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잇단 발화 사태로 두 번 강제 리콜되면서 예기치 못한 번거로움에 시달리고, 차기작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이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인 25% 요금할인 혜택마저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갤럭시노트7 구매자를 위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7·엣지를 2년 할부로 산 뒤 1년 쓰고 반납하면 갤럭시 S8이나 노트8로 바꿔주는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24'개월 할부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지난해 11월 무렵 해당 프로그램에 가입한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은 약정 기간이 1년 2개월이나 남으면서, '신규 약정 가입자'만 대상으로 하는 25% 요금할인 혜택에서 제외됐다.
◇ 갤노트7 구매자, 25% 요금할인 혜택받으려면 위약금 내거나 1년 2개월 기다려야지난해 9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을 구매했던 직장인 양모 씨는, 갤럭시노트8 사전 예약 판매가 시작된 7일 가입 통신사 대리점으로 곧장 향했다. 노트시리즈만 줄곧 써오던 그에게는, 지난해 잇단 발화 사태로 결국 단종된 갤럭시노트7을 제외하면, 갤럭시노트5 이후 2년 동안 기다린 노트 차기작이다. 109만 원의 높은 출고가는 고민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대리점에 도착한 양 씨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을 위해 내놓은 보상 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당시 교환했던 갤럭시S7을 반납했다. 이는 갤럭시노트7 구매자가 갤럭시S7이나 S7 엣지를 24개월 할부로 산 뒤 12회차까지 할부금을 내면 나머지 12회차 할부금을 낼 필요 없이 갤럭시 S8 또는 노트8을 살 수 있는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갤럭시노트8과 교환하겠다"면서 "공시지원금 대신 25% 선택약정할인에 가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출고가가 전작인 갤럭시노트7에 비해 10만 원 정도 높아진 데다 정부의 통신비 정책인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이 오는 15일부터 적용되는 만큼 공시지원금보다 요금할인 가입이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양 씨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을 살 때 맺은 2년 약정이 끝나지 않아, 25% 요금할인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25% 요금할인을 받고 싶으면 기존 약정을 해지한 뒤 신규 가입을 해야 하고, 이 경우 위약금이 발생한다"면서 "약정한 지 1년도 안 됐기 때문에 위약금을 내고 해지하는 것보다 20% 요금할인에 가입하는 게 낫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에 당황한 양 씨는 "두 번이나 강제 리콜되면서 구매한 대리점까지 직접 가 반납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내 잘못도 아닌 삼성전자 사정으로, 예정에도 없던 갤럭시S7을 내 돈 내고 쓴 것도 억울한데, 요금할인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대리점 직원에게 따졌다. 그러나 "계약 조건과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그는 곧바로 고객센터에도 문의했지만, 대답은 같았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보상 프로그램에 가입했기 때문에 남은 할부금 면제가 가능한 12개월을 채우려면 약 3개월이 더 남았다. 이에 따라 갤럭시노트8로 교체하려면 3개월 치 단말기 할부금도 토해내야 했다. 20% 요금할인 해지에 따른 위약금은 9만 9930원에 남은 단말기 할부금 4만 910원씩 3개월 치를 다 더하면 22만 2660원, 갤럭시노트8 구매(출고가 109만 4500원) 가격과 별개로 드는 추가 비용이다.
양 씨는 "제조사 사정으로 불편을 감수하면서 쓰고 싶지도 않던 스마트폰을 갤럭시노트8 출시만 기다리며 억지로 썼는데, 통신비 절감 혜택을 받으려면 내년 갤럭시노트9이 출시되고도 2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서초동의 한 대리점에서 만난 또 다른 갤럭시노트7 구매자도 "당시 보상 프로그램이 할부금 50%라며 굉장한 할인 혜택인 것처럼 강조하고, 말일까지(11월 30일) 가입하지 않으면 사후 서비스도 못 받는다며 가입을 독촉했지만, 모두 포장에 불과했다"면서 "갤노트 시리즈 충성고객에게 2번 강제 회수하는 번거로움을 주며 갤럭시 안에서 묶어놓고 호갱을 만든 셈"이라며 분노했다.
