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8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민간인 댓글부대'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외곽팀 운영의 실무책임자로 지목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8일 검찰에 출석했다.
민 전 단장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나오면서 "사이버 외곽팀 활동의 책임자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 등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원세훈 전 원장이나 다른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민 전 단장을 상대로 외곽팀 운영 전반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다.
심리전단의 업무매뉴얼이 사이버 외곽팀에도 적용됐는지를 비롯해 외곽팀 운영과 활동 내용에 윗선의 지시와 보고가 있었는지 등이 중점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단장은 당초 전날 소환이 예정돼있었지만, 변호인 선임을 못했다는 이유로 출석을 하루 미뤘다.
그는 이미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심리전단 산하 사이버팀 직원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인터넷과 SNS 등에서 여론조작을 한 혐의로 원세훈 전 원장 등과 함께 기소됐다.
지난달 30일 파기환송심에서 그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편, 사이버 외곽팀장으로 활동한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전현직 간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새벽 기각됐다.
법원은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혐의는 소명되지만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곽팀장 등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댓글부대로 활동한 민간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지회 측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국가예산으로 활동비를 지급받으며 노골적인 사이버 대선 개입과 정치관여를 했고, 수사가 이뤄지자 단순한 개인 일탈로 몰아가기로 하면서 증거를 감췄는데도 모두 영장을 기각한 법원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