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처음부터 명분은 없었다. 지난 6월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도 1차 추경예산안을 심의하면서 1천억원을 유보금으로 남겼다.
명분은 하나였다. 당시 송한준 예결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정부의 새로운 정책 실행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유보금을 남겨두기로 했다."그 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추경예산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름하여 일자리 추경이었다. 야당은 일자리는 추경의 요건이 안 된다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읍소를 했다. '일자리 문제는 급처방이 필요한 응급상황'이라고….
그런데, 요즘 경기도에선 '내로남불', '문로남불'(문재인이 하면 로맨스, 남경필이 하면 불륜)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청년 일자리 정책에 필요한 예산을 경기도의회가 전액 삭감한 것이다. 그것도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이 아닌 그토록 목이 터져라 외쳤던 민주당이 말이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정책 실행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과 시기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 지사의 정치적 목적이 농후하다는 것.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절차적 문제는 행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에 발맞춰 경기도가 선제적으로 중소기업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데 (민주당이) 왜 반대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결국 정책의 내용과 틀은 사라지고, 정치적 명분만 남았다. 또다시 민생은 정치적인 이유로 발목이 잡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 내에서도 이번 삭감이 "명분이 약하다"는 소극적인 반응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한 예결위원은 "정책의 의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정책의 세부적인 설계나 절차에 문제가 없는 지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내 한 의원은 "지금은 우리꺼(청년구직통장 등)에 집중하자는 것 같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은 좀 약하다"고 귀뜸했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가 '생떼'처럼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연정'이다. 경기도는 남 지사 취임과 동시에 야당과 연정을 해오고 있다. 앞선 3년여 동안 민주당은 이 연정을 통해 자신들의 정책을 올곧이 경기도 정책에 투영시켜 왔다.
만약 송 전 위원장의 말대로 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서 하는 이번 추경이라면,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일자리와 관련된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했어야 맞다.
하지만 최근 삭감 소식에 경기도대학생들의 "우리 청년들은 청년 정책 예산의 삭감이 결정된 이후 청년들을 위한 차선의 정책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는 비판처럼, 그 어디에도 이번 추경예산안에는 민주당의 일자리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에 묻고 싶다. 남 지사의 정치적 야심은 보이면서 문재인 정부가 '응급상황'이라는 청년들의 절규는 보이지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