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KBS 고대영 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두 방송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지 오늘로 열흘째다. 파업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TV와 라디오 방송 제작과 진행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KBS는 6년전 발생한 이른바 '민주당 도청사건'과 관련해 KBS 기자협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고, 언론노조가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검찰수사가 재개됐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KBS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왜 다시 불거지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7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의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철저 재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 2011년 사건이 왜 지금 다시 불거지고 있는 거냐?=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6년 전에는 증거를 찾지못해 관련자들이 무혐의 처리 됐지만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새로운 사실은 사건이 일어날 당시 임창건 보도국장이 독립언론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6월23일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상황을 녹취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임 전 국장은 "야당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도청은 아니다. 악의적인 방법을 쓰진 않았다. 내가 들은 것은 민주당 누구의 도움을 받아가지고 뭘 갖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이…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러니까 뭘 가서 뭘 한 것은 아니고. 녹음기 같은, 핸드폰 같은 것 있잖아. 그런걸 민주당 누가 갖다 (놔)줬다"고 말했다.
KBS 기자가 몰래 도청을 하거나 녹음기를 설치하거나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누군가가 KBS 기자의 휴대전화 또는 녹음기를 회의장에 갖다놨고 회의 내용을 녹음했다는 걸 시인한 것이다.
'야당(당시 민주당)에서 이야기 하는 그런 도청 아니다'라고 했지만 몰래 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상 명백한 불법 도청이다.
두 번째는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한국방송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당시 취재기자에게 '녹음을 하든지 녹취를 하든지 취재해 오라'는 구체적인 취재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KBS 기협 진상조사위는 12일 기자회견에서 "KBS 장 모 기자에게 취재지시를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중견 기자로부터 '내가 최대한 취재하라고 취재 지시를 내렸다. 녹음이라도 하든가 녹취가 가능하면 녹취도 하라고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장 모 기자는 당시 3년차 막내기자로, 회의를 도청한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런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쟁점화 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 (사진=자료사진)
▶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국회에서 공개한 녹취록 그건 누가 만든 것이냐?= 당시 한선교 의원은 KBS부터 받은 게 아니라고 주장을 했지만 그 녹취록(또는 발언록이라고 하거나 보고서라고도 함)을 만든 건 KBS가 맞다고 임창건 전 보도국장이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했다.
임 전 국장은 "그니까. 그 문건은 우리가 만든 거야. 그건 맞어. KBS가 만든 거야. 우리가 보고서를 만든 거지. 이 (민주당)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이야기들을 했다. 각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런 거야 주로. 나도 얼핏 봤는데. 녹취록은 아니고. 누구 누구 의원, 발언 내용을 이렇게 쭉 써놨어. 이렇게" 확인했다.
그리고 KBS에서 그 문건을 한선교 의원에게 건넸고 한선교 의원은 '녹취록'이라면서 국회에서 공개했다.
▶ KBS가 그 문건을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게 전달했다?= 그렇게 말했다.
임 전 국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그 녹취록을 건네준 사람도 KBS인사인가?' 라는 질문에 "한선교에게 줬지. 민주당에서 대책회의를 했는데, 이런 이런 내용으로 논의한 것 같더라 그래서 잘 대응해 달라. 그 이야기는 이미 그때 정치부장이 다 이야기한 거야. 그건. 우리(KBS)가 줬다고" 라고 말했다.
임 전 국장은 '우리(KBS)가 줬다고?'고 거듭 확인하니까 "공식적으로 넘겨줬다는 게 아니라 당시 정치부장 이야기로는 야당(민주당) 설득할 때 이런 것을 야당에서 논의한 것 같다, 내부에서. 그러니까 당신들(한나라당)이 야당하고 이야기할 때 그걸 참고로 해 달라고 하면서 그것을 보여줬는데 한선교가 그것 좀 달라고 해서 (넘어갔다고) 그렇게 나는 들었어"라고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KBS가 수신료 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민주당의 KBS 수신료 관련 회의내용을 몰래 녹음해서 상세한 발언이 담긴 일종의 보고서를 만든 뒤 이를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였던 한선교의원에게 건네줬고 한 의원은 이를 국회에서 공개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참고로 도청사건은 공소시효가 10년이니까 아직도 3년 정도 시효가 남아있다.
▶ 도청의혹 사건이 불거진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 사건이 일어난 날은 2011년 6월23일 오전이다. 당시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가 열렸는데, 이 회의를 KBS 기자가 녹음해 한나라당에 전달했다는 게 게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의 핵심이다.
당시 회의는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논의의 중요한 시점이었다. 사흘 전인 6월20일, 한나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수신료를 2500원에서 1000원 인상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KBS 사장은 MB특보 출신인 김인규씨였다.
민주당은 국회 일정 거부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런데 6월 22일 김진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돌연 인상안 처리에 합의해주면서 당내 파열음이 생겼다. 손학규 당시 대표가 주재한 23일 최고위원회의는, 김 원내대표의 이 '돌발 합의'를 무효화 하기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연히 KBS로서는 비상이 걸린 문제였다. KBS 30년 숙원이 걸린 문제였고, MB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이 사활을 걸다시피 하면서 밀어붙인 일이었다. KBS 기자 개인이 나서서 움직일 사안이 아니었다.
그래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당시 김인규 사장과 보도본부장이었던 고대영 현 사장, 임창건 당시 보도국장, 이강덕 당시 정치부장, 그리고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장모 KBS 기자, 이를 폭로한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 등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수사는 서울남부지검 공안부에서 하고 있다.
고대영 KBS 사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KBS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고대영 사장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냐?= 아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진상조사위원장인 KBS 정필모 해설위원은 "기자협회가 진상에 나선 것은 뉴스타파에서 임창건 전 보도국장의 인터뷰가 보도됐기 때문"이라면서 "법적인 문제 이전에 저널리즘의 윤리에 관련된 문제여서 자정노력 차원"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자료를 입수하는 과정이 도청인지 몰래 녹음인지 사실상 도청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입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그거는 취재윤리의 중대한 위배"라면서 "특히 그 자료가 상대방 당에 그대로 넘어간 것은 저널리즘 윤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따라서 "KBS 기자협회는 자정 차원에서 자기 성찰적 차원에서 시청자에 대한 신뢰회복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해야한다고 본것"이라면서 "만일 그런 일이 정말 벌어졌다면 사규에 의해서 관계자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하고, 그 이전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KBS가 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당시 보도본부장으로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고대영 사장이 몰래 녹음을 지시했거나 사후 증거인멸에 관련됐다면 당연히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이전에 시청자에 대한 신뢰회복과 KBS의 취재윤리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 당시 고대영 보도본부장이 몰래 녹음을 한 기자에게 휴대전화를 줬다던데?
= 그렇다. 고대영 사장이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에 직접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문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2011년 당시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이유는 도청여부를 가릴 결정적인 증거가 담긴 장 모 기자가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런 장 기자에게 당시 보도본부장이 새 휴대전화를 건넸다는 건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보도본부장이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는 3년차 기자를 불러서 새 단말기를 선물했다는 건 누가봐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편, 검찰은 6년 전 '부실 수사'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을 최근 재수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는 지난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을 고발인으로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