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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늘의논평/사설/시론

    [논평] '무릎 호소'와 집값 이기주의

    (사진=노컷V 영상 캡처)
    무릎은 패배를 상징하지 않는다. 설사 패했더라도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릎은 간절한 바람이다. 눈물의 기도이며 소원이다.

    요즘 인터넷 포털 검색 창에 '무릎'을 치면 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의 눈물을 볼 수 있다. 이 영상은 '무릎 호소'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서구의 얘기다.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이 서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지난 5일 열렸던 주민 토론회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험악했다. 찬성과 반대로 나뉜 주민들은 서로 고성과 야유를 주고받았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다. 장애인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이날 무릎을 꿇은 20여명의 엄마들 대부분은 자녀가 이미 고학년이어서 나중에 특수학교가 세워진다 해도 아이들이 그 학교에 다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장애 아이를 키우며 감당해야만 했던 서러운 고통을 비슷한 처지의 다른 엄마들이 더 이상 겪지 않도록 하려는 마음에서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무릎 꿇은 엄마들의 모습은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특수학교 설립을 찬성하는 서명운동에 수만 명이 동참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청원 글이 잇따랐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장애 아이를 둔 지역주민이 특수학교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사실 특수학교 건립 논란은 비단 서울 강서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초구의 '나래학교', 중랑구의 '동진학교'도 주민들의 반대 벽에 막혀 있다. 지난 15년 동안 서울에 공립 특수학교가 단 한 곳도 신설되지 못한 이유다.

    이 결과 서울의 8개 자치구에는 아예 공립 특수학교가 없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도 19개 공립 특수학교가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장애 학생들에게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장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교육의 현실은 너무도 가혹하다. 장애 학생 수에 비해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략 장애 학생 3분의 2가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렇다보니 교육과정을 따라가기도,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있는 특수학교도 거리가 멀어 등교할 때까지 매일 2~3시간이 소요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장애 학생들에게 특수학교는 생존권이자 인간의 기본권"이라며 건립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주민들은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반대를 고집한다.

    부끄러운 지역이기주의(NIMBY·Not in My Back Yard)고, 천박한 집값 이기주의다.

    지난해 완공된 서울 동대문구의 발달장애인 직업개발 훈련센터도 건립 초기에 '집값'이 반대 논리였고,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하지만 특수학교 건립이 집값 하락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우리의 시민의식도 성숙해져야 한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애인은 비정상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는 죄가 아니다.

    단지 다르다는 '차이'가 '차별'의 고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의 '무릎 호소'가 우리들의 메마른 이기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또한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의 모든 특수학교들이 완고한 반대의 벽을 허물고 하루라도 빨리 튼튼히 세워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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