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열리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이화여대 출신 MBC 언론인들이 유의선 이사 사의표명을 듣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의 파업 5일째인 8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유의선 이사(구 여권 추천)가 사의를 표명했다.
유 이사는 8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태가 악화되다 보니 학생 교육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MBC) 파업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관리 책임자로서의 책임은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 일정을 이유로 어제 방문진 이사회에도 불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컷 인터뷰▶ 오늘(8일) 사의표명한 것 맞나.어제(7일)도 계속 고민중이었다. 사의표명했다.
▶ 어떤 계기로 사의표명하게 됐나.계속 누적돼 온 거지만 저는 학교 선생이다. 그래서 저한테 제일 소중한 건 제 학생이고 제 학교다. 사태가 자꾸 제 본의와 다르게 악화되다 보니까 학생 교육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이화여대 이름이 자꾸 거론되다 보니까, 제가 20여 년 이상 공직을 한 이화여대의 명예에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겠단 생각으로 사표를 낸 것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파업 이후 부담을 더 느끼게 된 것인가.계속 누적이 됐다. 파업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 파업에 제가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정당성에 대해 좀 더 논의해야 되겠지만 관리 책임자로서의 책임은 느끼고 있다.
▶ 이화여대 출신인 MBC 언론인들이 유 이사에게 "공방송으로서 MBC가 저버린 책임과 의무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며 사퇴 결단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게 화제가 됐다. 사의에 영향을 미친 것인가.그건 아니다. 그건 오보다. 저도 그 보도를 읽고 (메일함을) 확인했다. (7일 오후) 5시 45분에 제 메일에 들어왔더라. 그건 제 사퇴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 (수신 시간 화면을) 제가 확인해드릴 수도 있다. 그런데 제 제자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니까 제가 답신도 바로 했다. 언론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거기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화를 내지 말라고 했다.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을, 법적인 부분까지 포함해 굉장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얘기를 했다. 공개 토론을 얘기했는데, 17명이 다 올 수 없더라도 3~4명이 오면 사제 지간에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 우리가 부족한 게 소통인데 나는 그렇게 부패한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를 했다.
유 이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11월 여권(당시 새누리당) 추천으로 선임됐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이자, 제26회 한국방송학회장을 맡은 언론학자다.
현재 방문진은 구 여권 추천 이사 6명, 구 야권 추천 이사 3명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유 이사 사퇴로 여권 추천 이사 자리가 비면,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몫 인사로 채워져 구 여권 이사 5명, 구 야권 이사 4명 구도가 된다.
만약 이후 구 여권 이사 중 한 명이 더 사퇴하면 이 공석을 민주당이 추천하게 되므로, 구 야권 이사는 5명으로 느는 반면 구 여권 이사 수는 4명으로 줄어든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 추천 이사들이 '소수'가 되는 방향(6:3→4:5)으로 방문진이 재편된다는 의미다.
이 경우, 구 야권(현 여권) 이사가 해임 정족수인 5명이 되기 때문에,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두 사람을 해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 이사의 이탈 이후 흐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방문진 이사는 방문진법 제6조 4항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유 이사 사퇴에 따라 방문진 사무처는 조만간 방통위에 새 이사 임명을 요청할 예정이다. 보궐이사의 임기는 유 이사의 잔여 임기인 내년 8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