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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표창원·이하늬… MBC 자체 블랙리스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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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진·표창원·이하늬… MBC 자체 블랙리스트도 있었다"

    [현장] 언론노조 MBC본부, 피해사례 발표 기자회견

    14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보 특보 (사진=노보 특보 캡처)

     

    "국정원 블랙리스트에서 확대재생산된 MBC 자체 블랙리스트가 있다. 김장겸 사장, 고영주 이사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도 확인했다. 2012년 파업에 참가했던 아나운서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_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한 2009년 2월 이후 문화연예계 특정 인물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퇴출 압박 활동이 있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문성근, 김구라,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故 신해철, 봉준호 감독, 이창동 감독 등 총 82명이 국정원에 의해 '주시'되고 '관리'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 블랙리스트'는 문화예술인들의 방송 출연이나 작품 활동에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작동됐다. 김장겸 사장-고영주 이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목표로 11일째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도부터 드라마까지 MBC 내부에서 일어난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 하차, 섭외·녹화 무산, 인터뷰 삭제… 'MBC 블랙리스트' 살펴보니

    MBC본부는 '국정원 블랙리스트' 발표 이후 자체 조사를 실시, 각 부문의 피해사례를 수집할 수 있었다. 김연국 본부장은 이번 조사 결과 △뉴스·시사교양뿐 아니라 드라마·예능·라디오까지 세밀한 개입과 간섭 시도가 확인됐고 △MBC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며 △'세월호' '촛불' 같은 금기어가 있었고 △불이익을 당한 연예인 소속사는 세무조사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중 MBC 내부에서 작동됐던 자체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특히 관심이 쏠렸다. MBC본부는 이날 기자회견과 노보 특보를 통해 오상진, 최현정, 박혜진, 김소영(현재 모두 퇴사) 지난 2012년 170일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이 최우선으로 배제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퇴사한 김소영 아나운서의 경우 퇴사 석 달 전 개편을 맞은 한 예능의 MC로 낙점됐으나 "위에서, 부사장이, 아나운서국장이 싫어해서 안 된다"는 이유로 섭외되지 못했다. 또, SNS에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는 이유로 고정 배역이 있었던 드라마 '아름다운 당신'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방송인이자 연기자로 활동 중인 오상진은 2015년 초 "임원들이 엄청 싫어한다"는 이유로 '진짜사나이2'에 캐스팅이 취소됐다. 오상진이 캐스팅돼 촬영 중이었던 드라마 '원녀일기' 때, 간부들은 촬영 중단과 연기자 교체를 요구했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는 제작진 해명 끝에 겨우 방송될 수 있었다.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에 출연했던 최현정 아나운서도 임원들의 한소리 이후 프로그램에 더 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DMC 페스티벌' 당시 상영할 한류 관련 영상물에 박혜진 아나운서의 뉴스 앵커 시절 모습이 들어가자 백종문 부사장이 "쟤가 저기 왜 나오냐"고 해, 제작진은 영상을 재편집해야 했다.

    지난해 4·13 총선준비기획단은 2015년 말 기획한 '유시민-전원책 토론 프로그램'을 김장겸 당시 보도본부장에게 보고했으나 그는 둘을 거절하고 정규재 씨를 추천했다.

    14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보 특보 (사진=노보 특보 캡처)

     

