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의 인사청문회 단골메뉴인 부동산 투기나 논문표절, 같은 도덕성 검증 대신에 엉뚱하게도 경력과 이력에 대한 시비성 검증에 집중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사법행정 능력과 재판의 경륜"이라며, 경찰과 검찰, 군에 비교하며 김명수 후보자의 경력에 문제를 제기하다 여당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장 의원은 12일 청문회에서 "예를 들어 춘천경찰서장이 경찰총수가 되고, 육군 준장이 (참모)총장을 하는 것이다. 춘천지검장이 검찰총장을 하는 격"이라며, "이런 것들은 쿠데타 이후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사진=자료사진)
장 의원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대법관을 거치지 않으면 대법원장이 될 수 없는 것일까?
법원조직법 제42조(임용자격) ①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20년 이상 다음 각 호의 직(職)에 있던 45세 이상의 사람 중에서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직은 "1. 판사·검사·변호사, 2.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그 밖의 법인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사람, 3.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김명수 후보자는 법관으로 31년을 재직했다. 자격요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장 의원이 제기한 '춘천 경찰서장이 경찰총수가 되는 것' 이것은 법률상 불가능한 조건이다. 총경인 춘천서장이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이 되는 길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치안감인 강원지방경찰청장도 곧바로 경찰총수가 될 수 없도록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경찰공무원법 제11조(승진) ① 경찰공무원은 바로 아래 하위계급에 있는 경찰공무원 중에서 근무성적평정, 경력평정, 그 밖의 능력을 실증(實證)하여 승진임용한다. 고 규정돼 있다. 경찰청장인 치안총감이 되기 위해서는 그 아래 하위계급인 치안정감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물론 춘천지검장은 곧바로 검찰총장에 임명 될 수 있다. '검찰청법 제27조(검찰총장의 임명자격) 검찰총장은 15년 이상 다음 각 호의 직위(판사, 검사또는 변호사)에 재직하였던 사람 중에서 임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역시 육군 준장이 육군참모총장이 되는 것도 법률적으로는 가능하다. '군인사법 제19조(참모총장 등의 임명) ① 참모총장은 해당 군의 장성급 장교 중에서 국방부장관의 추천을 받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해병대사령관은 해병대 장성급 장교 중에서 해군참모총장의 추천을 받아 국방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별을 단 장성급 장교라면 육군이나 해군, 공군의 참모총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장제원 의원은 "춘천지법원장에서 대법원장으로 직행하는 것은 파격적인 인사이기 때문에 쿠데타 이후의 사회가 아니라면 '변화'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했다.
그렇지만 양승태 현 대법원장과 김 후보자 프로필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어쩌면 이렇게 전임 대법원장의 밑으로만 다니느냐"며 경력만으로 법관의 인격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 여당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자유한국당을 비로한 야당들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부동산 투기나 탈세, 논문표절, 위장전입, 병역면탈 등의 문제가 아닌 김 후보자의 정치 성향과 경력, 이력 등을 집중 추궁한다. 도덕성과 관련해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지주장을 하면서 후보자를 깎아내릴 이유는 뭘까? 김 후보자보다 경력에서 훨씬 앞장서는 양승태 현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훌륭하게 이끌었기 때문일까?
양 대법원장 임기 6년동안 대법관 인선과 사법행정에서 '다양성 부족'과 '제왕적 대법원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 원장이 임기 중 임명 제청한 13명의 대법관 중 4명을 제외한 모두가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 남성·고위 법관 출신)'이었다. 양 대법원장이 잘한 건 별로 없다는 게 사법부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