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7일 오전 성주 사드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가 완료되면서 한·중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미의 전격적인 사드 배치 소식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 차원의 사드 보복에 나설 경우 한·중 관계가 파탄 국면에 처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 '사드 배치 중단' 중국 핵심이익 말했지만…체면 잃은 시진핑베이징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한국에서 민간 채널을 통해 한·중간 사드를 포함해 민감한 사안을 논의해보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시 주석의 격노로 중국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 소식통은 한국이 사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한·중 관계 회복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사드를 둘러싼 시 주석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지난 3일 북한 핵실험 직후에도 감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주요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법을 논의했지만 시 주석과는 아직까지 통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시 주석이 중국 샤먼(夏門)에서 개최된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로 일정이 바빠 통화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그 동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가 이뤄진 점을 보면 시 주석 측에서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G20 정상회담 기간 동안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 중단이 중국의 ‘핵심이익’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서 시 주석의 이런 당부가 공허하게 돼버렸다. 시 주석 1인 집권체재 완성을 위한 제19차 당대회를 한 달여 정도 앞두고 체면을 구긴 셈이다.
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외교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브릭스 무대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망쳐버린데다, 한국의 사드 배치 완료로 연타를 맞게 된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 주중 대사 초치 사실 공개 확인…거칠어진 중국 사드 배치가 완료된데 따른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의 반응도 한 차원 더 거칠어졌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측은 이미 한국 측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김장수 주중 대사를 초치했음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주요 사안에 대해 해당국 대사 등을 초치할 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겅 대변인은 브리핑이 끝난 뒤에 “이미 어제(6일) 김 대사를 불러 사드와 관련해 항의했다”며 초치 날짜까지 직접 확인해줬다.
외국 대사의 초치 여부는 직접적으로 확인해주지 않던 과거 관례를 무시하고 김 대사의 초치 사실을 공개하면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사드를 악성 종양에 비유하며 “한국이 점점 북한과 같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중국 정부 차원 보복 조치 나서나중국 정부와 매체들의 반응이 거칠어질수록 사드 보복 재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져만 가고 있다.
올해 초 있었던 사드 보복 정국에서는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에게 타격이 될 조치들을 시행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조치가 아님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가 차원의 전면적인 보복조치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사드 배치 완료로 사드 자체가 협의할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에 중국 측에서도 이에 상당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이날 현대자동차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와의 합자관계를 끝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중국이 군사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늘리고 방공식별구역(KADIZ)이나 서해경계선 도발로 한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