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하지만 이러한 강력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기존 소년범죄 방지책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구멍 난 '선도학생관리제'와 무용지물 '학폭위'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가해자 A(14) 양과 B(14) 양은 당초 범행 한 달여 전부터 경찰의 '선도대상학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당시에도 이들은 피해학생 C(14) 양을 폭행해 선도대상학생으로 지정됐었다.
(관련 기사 : 16. 9.7 CBS노컷뉴스 경찰, '여중생 폭행' 가해학생 선도대상 지정해 놓고 딴소리)
하지만 이들은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경찰이 운영 중인 학교전담경찰관(SPO)의 관리대상에 이름만 올렸을 뿐 아무렇지 않게 잔혹한 범행을 이어갔고 지난 1일 C 양에게 또다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결국 경찰이 해당 가해학생들을 선도대상으로 지정해놓고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년범을 관리하고 담당해야하는 당국의 고질적 인력부족 현상도 이번 사태를 초래한 이유로 꼽혔다.
지난해 기준 전국 소년범을 담당하는 보호관찰관은 190여 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이 관리해야 하는 보호관찰 대상 소년범은 2만5천여 명에 이르고 있어 1명 당 130여 명의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는 현실이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당시 주변 CCTV 화면.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이번 폭행 사건의 가해자 두 명은 폭행과 절도 혐의로 각각 지난 4월과 5월부터 보호관찰 처분이 내려진 상태였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해 학생들이 속한 학교 역시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고선 형식적 절차에 따른 징계만 진행했다. 이마저도 '표준선도프로그램 10시간 이수'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고 이수시간을 모두 채운 이들은 다시 폭행을 이어갔다.
결국 미성년자들의 범죄예방과 재범방지를 위해 겹겹이 마련된 이러한 여러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끔찍한 폭행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구멍 뚫린 기존 대책, 개선이 우선"이번 폭행사건으로 10대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소년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기존 대책부터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소년법 개정, 심지어 사형까지 가능토록하자는 이야기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 SPO와 보호관찰관이 정보를 공유하며 재범가능성이 높은 청소년들을 관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은 처벌보다는 교육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소년법의 취지이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형량 상향에 우려를 표했다.
부산지법 천종호 판사 (사진=SBS 학교의 눈물 캡처)
'호통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역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형벌의 상한은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아예 사형까지 선고한다든지 어른과 동등한 취급을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건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이 나타난 현상에 대해 처벌 위주로만 논의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제도개선과 함께 소년범죄를 일반 형사범죄와 다르게 접근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수정 교수는 "경찰과 검찰 수사, 재판 과정이 길어지면 가해 학생들은 결국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오늘 폭행을 했는데 재판이 1년 후에 열리면서 가해자들이 사법제도의 엄중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영‧미권 국가에서는 (소년범죄를) 사건처리에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빠르게 선고해 지도할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며 "현행법으로 적발돼 혐의가 명확한 소년사건의 경우 경찰에서 검찰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법원으로 이어지는 즉심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