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사라="">로 구속된 마광수 교수의 고립, 그리고 죽음
- 세월호 교감선생님, 아프리카에서 사망한 외주 제작 PD들
- 마필 관리사, 집배원, 노동자들의 죽음 가져온 하청 등 왜곡된 고용 구조
- 사회적 타살의 책임은? 국가폭력과 재발 방지 논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9월 12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고재열 기자 (시사IN 편집기획팀장)
◇ 정관용> 하나의 키워드로 세상을 읽어보는 시간이죠. 시사IN 편집기획팀장 고재열 기자, 어서 오세요.
◆ 고재열>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이번 주 키워드는요?
◆ 고재열> ‘사회적 타살’로 잡아봤습니다.
◇ 정관용> 사회적 타살? 마광수 교수 자살한 후에 그 제자들이 ‘이건 사회적 타살이다’ 이렇게 주장했다는 것 때문에 잡아오신 것 같은데.
◆ 고재열> 원래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은 빈센트 반 고흐의 자살에 대해서 썼던 말인데요. 그런데 이번에 마광수 교수 제자들이 장례식 때 인터뷰를 할 때 보니까 너무나 한 영혼을, 아름다운 한 영혼을 잃었다. 이건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 정관용> 원래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이 빈센트 반 고흐에 나왔다고요? 그 어원부터 밝혀주시면.
◆ 고재열> 원래 에밀 뒤르켐이 ‘자살론’에서 자살의 여러 종류 중에 사회현상이며 자살의 원인 역시 사회적이라는 표현을 하기는 했는데, 빈센트 반 고흐가 알아주지 못하고 상당히 가난하게,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는데 그것에 극작가이면서 시인인 앙토넹 아르토(Antonin Artaud)가 ‘사회적 타살’이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 정관용> 빈센트 반 고흐가 평생 아주 가난하게 살았죠?
◆ 고재열> 네.
◇ 정관용> 죽은 후에야 유명해진 거죠?
◆ 고재열> 살았을 때 그렸던 그림이 2000여 점인데 판매됐던 작품이 단 1점밖에 없다고 그럽니다.
◇ 정관용> 생전에는. 그래서 이건 사회가 제대로 못 알아봐준 사회적 타살이다, 그런 식으로까지 불렀다?
◆ 고재열> 그렇습니다.
◇ 정관용> 맥락은 좀 다릅니다마는 마광수 교수의 제자들은 아마 마광수 교수는 어떤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이런 것이었는데 사회가 따돌림했다, 이런 주장인 거로군요.
◆ 고재열> 그렇죠. 그러니까 <즐거운 사라=""> 사건 이후에 법적 책임은 두 달 정도 구속되어 있었던 기간으로 그쳤지만 그 뒤에 계속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출판사를 찾기도 어려웠고 그래서 또 시선집을 내면 문학평론가를 찾지 못할 정도였다. 다들 눈치를 봤다. 그래서 사회적 타살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그러고요.
이제 마광수 교수 본인도 보수, 진보 양쪽에서 모두 그쪽을 다 비난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어디서 기댈 언덕도 없었고 그래서 더욱더 고립되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제자들은 그런 걸 아쉬워하는 것이고. 당시 마광수 교수를 비판했던 분들은 지금까지도 계속 비판적 입장이죠?
◆ 고재열> 변함 없습니다. 장례식 이후에는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전에 최근에 했던 발언들을 보면 당시에 <즐거운 사라=""> 때 담당 검사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고 수사 지휘검사가 신재륜 전 고검장이었는데 지난해 인터뷰에서 신 전 고검장이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마광수 선생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 소설이 도덕적으로도 나쁜 게 교수와 불륜을 벌이는 것은 물론이고 엄한 아버지를 성적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런 표현을 했었고.
또 당시에 안경환 교수가 법학과 교수였는데 이제 이 소설에 대한 여러 가지 자문을 해 줄 때 재판에서 자문을 할 때 헌법이 보호할 예술적 가치가 결여된, 이를테면 법적 폐기물이다 그런 표현을 하셨는데 이분이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올랐다가 과거에 여성 비하나 이런 게 문제가 되어서 낙마를 했는데 마광수 교수가 지적한 지식인의 표리부동을 좀 보여준 사례가 돼서 상당히 좀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어쨌든 마광수 교수의 작품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 하나의 어떤 개척적인 예술작품으로 보느냐 아니면 예술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보느냐, 그런 시각은 좀 엇갈리니까.
어쨌든 이제 그 자살을 계기로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는 화두가 떠올라서 아마 오늘 이걸 잡아오신 것 같은데. 그런데 그렇다고 자살은 다 사회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모든 자살을 또 사회적 타살로 볼 것이냐, 이것도 또 문제 아닌가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거 아닌가요?
