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에서 12일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은 '문재인 정부 안보 무능론'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이들은 '대화와 제재 병행'으로 압축되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의 현실성에 대해 따져묻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 등 대북 강경노선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제가 보기에 이 정부는 적어도 안보에 있어서는 요행을 바라는 '안보무능 로또정권'이라고 생각된다"며 "평화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 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주영 의원도 "북핵 문제의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 발언을 언급하며 "완성단계에 있는 북핵을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베를린 구상에 포함된 평화협정 체결에는 반드시 미군철수가 따라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서 현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보여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강력한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며 "대북대화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파상공세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반도 비핵화는 변함없는 정책 목표"라며 "핵 공유든, 전술핵 재배치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사드 추가 배치 요구에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전술핵 배치 검토 가능성'을 언급해 '엇박자 논란'에 휩싸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과거 전술핵 검토 발언은) 전술핵 도입이 가능하다는 수용적 측면도 반영된 검토라는 얘기냐"고 묻자 송 장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소외되고 있다는 이른바 '코리아패싱' 논란도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는 "코리아패싱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균열 지적에는 "한국의 안보실장과 미국의 안보보좌관, 양국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 시간으로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통역 없이 통화하는 건 과거에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운전석에서 헤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국제사회에서 보다 주도적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6자 회담 복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총리도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안보 공조가 필요한 시점에 야당이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며 '대북 대화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데 대해 "주위에서 운전자를 끌어내리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총리 역시 '현 정부의 대응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한국당 윤영석 의원의 지적에 "지혜를 모아주시면 국민들이 덜 불안해 하실 것"이라며 '안보 공조'를 당부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만나 전술핵 재배치의 무모성에 대해 설득할 의사가 있냐는 민 의원의 질문에 이 총리는 "그렇게 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대북 대화 기조와 관련해 "현재는 북한이 대화로 돌아올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고, 핵무기 완성을 위해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에 매달리는 것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제재 만으로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9년 간의 경험이었다"며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