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성인 8명 중 1명꼴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경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런 '음주 자전거' 경험률은 50∼60대 이상 고령층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특징을 보여 사고 예방을 위한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부천성모병원 황세환(이비인후과)·이중호(성형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1만9천599명 중 자전거를 타는 4천8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전거 음주 운전 경험률이 12.1%(586명)에 달했다고 15일 밝혔다.
자전거 음주 운전 경험률을 연령대별로 보면 19∼29세 8.6%, 30∼39세 8.0%, 40∼49세 9.8%, 50∼59세 16.1%, 60∼69세 19.6%, 70세 이상 18.2% 등으로 50대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해 60대에 최고조를 기록했다.
'음주 자전거' 경향은 평상시 과음이나 고위험 음주자일수록 두드러졌다.
이는 과음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쳐 자전거를 타야 할지에 대한 판단 장애를 부르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밖에도 '음주 자전거' 경험자는 남성, 흡연자, 규칙적인 운동그룹, 교외거주자, 결혼자 그룹에서 더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음주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도 음주 운전할 위험성이 크게 높았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전거 음주 운전 경험자의 27.2%가 자동차도 음주 운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음주 자전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자동차 음주 운전 경험률이 8.4%로 낮았다. 오토바이 음주 운전도 마찬가지로 자전거 음주 운전 그룹에서 8.7%로 경험이 없는 그룹의 1.6%와 큰 차이를 보였다.
자전거 음주 운전 경험자는 자동차 운전 중 안전벨트 착용률도 59.5%로 비경험자(66.0%)보다 낮았다.
국내에서 자전거 손상 사고는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2012∼2014년 사이 교통사고로 병원을 찾은 52만9천278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자전거 관련 손상이 11.0%(5만8천352건)를 차지했다. 교통사고 10건 중 1건 이상이 자전거 관련 사고인 셈이다.
이 가운데 응급실 도착 후 숨지거나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 중환자실 입원 등의 '심각한 사고'는 2014년 기준으로 4.2%나 됐다. 연령대별로는 65세 이상 노인군의 심각한 사고 비율이 9.8%로 가장 빈번했다.
하지만 이런 사고 가운데 음주 운전 통계치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또 자전거 음주 운전을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률도 없다.
황세환 교수는 "자전거 음주 운전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져 부상의 위험이 큰데도 그 위험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면서 "'음주 자전거'에 대한 인식도를 끌어올리려는 노력과 함께 고령층 등의 고위험집단을 목표로 한 예방조치가 개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대학의학회지(JKMS) 9월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