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지난 7월 9일 오후 2시 46분쯤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만남의광장 인근 2차로.
오산교통 소속 광역급행버스 운전사 김모(51) 씨가 졸음운전을 하던 중 앞서가던 승용차를 추돌, 50대 부부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김 씨는 사고 전날 18시간 30분을 일하면서 잠을 5시간도 채 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 급물살경기도 광역버스(직행좌석형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은 이 사건 이후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버스준공영제는 버스의 가동률을 높여 입석률을 낮추고 운전기사의 근로여건을 개선해 안전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서울과 인천, 부산 등 6개 광역시처럼 공공기관이 수입금을 관리하고 운행실적에 따라 원가를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신, 지자체는 예산 지출이 늘어난다.
성남과 고양을 제외한 광역버스 인·면허권을 가진 16개 시·군과 노선이 경유하는 6개 시가 광역버스 준공영제 참여 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7개 시·군은 현재 운행하는 광역버스가 없는 만큼 도내 모든 시·군이 도입하게 되는 셈이다.
경기도와 22개 시·군이 50%씩 재정을 분담하고 중장기적으로 경기도가 인·면허권을 각 시·군으로부터 회수하게 된다. 내년부터 준공영제가 시행될 경우 도와 해당 시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139억 6천여만 원씩 모두 279억 3천여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지난 4일 1차 회의를 열고 도(道)가 제출한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위한 도 및 해당 시·군 간 협약체결 동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 버스노조와 민주당 의원들 반대…안건 보류경기지역 버스노동조합은 도의회 심의를 하루 앞두고 '부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 노동조합연맹 산하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경기도중부지역버스노동조합, 경기도지역버스노동조합 등 도내 3개 노조는 지난 11일 '시민 안전을 차별하는 반쪽짜리 준공영제'를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광역버스 1천 6백여 대는 경기도 전체 노선버스 1만 2천여 대의 13%에 불과한데 이는 도민의 13%만이 준공영제의 혜택을 받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광역버스에 국한된 준공영제는 시민 안전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반쪽짜리가 아닌 준공영제의 전면 시행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준·민경선 의원 등은 막대한 비용추계 분석을 위한 표준원가 산정 시스템 미구축, 일반버스를 제외한 광역버스만 우선 실시함에 따른 상대적 차별 등을 이유로 동의안 부결을 외쳤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동의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결국, 의회는 본회의 안건 상정 자체를 보류했다.
◇ 경기도-성남시, 준공영제 놓고 갈등성남시는 12일 도의회가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과 관련한 안건 처리를 보류하자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경기도를 비판했다.
시는 "지방재정 부담, 퍼주기 논란 등 부작용에 대한 대책 없이 '졸속 일방 추진'으로 일관했던 경기도에 대한 엄중 경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의 국장급 이상 책임실무자가 참여하는 대중교통협의체 운영안을 조속히 내놓기 바란다"며 "지자체, 의회, 교통전문가, 버스 노동자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의할 수 있도록 토론회, 공청회 등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성남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은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위해 올해만 11번의 실무 회의를 진행하고 지난해 7월부터 90차례 이상의 공문을 주고받으며 관련 논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15년부터 '경기도 버스체계개편 추진방안'과 '비용정산 시스템 구축 방안 및 표준운송원가산정 연구' 등 관련용역도 실시했다.
도는 "성남시가 이제 와서 '대중교통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며 "원론적인 협의체 구성을 주장하는 것은 준공영제 시행 시기를 늦추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버스이용객이 많은 성남시와 고양시가 도민의 안전 문제에 정치적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도민의 안전을 담보로 정치적 이득을 따지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