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KBS-MBC 공동파업 출정식 및 전국언론노동조합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박종민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와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가 지난 4일부터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목표로 총파업 중이다.
새노조는 1700여 명이, MBC본부는 송출필수인력 등 예외인력도 두지 않은 채로 2천여 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16일)로 벌써 13일째, KBS-MBC의 방송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 KBS2 '1박2일' 촬영 취소… MBC, 전체 방송시간 1/3 파행KBS에서는 우선 간판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의 촬영이 취소됐다. 유일용 PD를 비롯해 PD 6명 전원이 새노조 소속인 '1박2일' 제작진은 15~16일에 예정됐던 녹화 촬영을 취소했다. '1박2일'이 파행을 겪는 것은 2012년 새노조 95일 파업 이후 5년 만이다.
'1박2일'은 파업 1주차였던 지난주에는 촬영이 완료된 녹화 분량을 부장급 간부들이 편집하는 방식으로 정상방송됐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최소 2달 이상 호흡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 특성상 촬영 취소가 본격화되면 파업 종료 후에도 상당 기간 정상방송이 어려울 수 있으나, 그럼에도 촬영 취소를 결정했다는 게 새노조 설명이다.
KBS2 '해피선데이'(17일), '안녕하세요'(18일), '살림하는 남자들'(20일), '해피투게더3'(21일) 등 주요 예능 프로그램도 재방 스페셜로 대체될 예정이다. 새노조는 '누가누가 잘하나', '속 보이는 TV'도 다음주부터 결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KBS1 '시사기획 창'은 19일 편성이 삭제된 상태이며, '진품명품'과 '생로병사의 비밀'은 각각 17일, 19일부터 결방 예정이다.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19일 예정됐던 녹화가 취소됐다.
15~16일로 예정된 녹화를 취소한 KBS2 '1박2일' (사진=KBS 제공)
이미 '추적60분', '다큐3일'은 결방 중이며 '생생정보', 'VJ특공대', '영화가 좋다'는 MC 없이 진행되고 있다. '연예가중계'와 '여유만만'은 다MC 체제에서 각각 신현준, 조영구 단독MC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라디오도 흔들리긴 마찬가지다. 1라디오에서 방송되는 메인뉴스 '뉴스9' 방송이 28분으로 축소됐다. 1라디오 '인문학 산책', 2라디오 '출발! 해피FM 김성은입니다'와 '0시의 가요무대 최시중입니다'는 모두 10일까지만 녹음했다. '매일 그대와', '라디오7080', '행복한 두시'는 BGM(배경음악) 방송으로 바뀌었다. 1FM '새아침의 클래식'도 과거 방송이 재방송되고 있다.
2FM '박소현의 상쾌한 아침', '김지원의 옥탑방라디오'는 과거 방송분이 나가고 있고, '박명수 라디오쇼', '이수지의 가요광장',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 '온주완의 뮤직쇼' 등도 게스트 없이 진행되거나 BGM 위주로 방송됐다.
MBC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각종 프로그램이 빈 자리에는 파업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있는 드라마 재방송이 대거 편성됐고, 예능은 재방송으로 볼 수 있는 스페셜로 대체됐다.
'라디오스타',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세상의 모든 방송', '복면가왕', '오지의 마법사' 등 주요 예능이 2주째 결방됐고 스페셜 방송이 대신 나갔다. 이번주에는 '쇼! 음악중심'이 편성표에서 사라졌다. 해당 시간에는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재방송이 나갈 예정이다.
MBC라디오는 표준FM의 경우 시간대별 뉴스와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박준형 정경미의 2시 만세',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등이 방송되고 있으나, FM4U는 하루종일 MBC '라디오 음악여행'만 나온다.
MBC 사측이 15일 발행한 특보에 따르면 MBC는 현재 평일 방송시간 21시간 중 약 7시간을 편성 변경을 통해 비상 운행하고 있다. 전체 방송시간의 1/3 가까운 시간이 재방송, 대체 프로그램으로 메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생방송 MBC '쇼! 음악중심'은 16일 결방한다. 빈 자리에는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재방송이 편성됐다. (사진='쇼! 음악중심' 홈페이지 캡처)
◇ KBS-MBC, 파업 인력들에 업무복귀 요구방송 파행이 점차 커지는 만큼, KBS-MBC 사측은 신속한 업무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KBS는 파업 이틀째인 지난 5일 고용노동부에 '파업 중단을 위한 긴급조정'을 신청한 데 이어, 15일에도 고용노동부에 공문을 보내 '긴급조정' 결정을 빨리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KBS는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에 이어 오늘 새벽 북태평양 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앞으로도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가기간방송이자 재난방송주관인 KBS는 비상방송 체제를 갖춰야 할 엄중한 책무를 지니고 있고, 이는 파업 중이라도 면책되는 책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KBS는 '긴급조정' 결정 요청뿐 아니라 쟁의행위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현재 교섭대표노조와 단체교섭을 성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교섭대표노조는 새노조가 아니라 지난 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KBS노동조합이다.
MBC는 15일 특보를 내어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파업 현장이 아니라 업무 현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MBC는 지난 7일에도 특보를 낸 바 있다.
MBC는 "영업 손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광고 성수기인 9월과 10월 전망은 심각하다 못해 비참한 수준이다. SBS와 JTBC는 반사 이익으로 300억 원대의 광고매출을 기대하고 있지만 본사는 프로그램 결방으로 선판매한 광고조차 송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9월 한 달에만 당초 예상보다 150억 원 이상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10월 황금연휴가 다가오고 있지만 본사는 광고 판매 방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MBC는 "방송의 독립과 자유, 방송의 중립성은 편향된 MBC 본부가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며 "이제 명분 없는 파업에서 벗어나 조속히 업무에 복귀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