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이 북핵 문제 해결에 근원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러 간 긴밀한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을 이익으로 유도하는 대북전략을 시사했다.
또 우리나라 탈원전 에너지 정책 등에 발맞춰 러시아와 에너지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와의 FTA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 "극동개발 성공시키는 일, 북핵 해결하는 근원적 해법"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며칠 전 북한은 6차 핵실험으로 또다시 도발했다. 한반도의 평화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의 도발을 막는 국제적 제재에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온 것을 감사하며 지속적인 지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 또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에서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핵 없이도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길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머리 위인 극동지역 개발을 통해 경제이익으로 북한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협력과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3각 협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러 3각 협력을 위해 그간 논의돼 온 야심찬 사업들이 현재 여건상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더라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힘을 합쳐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은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북한이 시작부터 함께 하면 더 좋은 일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해 이러한 사업들에 동참하기를 절실하게 바란다"고 덧붙였다.
◇ 한-유라시아 FTA·에너지사업 협력 추진…"동시다발적 협력 제안"문 대통령은 한-유라시아 FTA, 러시아와의 에너지 사업 협력 등 다양하고 유기적인 경제협력 구상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뤄나갈 것을 제안한다"며 "'9개 다리'는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업 등이다. 우리가 함께 협력할 분야가 참으로 많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동지역을 포함한 북방지역과의 경제협력 의지가 확고하다. 임기 중에 러시아와 더 가깝게,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내고 싶다. 한국은 신북방정책의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맞닿아 있다.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개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한국이며, 한국이 추진하는 신북방정책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의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예로 '북극항로 개척'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자루비노항의 개발과 맞물려 한국의 조선산업이 결합한다면 북극항로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신 실크로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의 조선과 에너지 협력은 이미 시작됐고, 세계를 바꾸고 있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북한을 경유한 가스관이 한국까지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러시아에서의 가스 수입뿐 아니라 에너지 개발 협력에도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의 FTA 추진도 강조했다. 그는 "보다 견고하고 영속적인 북방협력의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EAEU와 FTA를 조속히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푸틴에 드러낸 친근감…"우리는 호랑이, 안 될일이 없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친근감 있는 표현과 공통분모를 나열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초반부터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것에 대해 "아주 정겹게 느껴진다", "내 고향 한국의 '부산'을 떠올리게 한다", "부산역 앞에 가면 러시아어 간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등 친근감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극동지역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협력과 공동번영을 이끌 수 있는 '희망의 땅'"이라며 "이 희망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현실화되고 있다"고 푸틴 대통령은 한껏 치켜세웠다.
또 "시베리아에서 한반도의 백두산까지 넘나들었던 호랑이를 떠올렸다.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은 호랑이를 영물로 여기며 아주 좋아했다"면서 "푸틴 대통령도 기상이 시베리아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나의 이름 문재인의 '인'자도 호랑이를 뜻한다. 우리는 호랑이의 용기와 기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극동지역 발전에 나선다면 안 될 일이 없지 않겠는가"라고 호랑이를 연결고리로 자신과 푸틴 대통령을 연결지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면서 "푸틴 대통령도 평소 스키와 아이스하키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으로 안다. 평창에 오면 자연스럽게 한·러 연례 정상회담이 복원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