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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학금 준다해서 갔는데"…어느 시골학교의 배신



사건/사고

    [단독] "장학금 준다해서 갔는데"…어느 시골학교의 배신

    남해 해성고 약속 파기 물의…학교측 "이사들이 지급 않기로 결의"

    (사진=남해해성고 홈페이지)

     

    파격적인 장학혜택을 제시하며 전국의 성적우수 중학생들을 끌어모았던 경남의 한 시골 고등학교가, 약속했던 장학혜택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경남 남해 해성고등학교.

    한때 폐교위기까지 갔던 이 시골학교가 짧은 기간에 전국적인 명문고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6년 에머슨퍼시픽그룹 회장인 이중명 이사장이 해성학원을 인수하면서 내세운 장학제도 때문이었다.

    전국 단위 모집을 하는 농어촌 자율학교인 남해해성고의 장학제도는 다른 학교와 비교해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서울대와 연세대에 진학할 경우 4년 간, 고려대와 포항공대, 카이스트는 2년 간 등록금을 재단에서 전액 지원하는 것.

    이 때문에 바닷가 작은 시골학교였던 남해해성고에는 전국 각지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들었고,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는 4년제 대학진학률이 경남 1위를 차지했다.

    2017학년도만해도 서울대 5명, 연세대 8명, 고려대 7명, 한양대 8명 등 재학생 115명과 졸업생 15명 등 130명 가운데 122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지난 2014년 취임 후 첫 공식 방문 학교가 남해해성고였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공교육 우수 현장사례 탐방 차 이 곳을 방문하는 등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쳐왔다.

    ◇ "장학혜택 하나보고 그 멀리까지 갔는데…일방적으로 중단하다니"

    그러나 재단은 입학할 때 학생과 학부모에게 약속한 장학금을 올해 2학기부터 지급을 중단했다.

    올해 고려대에 입학한 A씨는 "경기도에 살다 고등학교를 알아보던 중 이런 특혜가 있어서 살던 동네를 떠나 친구도 없는 그 멀리까지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장학금 지급이 중단된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가 어이가 없어 하셨고, 저도 당황했다"며 "중학교 때 집안 형편이 안 좋아 장학금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갔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대 2학년인 B씨는 "이 학교가 명성을 얻게 된 이유는 파격적인 등록금 지원 영향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며 "저 같은 경우도 해성고 갈 성적보다 좋았지만 장학금 하나 보고 입학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형제가 4명인 B 씨는 가정 형편을 고려해 대학등록금까지 지원해주는 고등학교를 찾다 해성고를 찾았다.

    그는 "장학금 제도는 일종의 계약 관계라 생각한다"며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해 학교 명성을 높여 주는게 제 역할이고, 학교는 서포터로서 지원해 주는 건데, 이제 학교 명성이 충분히 올라 가니까 일방적으로 취할 건 다 취하고 이제 필요없다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B 씨는 "이제 등록금 때문에 과외를 알아봐야 하고 근로장학생도 신청해야 한다. 공부만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 "학교명성 올려줬는데, 취할 것만 취하고 필요없다고 버린것"

    서울대 1학년인 C씨는 "입학할 때 파격적인 지원혜택을 언급해 놓고 일방적으로 파기해 버렸다"며 "이럴거면 해성고에 오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학제도 때문에 가고싶은 학교를 바꾼 학생도 있었다.

    연세대 2학년 D씨는 "고려대는 연세대와 달리 당시 농어촌 전형이 있어서 제 성적으로 모든 과를 갈 수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컸다"며 "그런데 학교에서 장학금을 고려대는 2년 만 지원해 준다고 해서 연세대를 가게 됐다. 장학금 차이가 없었다면 고려대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액 등록금 지원이 명시된 장학증서. (사진=자료사진)

     

    연세대에 다니는 E씨는 "학교가 단물만 뽑아 먹었단 기분이 든다. 배신당한 기분이 들고,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해성고가 장학금을 미끼로 공부 잘하는 애들이 와서 터를 닦아 놓고 이제는 굳이 장학금으로 유인하지 않아도 찾아오게 되니 등록금 지원을 끊어버렸다"고 비판했다.

    ◇ 학교 "어쩔 수 없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해해성고 관계자는 "이사장의 회사에서 장학금을 지원했는데,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되고 외국계 법인 이사들이 들어오면서 자금 지급을 안하기로 결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학금 때문에 학교가 명성을 얻은 데 대해 부인을 못한다"고 시인하며 "저희들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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