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김성태 의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세우는 것을 두고 설전을 이어가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1. 주민 반대의 시작은 2014년 10월부터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서울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돼 온 사안이다.
강서구에는 장애인이 많지만 특수학교는 교남학교 한 곳 뿐이다. 초·중·고·전공과 포함 16학급, 학생 수 103명. 한 학년당 학급은 1개, 인원도 4~7명 수준이다. 교남학교는 사립 특수학교로 규모가 작고 인근에 특수학교가 없는 양천구 학생까지 받고 있어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다. 여건상 강서구에는 특수학교 설립이 꼭 필요했다.
2013년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에 신규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해 한차례 연기됐고 2014년 8월에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위치는 마곡지구 개발로 이전을 하게 된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가양동). 기존 학교 부지를 특수학교로 전환하는 것이라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었다. 학교 이름은 서진학교(가칭)로 정해졌다.
특수학교 설립이 예정된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와 반대가 극심한 아파트 단지.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하지만 교육청의 결정 이후 곧바로 반대가 시작됐다. 2014년 10월 공진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 1400여 명이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현재 강서구에 교남학교가 있다는 논리였지만 그 속에는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집값이 내려간 다는 이유가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상반기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전국을 휩쓴 메르스 파동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민원이 계속되자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내 대체부지도 함께 검토했다. 어떻게든 주민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정상적으로 학교를 짓기 위해서였다.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며 대체부지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을 모두 검토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2. 국회의원 공약,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붓다
20대 총선 당시 국립한방의료원 설립 공략을 내세운 김성태 의원. (사진=김성태 의원 페이스북 캡처)
그사이 새로운 이슈가 하나 추가됐다. 바로 국립한방의료원이었다.
서울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국립한방병원'이라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3선 당선을 향한 회심의 카드 중 하나였다.
김성태 의원은 이미 2015년부터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한방의료원을 설립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공진초 자리에 특수학교가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그는 지역 주민들이 반발한다며 한방의료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후 김 의원은 19대 국회 의정활동과 20대 총선을 통해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 설립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특수학교가 아니라 국립한방병원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지역주민도 환호했다. 대형 병원이 들어오면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때문. 해당 공약은 큰 인기를 끌었고 2016년 4월 13일 김 의원의 당선과 함께 추진 되는 듯 했다.
국립한방의료원 공약은 공진초 부지 특수학교 설립 반대 논리에 촉매가 됐고 이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극심해졌다.
3. 2016년 8월 31일을 기점으로 달라지는 서울시교육청
2016년 8월 31일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예고. (사진=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2016년 4월 29일.
김성태 의원 당선 직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김 의원실을 찾아 면담을 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서였다. 조희연 교육감도 공진초등학교 부지가 확보돼 있지만 어떻게든 주민의 반대를 낮추고 하루 빨리 개교할 방법이 필요했다.
김 의원 역시 대체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미 공진초 자리에 한방병원건립을 공약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못했다. 2016년 6월 강서구청은 대체부지 수용 불가 검토의견을 회신하며 공진초등학교 자리 외 특수학교를 설립할 곳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시간이 지체되자 서울시교육청도 더는 특수학교 설립을 미룰 수 없었다.
2016년 8월 31일. 서울시교육청은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할 것을 행정예고 했다. 더 이상 대체 부지를 찾지 않고 지금 사안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셈이었다. 개교일은 2019년 3월로 잡았다.
4. 폭발한 여론
장애인 아이를 둔 한 어머니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에게 무릎까지 꿇었다. (사진 = 노컷V 캡처)
김 의원은 이미 부지가 확보되고 예정대로 특수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교육청과 상황이 달랐다. 그는 공약 사항인 만큼 어떻게든 공진초 부지에 한방병원을 세우는 것이 필요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달리 김 의원 측은 계속해서 대체 부지를 찾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행정예고를 한 상태라 특별한 활동을 하진 않았다. 주민 반발을 제외하면 공진초등학교 부지가 특수학교 설립 지역으로 알맞았기때문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의견을 확정한 상태였다.
2017년 1월 19일. 김 의원 측의 요구로 서울시교육청은 특수학교 신설용지 확보를 위한 공문을 서울시로 보냈고 2월 6일 회신이 왔다. 김 의원 측은 서울시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며 대체부지 논의를 계속할 것을 교육청에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입장은 달랐다. 이미 행정예고를 했고 학교가 부족한 만큼 설립을 미룰 수가 없었다. 대체부지를 찾고 다시 행정절차를 시작하면 특수학교 설립은 다시 수년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 해당 지역에서 주민 반발이 없다는 보장도 없었다. 모든 여건을 고려했을 때 서울시교육청은 공진초 부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2017년 7월 6일.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특수학교 설립 1차 주민토론회가 있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극심한 반발로 토론조차 진행해보지 못하고 끝났다.
2017년 9월 5일.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특수학교 2차 주민토론회가 있었다. 시작부터 지역주민의 반대로 토론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강서구에 이미 장애인 학교가 있다는 논리였다. 무엇보다 그 속에는 자신의 동네에는 안 된다는 님비 의식이 깊이 깔린 상태였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토론다운 토론은 불가능했다.
하루 2~3시간. 특수학교가 없어서 수 시간을 통학하는 장애인 아동 부모들은 장애인 아동도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사실상 토론이 아니었다. 눈물로 호소하고 비는 자리였다.
아버지는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께 큰절을 했고 어머니는 무릎까지 꿇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했다. 심지어 "쇼 하지 마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토론회는 다시 파행됐다.
무릎을 꿇은 어머니들. 토론회 장면은 보도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반대하는 주민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며칠 뒤 서울시교육감은 특수학교는 양보의 문제가 아니라며 설립을 못 박았고 김성태 의원은 조 교육감이 말 바꾸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