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재웅 씨 페이스북 캡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오만'하다며 비판해 파문을 일으킨 포털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씨가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 자체를 비판한 것은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장관이 민간기업 기업가의 잘못을 따지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미래비전이 없다는 등의 비평을 언론사 인터뷰에서 공적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발언 취지가 와전됐다"게 그의 설명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공정위의) 총수 지정이나 대기업 집단 지정이 오만했다고 비판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공직자가 이해진 네이버 이사를 짧게 만난 뒤 '미래비전이 없다'고 비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제 의견이었는데 일부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해진) 전 의장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책임자(CEO)처럼 우리 사회에 미래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아쉬웠다. 지금처럼 가다간 네이버가 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씨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사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뒤 이 글이 논란이 되자 '오만'하다고 한 부분을 '부적절'하다로 고쳤다.
이 씨는 이날 "'오만'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그렇고 상세한 해설을 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라며 "맨몸으로 시작해 의미 있는 기업을 키워낸 사업가가 너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 짧게 얘기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 넥슨, 카카도 등을 준(準)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벤처에서 출발한 기업이라도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무을 다하기 위해 정부의 감독·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 씨가 이날 밝힌 의견이다.
다만, "내가 답답해하는 것은 총수가 지정되고 임원이 대주주인 기업이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된다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이사회) 변대규 의장이 네이버라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회사의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고 총수없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참여했을 것이고, 그렇게 만들기 위한 이전 의장의 결단이 컸을텐데 그 결과가 이 이사의 총수 지정이고 휴맥스 계열사의 네이버 계열사 편입이라는 것은 정말 황당하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총수지정이 부당한 내부거래나 특수거래를 방지하고 좀 더 선진적인 지배구조로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어서 나중에 모든 대기업이 총수없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상대적으로 좋은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고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네이버를 총수없는 기업으로 지정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저렇게 조금 더 노력하면 총수없는 기업으로 지정해주겠다라고 해주는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공정위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총수 지정 등으로)이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투자 유치가 무산되거나 공시 의무가 무거워지면서 회사 경쟁력이 크게 악화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T 업계의 유명 기업가가 공정위 수장을 직접 비판한 것을 두고 "네이버 등 IT 기업을 낡은 규제로 다스리는 것에 관한 업계 불만을 대변해 이씨가 작심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의장은 공정위가 준(準) 대기업인 네이버의 총수(동일인)로 자신을 지정하는 것에 반대해 지난달 중순 직접 공정위를 찾아 '규제가 부당하다'고 호소했으나, 요청이 수용되지 못했다.
이씨는 이 전 의장과 개인적 친구 사이로, 네이버의 총수 지정 사안과 관련해서도 이 전 의장 측 견해를 지지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씨는 이날 올린 페이스북 글을 마무리 하며 "네이버와의 이해관계가 전혀 없고 이 전 의장과의 친분 때문에 김 위원장에 관한 비판 글을 올린 것도 아니다"면서 "이를 마지막으로 오지랖을 그만 떨고 내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8년 이후 다음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현재 벤처 사업가 육성 및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