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피켓을 들었다. (사진=김미성 기자)
15일 오전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나섰다.
피켓에는 "경비원 급여를 볼모로 삼지 마시오!", "우리의 봉급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이날 오전 7시쯤 해당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시설 관리자 등 70여 명은 아파트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월급을 받아야 했지만, 아파트 전·현직 입주자 대표 사이의 갈등이 생겨 2주가 넘은 지금까지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
한 경비원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쫓겨 날 각오까지 하고 피켓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아파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이 아파트 전체 입주자 대표 강모(67)씨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해임됐고, A씨가 새 입주자 대표로 선출돼 취임했다.
아파트 공금 통장에서 월급을 찾으려면 관리소장직인, 입주자 대표직인, 위탁관리회사 직인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표 교체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현 대표가 전 대표로부터 직인을 넘겨받지 못했다.
입주자 대표 직인이 없다 보니 70여 명의 월급, 약 9400만 원이 묶여 버린 상황이다. 추석을 앞두고 2주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한 아파트 노동자들은 결국 거리로 나와 피켓을 들 수밖에 없었다.
전 대표인 강씨는 해임 사유와 절차가 모두 정당하지 못해 직인을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 대표인 A씨 등을 상대로 해임이 부당해 승복할 수 없다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강씨는 "경비원들의 월급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며 "관리회사와 관리소장에게 출근 전표 등 월급 지출 서류를 만들어 오라고 몇 차례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서류를 받지 못해 도장을 찍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 해임과 불법 투표 등의 이유로 도장을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아파트 관계자는 "절차상 불법적인 문제가 있었으면 구청에서 회장 변경 신청을 받아줬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또 "서구청에서는 현 대표가 있는데 전 대표 결재 서류를 찍어 자료를 만들면 행정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해 전 대표의 직인을 받을 수도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앞서 현 대표 측은 구청에 '회장 변경 신청'을 했지만, 세무서에서는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사업자 명의 변경을 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현 대표 이름으로 된 직인을 새로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A씨 측 역시 최근 "도장을 주지 않아 업무가 방해됐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15일 오전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이 피켓을 들었다. (사진=김미성 기자)
전·현직 대표의 갈등 사이에서 가장 애가 타는 것은 아파트 경비원들이다.
월급을 받지 못한 지 2주가 넘었지만, 언제쯤 월급을 받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기 때문이다.
전·현직 대표들 사이의 법적 공방이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추석을 앞둔 경비원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