◆ 고재열>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제 최근에 가장 그것에 대해서 흥미로운 법적인 판단이 있었는데 바로 세월호 교감선생님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이분이 세월호 문제 때문에 자살을 하셨는데.
◇ 정관용> 그렇죠. 직후에, 사고 직후에.
◆ 고재열>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기간제 교사. 그동안 유공자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기간제 교사까지 유공자로 인정받았는데 당시 사망한 이 교사 중에 유일하게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살을 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이제 유족은 그 세월호 참사가 국가적 대재앙이었고 그 사회적 타살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는데 그걸 왜곡하면 안 된다. 그리고 앞으로 공무 중에 비슷한 비극을 겪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주장을 했고요.
경기교총도 겉으로 보기에 자살이라는 형태로 삶을 마감한 것 같지만 실상은 수백 명에 이르는 제자와 동료교사의 죽음 그리고 유족들의 절규, 사회적 분노와 방치가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래서 사회적 타살이다 해서 유공자로 인정받게 해 달라, 그런 요청을 했습니다.
◇ 정관용> 이것도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 고재열>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교사들은 기간제까지 다 순직 인정이 됐는데 이 교감선생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 고재열> 그렇죠. 그 당시에 또 교감선생님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고요.
◇ 정관용> 어쨌든요.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것이 맞느냐, 생각해 볼 문제고. 어쨌든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는 단어는 사회구조의 모순이 개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 이런 일이 빈발하죠.
고재열 기자(사진=시사자키)
◆ 고재열> 그래서 우리 사회의 어떤 중요한 모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뒤에 생긴 문제지만 최근에 두 외주 제작 프로듀서가 촬영 도중에, 아프리카 촬영 도중에 사망했는데.
◇ 정관용> 교통사고죠.
◆ 고재열> 네, 그런데 죽음의 계기가 방송사의 불공정한 그런 계약, 관행이었다. 당시 사망했던 PD 분이 불공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던 분이었어요. 그래서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들을 독립PD들이 꾸리고 이 문제를 지금 이제 강력하게 제기하면서 두 PD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을 했습니다.
◇ 정관용> 또 어떤 게 있죠, 최근에?
◆ 고재열> 최근에 이제 가장 문제된 사례들이 민주노총 산하 한국마사회에서 마필 관리사, 부산, 경남 경마본부에서 일하는 마필 관리사 부분인데.
이분들도 고용구조가 왜곡돼서 다단계 착취구조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다. 그러니까 정식적으로 고용이 돼서 정상적인 형태로 근로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마치 다단계와 같은 그런 착취구조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이분들도 사회적 타살을 주장을 했습니다.
◇ 정관용> 이 마필관리사 분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군요. 최근에는 집배원분들도 그런 일이 있었죠?
◆ 고재열> 맞습니다. 집배원들도 연이어 이제 사망사고가 있고 그리고 분신하신 분까지 있는 상황인데요. 그러니까 대충 총 6개월, 최근 6개월 사이에 12명이 사망했다고 그럽니다.
◇ 정관용> 6개월에 12명.
◆ 고재열> 이 중에 이제 사고를 빼고도 사고도 있지만 과로사와 자살이 주로 많다. 그래서 이 집배원들이 동료들의 죽음은 구조적 문제, 사회적 살인이다. 더 많은 죽음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된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고요.
최근에 STX 조선소에서 사고가 났지만 하청 노동자,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도 이런 사회적 타살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이윤 창출을 위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다단계 하도급의 만연돼서 위험작업에 하청 노동자가 노출되어 있고 그래서 이런 참사가 초래됐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저희 방송에서도 이런 사례들은 꼭 빼놓지 않고 다루기는 합니다마는 최근에는 또 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이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잖아요.
◆ 고재열> 지난 겨울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이 저수지에 몸을 던졌는데 일했던 곳이 콜센터였다고 그럽니다. 그런데 마지막 나눈 문자에 “나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대화가 있었다고 그래요.
그래서 이런 실습생까지 감정노동 현장에 노출되어서 이런 결과까지 빚어졌던 것이 좀 아쉬움이 있고 당시에 이제 회사 측은 이것에 우리가 책임이 없다, 그런 식으로 했는데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무를 했던 노동자가 3년 전에 자살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좀 책임지지 않는 그런 모습도 좀 안타까웠고 또 외국인 노동자들도 상당히 최근 이런 자살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최근에도 네팔 노동자 2명이 잇따라 자살을 했는데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제 이게 사실상 노예제에 가깝다라는 그런 주장을 했는데 고쳐지지 않고 계속 이런 자살이 있고 또 네팔 노동자 같은 경우는 좀 이제 조직화가 되어서 이게 알려지기도 하는데 알려지지도 못한 그런 노동자의 죽음도 있다,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이렇게 최근에 쭉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빈발하고 있는데. 일반 직장에서의 과로사, 이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이 과로사를 문제시 하는 그런 단체는 아직 안 만들어졌나요?