◇ 두 번 리콜·단종에도 갤노트8 기다렸지만…아쉬운 갤노트7 보상 프로그램지난해 갤럭시노트7 잇단 발화 논란으로 '글로벌 전면 리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구매자가 갤럭시S7·엣지 등으로 교환하면 차기작인 갤럭시S8·노트8로 큰 부담 없이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상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충성도 높은 갤럭시노트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했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애플 아이폰7 시리즈가 국내 예약 가입자만 30만~40만 명에 이르는 등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삼성전자가 '고객 지키기' 총력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동시에, "(지난해) 11월 30일까지만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가입 할 수 있다"면서 "만약 말일(30일)까지 기기 반납과 교체를 하지 않으면 고장 나더라도 사후 서비스도 안 되고 제품 반납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보상 프로그램 가입을 권유했다.
무엇보다도 삼성전자는 당시 노트7 배터리를 60%까지만 충전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강제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안전 문제 등을 우려, 갤럭시노트7의 신속한 회수 및 교환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양 씨 역시 갤럭시노트7 사용을 고수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충전하거나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녀야 하는 등 불편함이 컸다. 게다가 미국 출장까지 앞두고 있었던 터라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당시엔 언뜻 '반값 할인'으로 느꼈던 혜택이었지만 결국 임시 대체품에 불과했던 갤럭시 S7과 S7 '반납'이 조건이고, 교환해주겠다던 갤럭시S8이나 갤럭시노트8 역시 온전히 구매해야 하는 터라 사실상 제값 주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할부 기간이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두 번째 강제 리콜이 진행되면서 출시된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은 11월 30일이었다.
당시 갤럭시S7 시리즈로 교체, 구매한 경우 12개월은 반드시 사용해야만 단말기 교환이 가능하다. 결국, 지난해 11월부터 갤럭시 보상 프로그램 가입자는 올해 11월에야 갤럭시노트8을, 조건이었던 12개월 할부에서 남은 할부금 반납 없이 교체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보상 프로그램 조건이었던 '24개월 할부' 구매가 약 1년이 지난 지금 오롯이 '덫'이 되고 말았다.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이 정부의 25% 요금할인 혜택을 누리려면 지금부터 1년 2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차기작인 갤럭시노트9이 나오고 2개월 뒤에야 최신 단말기와 통신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갤럭시 보상 프로그램 대상이었던 상반기 전략 모델인 갤럭시S8은 애초 교체 대상도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노트7 보상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올해 3월 갤럭시S8이 나오기까진 5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7개월 치 갤럭시S8의 할부금을 또 내야 하는 것이다. 24개월 조건이었던 20% 요금할인도 그대로 안고 가야 했다.
25% 요금할인율 상향에 강경하게 반대해온 통신사 역시, 갤럭시노트7 구매자에 대한 제조사와 제대로 된 협의 없이 먼저 나서서 위약금을 면제하고 인상된 요율을 적용해 신규 약정을 체결해 줄 의무는 없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을 구매한 소비자 모두 제조사와 통신사, 그리고 정부로부터 외면당한 셈이다.
이미 포털 사이트 일부 블로그에는 양 씨와 비슷한 불만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rlat****는 "갤노트8 보상 혜택으로 구매하고자 마음에도 없던 갤럭시 S7엣지 쓰는데 당연히 애정이 없다 보니 임대폰 느낌처럼 막 썼는데 애초 액정 수리 안 하면 반납 불가"라면서 "졸지에 호갱됐다"며 분노했다.
아이디 Eu***도 "위약금 발생분에 동의해야 예약 진행된다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노트8으로 결정해 어쩔 수 없이 동의하긴 했지만, 위약금에 할부금 다 내면 적자인데 잘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이 좀 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계약 조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이 계약 조건이 동의한 부분"이라면서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