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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5만원 선물기준' 개정…실종된 추석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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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경제정책

    물 건너간 '5만원 선물기준' 개정…실종된 추석 대목

    선물비 가액기준 추석 이전 조정, 사실상 불가능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됐지만 1년 가까이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률 개정안만 14건에 달한다. 기존의 법률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과 반대로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제각각 발의되면서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렇다 보니, 이들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발목이 묶여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와 해수부가 올해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김영란법의 가액기준을 선물 5만 원에서 10만 원 등으로 올리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뜩이나 소비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우와 과일, 화훼, 굴비 등 농축수산물 생산 농가들이 선물 최대 성수기인 추석을 앞두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김영란법 개정안 14건 발의…'누더기 법' 될 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회에 계류 중인 김영란법 개정안은 모두 14건으로 크게 3개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적용대상과 관련해 4건이 계류 중이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을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자는 개정안이 있고, 4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들에 대해선 현행법을 적용하고 중하위직 공무원과 언론인 등에 대해선 2년 유예하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이에 반해,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의 보다 강화된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어, 적용 품목과 관련된 개정안도 6건이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김영란법 가액 기준인 식사비 3만 원, 선물비 5만 원을 각각 10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현재 10만원인 경조사비는 5만 원으로 내리자는 개정안이 있다.

    무엇보다도 농축수산물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자는 개정안이 있고, 품목 적용 기한을 3년간 유예하는 등 보다 완화된 법안이 다수 제출됐다.

    하지만, 현재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 가액 기준을 아예 법으로 정해 쉽게 고칠 수 없도록 하자는 개정안도 발의됐다.

    이밖에, 김영란법 적용 대상 공공기관의 직원들에 대해선 서약서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거나 아예 삭제하자는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특히, 김영란법 청탁금지 대상에서 국회의원은 제외돼 논란이 빚어진 것과 관련해, 기부금 출연과 인사 청탁 등을 규제하는 내용의 개정안과 직무 관련자와의 거래제한 등 이해충돌 방지규정과 관련된 개정안도 발의됐다.

    문제는 14건에 달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의 내용이 제각각인데다 서로 충돌하면서 국회 내부에서도 더 이상 합리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김영란법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원안 개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지난 1년 동안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발목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 선물비 10만원 상향 조정…추석 이전 개정, 물 건너 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김영란법 제정 취지에 대해서는 반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농축수산물의 소비 둔화로 이어지면서 농어민들의 경제적 피해가 너무 심각한 만큼 김영란법을 일부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 부처의 분명한 원칙은 농축수산물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급 한정식과 일식 식당 등에서 식사비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모임 등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한우와 굴비 등 고가의 농축수산물도 얼마든지 선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법률 자체를 개정해야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반발하고 있는데다 국회 내부적으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법률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14개 개정안이 모두 통과된다면 김영란법은 그야말로 누더기 법안이 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개정안은 채택하고 어느 것은 안 된다고 취사선택할 상황도 아니라서 법률 개정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농식품부와 해수부도 이런 복잡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당장 김영란법의 가액기준부터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가액기준은 법률 개정 없이도 행정부가 시행령만 개정하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추석 전에 김영란법 가액기준을 조정해서 선물은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추석 이전에 가액기준을 높여서 한우와 과일 등 선물용 농축산물의 실질적인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국민권익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추석 전에 시행령을 개정하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8월 28일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일부 업종의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파악해 11월이나 12월에 국민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농업계가 요구한 농축산물의 김영란법 적용 대상 제외는 물론 선물가액을 기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올 추석 전에는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 올해 추석 대목 실종…지난 설날 패턴 이어질 듯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한우 도축물량은 40만 7478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만4646마리 보다 1.7% 감소했다. 공급물량이 줄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공급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 7월까지 한우고기 평균 경락가격은 1㎏당 1만616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8571원 보다 무려 12.9%나 폭락했다.

    이는 가장 큰 원인이 소비둔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이 아예 한우고기를 사 먹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이용선 박사는 "수입 소고기가 들어오면서 한우고기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많이 변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한우고기 소비의향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가격이 지금보다 14%정도 더 떨어지면 예전처럼 소비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 추석도 김영란법 영향으로 선물용 한우고기 소비가 지난 설 명절과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27일까지 설 명절 기간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7곳을 대상으로 선물세트 판매실적을 조사한 결과, 한우고기와 과일 등 국내산 신선 농축산물의 설 선물세트 판매액은 1천242억원으로 2016년 설 명절 기간(1/11~2/7) 보다 무려 25.8%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국내산 한우고기 판매액이 24.4%, 과일은 31.0%, 수산물은 19.8% 가 감소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김영란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농민들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추석 대목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올해 추석 전에 선물 가액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정부가 내년 설날 이전까지는 보다 현실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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