◆ 고재열> 지금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정신적 압박처럼 실제 물리적 압박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리고 과로사가 많이 발생하는데 회사에서 가장 인정하지 않는 어떤 사망의 형태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과로사 유족모임이 최근에 설립됐는데 거기에 설립하신 분 얘기를 들어보니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과로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입니다. 그런데 유가족들은 가족의 죽음을 자꾸 숨기려고만 합니다. 자신이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로사 유족 분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혼자만의 일이 아니니까 용기를 내서 세상으로 나와달라, 그런 말씀을 했습니다.
◇ 정관용> 가족들이 죽음으로 내몰았다라고 죄책감을 느낀다. 그건 아니죠.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압박했느냐. 그런 사회적 타살을 만들어내는 가해자의 논리, 이건 뭘까요?
◆ 고재열> 타살을 할 정도의 어떤 폭력, 그런 폭력이 있었다는 얘기겠고 그래서 국가폭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최근에 대학로에서 하는 연극제 ‘권리장전 2017 국가본색’이 바로 그런 국가폭력에 대한 연극제인데요. 이런 주장을 합니다.
모든 폭력은 사랑의 언어로 행해진다. 사랑하니까 간섭하고 통제한다는 식이다. 이런 위선의 언어가 가정폭력을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등장하는데 가정의 폭력과 국가의 폭력은 본질적으로 같다. 그리고 이 상처가 문신처럼 새겨진다고 해서 개막작에 이런 작품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런 사회적 타살의 또 한 축은 여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여론.
◆ 고재열> 당시에 어떤 소식이 전해지기만 하면 너무 그것에 대해서 끓어오르는 여론이 있고 그 여론재판으로 방향을 몰아가는 것도 국가폭력의 한 축일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면 이런 국가폭력에 대해서 국가는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 고재열> 지난 7월 1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아마 강정마을 주민들 그리고 쌍용차 노동자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그다음에 백남기 농민 가족들 그리고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등이 모여서 독립적 국가폭력 진상조사 기구를 구성해야 된다, 그런 내용의 주장을 하고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을 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독립적 국가폭력 진상조사기구를 설치하고 진상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 사과와 배상을 하라. 그리고 국가폭력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이런 요구를 했는데 이런 국가폭력에서는 또 2차 가해도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2차 가해가 뭡니까?
◆ 고재열> 집회 파업을 진압하는 경찰이 진압하면서 발생한 피해의 책임을 집회 참여한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그런 경우인데요.
◇ 정관용> 손해배상소송?
◆ 고재열> 그렇습니다. 그래서 집회파업이 불법이 되면 그 책임을 주최자들에게 지게 하고 쌍용차 파업 끝난 뒤에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에게 16억 7000만 원 손해배상을 하라고 청구소송을 냈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공권력이 투입해 발생한 손해를 이렇게 비정부단체나 개인이 배상하게 하는 이런 데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되고 있고 현행 민사소송법을 좀 개정해서 이것에 대해서는 좀 수정해야 된다라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 정관용> 사회적 타살이라는 단어로 시작해서 국가폭력 다시 말하면 사회적 폭력, 그로 인한 죽음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개인의 권리를 좀 더 보호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펴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있으면 좀 짧게 설명해 주세요.
◆ 고재열> 최근에 이런 문제의식의 흐름이 젠더폭력 방지기본법에 대한 어떤 문제제기까지 갔습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이 이제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몰래카메라 등 젠더폭력과 관련된 국회 차원의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 이런 제안을 했고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과제 중의 하나인 젠더폭력 방지 기본법을 한번 제정을 해 보자,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 정관용> 젠더폭력. 그거 말고 사회적 폭력, 각 영역별로도 조금 더 범위가 넓어질 필요가 있겠어요. 이런 어떤 정치권에서의 논의의 범위가 꼭 젠더폭력 하나로만 딱 좁힐 일은 아닐 것 같아요.
◆ 고재열> 그런데 계기가 되는 중요한 사건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키워드로 읽는 세상 오늘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 고재열> 감사합니다.
◇ 정관용> 시사IN의 고재열 기자였습니다.
[CBS 시사자키 홈페이지 바로 가기][CBS 시사자키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 가기]즐거운>즐거운>즐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