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노보 252호 (사진=SBS노보 캡처)
SBS 대주주 윤세영 회장이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는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노조 폭로 이후, SBS 내부가 들끓고 있다. 노조는 윤세영-윤석민 부자의 경영일선 완전 퇴진'을 요구하며 끝장투쟁을 선언했고, 직능단체와 각 기수별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이하 SBS본부)는 지난 6일 오후 대의원회의를 열어, SBS를 시청자와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서기로 결의, 참석 대의원 만장일치로 '리셋 SBS 투쟁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SBS 소유와 경영의 완전하고 실질적이며 불가역적인 인적·제도적 분리를 확립할 것 △대주주와 경영진의 부당한 방송통제와 개입을 막아내고 방송 취재·제작·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완전히 확보할 것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한 착취적 지배구조를 배격하며 SBS의 사업 및 수익구조를 시청자 이익에 최우선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이며, 지속 가능하도록 정상화할 것 3가지가 담겨 있다.
SBS본부는 "앞으로 조합원 행동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조만간 조합원 총회 등을 통해 투쟁 수위를 점차 높여갈 방침"이라며 "다음 노보 등을 통해 SBS를 사유화한 방송 사유화 실태를 추가 폭로해 SBS를 리셋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SBS본부는 5일 노보를 통해 윤 회장이 'SBS 뉴스 혁신'이라는 문건을 통해 클로징 멘트까지 개입하려 했고,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에는 아예 보도 방향을 지시했으며, "박근혜 정부를 좀 도와줘야 한다"며 청와대와 대통령 관련 무비판적 보도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9. 5. SBS노조, "朴 정부 도와야"… 윤세영 회장 보도지침 폭로)◇ 입사 20년차부터 막내기자들까지 항의 성명 동참윤 회장의 보도지침이 드러난 이후, SBS 내부에서는 보도개입 실체를 명백히 밝히고 시청자를 위한 뉴스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이 줄을 잇고 있다.
SBS 7개 직능단체(기술인·기자·아나운서·촬영감독·카메라감독·카메라기자·PD협회)는 7일 공동 성명을 내어 "구성원들조차 대주주의 부당한 경영 개입과 간섭에 눈 감고, 보도와 제작, 편성에 대한 갖은 침해도 외면해왔다"며 "지난 세월의 침묵과 외면을 우리는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직능단체는 "대주주의 전횡이 반복되는 상황을 계속 침묵하고 외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해사 행위"라며 "'주인'이 있는 방송사 SBS의 진짜 '주인'은 구성원인 우리들, 그리고 시청자다. 다른 주인은 없다. 이 점을 확고히 하기 위한 투쟁,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입사 20년이 지난 6기(1996년 입사)부터 입사 2년이 채 되지 않은 21기(2015년 입사)까지 기자들이 중심이 된 기수별 성명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6기 기자들은 "머뭇거리고, 타성에 젖어가던 모습을 떨쳐내고자 한다. 후배들에겐 더 귀감이 되고, 선배들에겐 더 곧게 말하겠다"면서 △이번 문제제기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매도하는 공세에는 정면으로 맞설 것 △노조위원장을 해하려는 움직임, SBS를 바로세우려는 진심을 왜곡하는 모든 행위에 저항하겠다고 강조했다.
21기 기자들은 "막내라는 이유로 '선배들이 앞서서 나서주겠지', '우린 결정된 일을 따르면 되겠지' 주저했던 순간들을 반성한다. 부당한 지시와 보도개입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싸움에 저희 막내 기자들도 앞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주주는 보도 개입에 대해 사과할 것 △대주주는 보도에 대해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 △대주주의 보도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13기, 14기, 15기, 16기, 16.5기, 17기, 17.5기, 18기, 19기, 20기 기자들이 성명을 통해 대주주의 보도 개입을 비판했다. 또한 SBS본부는 SBS의 새 출발을 의미하는 '리셋 SBS'로 5행시 릴레이를 노조 게시판 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보도지침 폭로 이후, 각 기수별 항의 성명에 쏟아진 데 이어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게시판에서는 '리셋 SBS' 5행시 릴레이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