서는 국민들로부터 지탄만 받고 소득없이 빈 손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 같은 우려는 지금 모든 의원들이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섣불리 보이콧을 종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은 직진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당의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누구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빈손으로 국회에 복귀한다 해도 전에 없던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건진 게 없는 것은 아니라는 아전인수식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