    2015년 2월 '청주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다룬 '시사매거진 2580'은 당시 범죄분석가였던 표창원 씨를 인터뷰했으나, 송재우 당시 시사제작국장은 '방문진 이사가 탐탁지 않게 본다'며 삭제를 요구했고 결국 인터뷰는 편집됐다. MBC본부는 금태섭, 김경진 의원, 한홍구 교수, 이외수 작가 등 정부 비판적 인사들의 인터뷰가 잘리는 것이 부지기수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복면가왕' 제작진에 따르면, 패널이었던 작곡가 김형석의 중도 하차도 '윗선의 지시'가 그 배경이었다. 김형석이 SNS에 문재인 지지발언을 올린 히우 김엽 예능본부장이 그의 하차를 종용했고 결국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MBC본부는 드라마 PD들이 2015년과 2016년 각각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을 캐스팅하려고 했으나 담당 CP와 드라마본부장의 반대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빛나거나 미치거나' 제작진이 이하늬 캐스팅을 시도할 때 회사와 제작사 대표가 모두 반대해 난항을 겪었다. 어렵게 캐스팅은 성사됐으나 제작진은 여전히 반대 이유를 듣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유시민 작가는 지난 2013년 녹화날짜까지 정했던 '무릎팍도사' 출연이 무산됐고, '베란다 쇼'에서 자학개그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서민 교수는 사측의 지속적인 압박 속에 프로그램을 하차했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2017년이 기대되는 배우'에 송강호가 포함되자, '출발 비디오여행' 제작진에게 대본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 이사장은 송강호 주연 영화 '변호인'에 등장하는 '부림사건'을 맡았던 공안검사였다.

    ◇ '무한도전'엔 "창조경제 홍보해 달라" 외압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도부터 드라마까지 MBC 내부에서 일어난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던 '창조경제'를 홍보해달라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 김태호 PD가 거절하자, 보직간부를 광화문 창조경제홍보관으로 따로 불러 만나는 등 1년 내내 관련 요구가 계속됐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국정원 블랙리스트'는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줬다. MB 정부 시절 '이외수의 언중유쾌' 폐지, '두시의 데이트' DJ 윤도현 하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DJ 김미화 하차,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폐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재희 라디오PD는 "김미화 씨를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은 2008년부터 나왔다. 엄기영 사장이 다른 인물을 지목하며 이 사람을 교체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라디오본부장이 설득해 막았다. 2009년 4월에 김미화 씨와 신경민 앵커 교체 시도가 동시에 이뤄졌는데, 신 앵커만 경질됐고 2011년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오면서 본격적으로 퇴출 작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1년 10월까지 '두시의 데이트' DJ를 하던 가수 윤도현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라는 제안을 거절하고 하차했으며, 2013년 '두데' 복귀 수순을 밟고 있었으나 사측 반대로 취소됐다.

    배우 김여진은 MBC 내부 '소셜테이너법'을 이유로,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진보적 인사라는 이유로 '손석희의 시선집중' 코너에서 밀려났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시사 꽁트를 맡았던 방송인 배칠수는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2014년 4월 개편 이후 출연하지 못하게 됐다.

    김제동을 MC로 내세운 캠핑 프로그램 '오마이텐트'를 연출했던 조준묵 PD는 파일럿 방송 당시 13%(TNMS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정규편성이 되지 못한 사연을 설명했다.

    조 PD는 "캠핑 문화 시작된 지 얼마 안 됐던 2009년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며 "당시 안광한 편성국장은 '시류를 잘 읽은 기획', '김제동 같은 사람을 어떻게 데려왔느냐'고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 김제동이 KBS '스타골든벨' MC 하차, '해피투게더' 패널 녹화 취소 등 고초를 겪고 나서부터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게 조 PD의 설명이다. 그는 간부들이 내레이터 윤도현을 문제삼다가, '오마이뉴스'가 연상된다며 제목에 트집을 잡았고, 국제시사 프로그램 'W'와 맞거래를 시도했으며, 나중에는 결국 MC 김제동이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철영 편제부위원장은 "사측은 (블랙리스트 인사들이) 출연한 적 있지 않느냐. 세월호 방송한 적 있다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10번 출연할 정도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게 1, 2번으로 줄어든다면 그게 공정한 경쟁이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신인수 변호사는 "국정원은 이번 문건을 작성한 직원들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7년 이하의 징역)를 적용한다고 했다"며 "그들과 공모한 부역자들이 남아있다. 구성원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 방송 출연을 못하게 한 이들도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국 본부장은 "직접 피해대상이 된 연예인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 이명박, 원세훈뿐 아니라 MBC 내부 부역자들에게도 민형사상 책임 묻겠다"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내부 문제도 밑바닥부터 철저히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 총파업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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