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메이저리그에는 '록토버' 열풍이 불었다.
2007년 8월 마지막 날까지 69승65패를 기록하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콜로라도 로키스는 마지막 한달동안 갑자기 가파른 상승세를 21승8패를 기록했다. 시즌 마지막 14경기에서 13승을 챙기며 극적으로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샌디에이고와 동률을 이뤘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극적인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승리한 콜로라도는 내셔널리그 승률 1위 필라델피아와 애리조나를 상대로 무패행진을 질주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비록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패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시즌 막판 기세가 포스트시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록토버'는 콜로라도의 팀 닉네임 로키스와 10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 '옥토버'의 합성어로 인상적이었던 콜로라도의 10월 질주를 상징하는 단어다.
지난 10년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구단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정규리그 9월과 10월 성적이 좋았다. 10개 팀들의 정규리그 평균 승률은 58.7%. 그들의 정규리그 마지막 달 평균 승률은 61.6%였다. 비교적 좋은 분위기에서 시즌을 마무리한 공통점이 있다.
2015년 챔피언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최근 10년동안 마지막 한달 승률이 5할보다 낮았음에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유일한 구단이다. 이 기간 15승17패에 머물렀지만 시즌 마지막 5경기를 연승으로 장식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가을 잔치에 합류했다.
2017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LA 다저스의 추락에 날개가 없다. 다저스는 11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에서 1-8로 져 10연패 늪에 빠졌다.
다저스가 10연패를 당한 것은 1992년 이후 25년만에 처음이다.
다저스는 최근 16경기에서 15패를 당했다. ESPN에 따르면 16경기 구간에서 15승을 기록한 팀이 같은 해 다른 16경기 구간에서 15패를 당한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2017년의 다저스가 최초다.
다저스는 6월초 17경기에서 16승을 챙겼던 팀이다. 지금은 기세가 180도 달라졌다. 다저스의 올해 9월 성적은 1승10패로 처참하다.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의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높다. 8월까지 엄청난 승수를 쌓아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1위 자리는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다저스는 92승51패를 기록 중이고 동부지구 1위 워싱턴 내셔널스가 88승55패를 기록해 다저스를 4경기차로 추격했다.
9월 첫 10경기 기준으로 다저스의 팀 OPS(출루율+장타율)은 0.599로 리그 최하위다. 무서운 신예 코디 밸린저의 등장을 계기로 리그를 초토화시켰던 화력은 온데간데 없다. 한때 빈곤한 득점력 때문에 축구 스코어와 비슷한 득점을 올린다고 해서 붙었던 'FC 다저스'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류현진이 후반기 들어 비교적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팀의 분위기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시즌 초반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득점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불운이었다면 지금은 그게 다저스 타선의 실력이다.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중심으로 하는 탄탄한 선발진의 힘이 가장 큰 무기였다. 하지만 최근 커쇼, 알렉스 우드 등 한 시즌동안 팀을 지탱했던 핵심 선발투수들이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야삼차게 영입한 다르빗슈 유는 이적 후 6경기동안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두 차례 달성에 그치며 2승3패 평균자책점 5.34를 기록, 다저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저스의 9월 위기는 심각해보인다. 남은 기간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간 월드시리즈 진출은 커녕 디비전시리즈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8월의 다저스와 9월의 다저스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다저스는 최근 4번의 시리즈에서 3차례나 스윕(시리즈 전패)을 당했다. 그 전까지 다저스를 상대로 시리즈 스윕을 거둔 팀은 단 한 팀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