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전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해 "무책임의 극치", "다수의 횡포"로 규정하는데 대해 야당이 "오만하다"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12일 "국민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이수 후보자가) 특별한 하자가 없음에도 굉장히 오래 기다렸는데 (김 후보자를) 부결시킨 것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인내한 국민들도 (문제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런 국민의 마음을 청와대가 표현한 것을 '오만'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청와대로서는 오만하다는 비판도 겸허하게 듣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표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그런 측면도 있지만 일이라는 것은 해야할때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임명동의안 채택이) 되겠다는 교감이 있었던것 같고, 그러나 그 교감의 계산이 우리가 잘못됐든 국회의 일부 기류가 갑자기 바뀌었던 저희(청와대)보고 책임질만한 일들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저희가 받겠다"고 했다.
다만 "왜 국회 일부의 기류가 (임명동의안 채택에서 불가로) 바뀌었냐는 비판이 있다면 국회가 수용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향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와 예산안 등 국회 표결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전날처럼 부결사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대통령이 그런 것을 갖고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계산하지 말고 정무적 노력에는 최선을 다하되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은 빠르게 하라는 뜻"이라며 향후에도 정무적 판단보다는 명분을 갖고 각종 사안에 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분명한 것은 계산하고 (표) 숫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께 있는대로 보여드리고 말씀드리라(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설혹 아마추어처럼 보인다고 비판받을 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후속조치는 검토하고있지 않다고 밝혔다.
차기 헌재소장 후보자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특별한 결정을 하지 않고 있고, 다른 조치를 현재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상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권한대행체제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고…"라며 "단정적으로 결론까지 다 말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조치(후임자 물색작업 등)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안에 차기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다른 것들도 있어서 그런 여러 상황을 보면서…"라며 즉답을 피했다.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직권상정되고 있다. 이날 표결된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출석 인원의 과반(147석)을 넘기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사진=윤창원 기자)
지난 11일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까지 감행하며 표결에 부쳐졌지만 출석 의원 293명에 찬성 145, 반대 145, 기권 1, 무효 2명으로 부결됐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1987년 개헌을 통해 현행 헌재 체제가 도입된 뒤 처음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