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12일 국회에서 진행된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며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야권은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과 경력을 끈질기게 문제 삼았고 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감싸고 나섰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김 후보자의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경력을 문제삼았다. 두 연구회는 판사들의 연구모임이지만 야권에서는 이를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사들의 모임이라고 공격했다.
전 의원은 "사법부의 정치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한번 보라"며 "김 후보자는 대표적 활동이라고 하는 게, 두 개 연구회에서 활동한 게 전부다. 사회적 평가가 많은 판사에 비해 평가받을만 한 판결도 없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이채익 의원은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법관의 독립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의 새로운 사법 숙청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곧바로 맞받아쳤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특정 학회의 가입 여부가 도대체 후보자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 그렇게 이념 코드를 뒤집어씌우면 제대로 된 논쟁은 불가능하다"며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김 후보자의 경력 문제도 야권의 공격 대상이 됐다. 야권에서는 김 후보자가 대법관 경력이 없고 사법행정의 경력이 없는 점을 문제삼았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는 것은) 춘천경찰서장이 경찰청장을 하는 게 경찰 내에서 납득이 되겠냐. 육군 준장이 참모총장을 하고 춘천지검장이 검찰총장을 하는 격"이라며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 발언으로 김 후보자는 잠시 웃음을 보였고 장 의원은 "웃지 말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너무 모욕적이다. 그것은 국회의원의 권리가 아니다"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법관의 능력과 자질은 판결로 이야기해야한다"며 "김 후보자가 부적절한 판결을 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여야 의원들끼리 서로를 비난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사법부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과거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수사에 책임이 있던 검사들의 이름을 거명했다.
여기에는 청문위원으로 참석한 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이름도 포함됐고, 곽 의원은 "저는 그 사건에서 빠져나와서 내용을 잘 모른다. 그 사건을 평가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민사소송 당사자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도리어 이 의원이 청문회 현장에서 모욕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이 어떤 걸 했는지 좀 알아야 한다. 무식한 게 자랑이 아니다. 나이가 들었으면 철 좀 들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무식하다'는 표현을 문제 삼고 곽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사법부 개혁과 관련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할 의지를 피력했다. 또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전관예우의 원천적 근절과 공정한 재판에 대한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