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사실상 비상대책위원장 수락 의사를 밝혔음에도 김무성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서자, 양측 간 실력대결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표면적으론 유 의원의 자강론과 김 의원의 통합론이 맞부딪히는 형국이지만, 서로의 '사당화(私黨化)' 의도를 공격하면서 당권 경쟁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
유 의원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주호영 원내대표) 대행 체제로 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느냐"는 질문에 "당헌‧당규에 합의가 안 되면 전당대회를 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주 원내대표의 대행 체제를 인정할 수 없으며, 비대위 구성을 합의하지 못 한다면 전대를 통해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 10일 "동지들과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며 비대위원장 직을 고사할 의사가 없음을 피력한 바 있다.
상황이 갈등 기류로 바뀌게 된 이유론 1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어졌던 만찬 의총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당시 만찬 자리에서 김영우 최고위원이 '비대위 구성 및 유 의원 합의 추대' 쪽으로 귀결된 지도부 논의 내용을 소개했지만, 이종구 의원이 나서 "깜냥이 안 된다"는 취지로 반박해 설전이 벌어졌다. 이 의원은 "당원을 왜 죽음의 계곡으로 몰아넣어야 하느냐"고 항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의원도 결정적인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이 사당화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 같은 발언들이 전해진 뒤 11일 유승민계는 일제히 김 의원에 대한 반발 발언을 쏟아냈다. 지상욱 의원은 성명을 통해 "최고위에서 토론된 내용을 몇 사람이 밥 먹으면서 뒤집어 버렸다"며 김 의원 등을 비판했다.
지 의원은 "이것이 과연 보수개혁을 위해 창당한 공당의 모습이 맞느냐"며 "당의 공적 시스템과 그 근간인 당헌‧당규는 왜 존재하느냐"고 성토했다. 김 의원이 최고위에서 결정된 사안을 사적으로 뒤집었기 때문에 '사당화' 의혹은 오히려 김 의원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당헌에 따라 즉각 당원대표자회의 소집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10일 최고위 결정이 사실상 의결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승민 비대위' 승인 절차에 착수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최고위 결정은 의결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다른 재선 의원이 "비대위를 할 수 없다면 전대를 즉각해야 한다. 정기국회 때문에 못 한다면 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12월 중에라도 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유 의원 측의 주장은 만장일치 합의가 안 될 경우 '보수개혁' 명분을 놓고 '보수통합론'과의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유 의원의 비대위 주장에 맞서 김 의원의 보수통합론에 적극 동조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의원은 5~6명 정도로 추산된다.
김 의원 측도 유 의원 공약의 좌편향성을 문제 삼는 등 대리전 양상을 띠며 내홍이 커질 조짐도 감지된다. 김용태 의원은 ‘법인세‧최저임금 인상’ 등 과거 유 의원의 대선 공약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점이 없다"며 보수의 구심점으로 부족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유 의원의 자강론, 김 의원의 통합론을 둘러싼 갈등은 본질적인 차이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유 의원이 과거 대선 과정에서 보수후보 단일화론을 주장했던 만큼 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세력화 자체에 반대하진 않는다는 반론이다.
결국 두 인물 모두 보수통합이란 큰 명분에서 일치한다는 것이 당내 주된 해석이다. 김 의원의 경우 먼저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한 13인 의원과 함께 지방선거를 고리로 선거연대에 방점을 찍는 반면, 유 의원은 선거를 위한 연대는 없으며 세력화의 명분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