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남경필 경기지사 장남의 마약 투약 혐의가 악재로 급부상하면서 바른정당이 휘청하고 있다. 이혜훈 전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생긴 당권 공백 사태를 조기전대로 가까스로 봉합한 와중에 터진 돌발 상황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가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가 장남 문제로 골머리를 썩게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아들 남(26)씨는 군 복무 중이던 지난 2014년 후임병사에 대한 가혹행위 가해자로 적발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성추행 및 폭행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당시 남 지사 반대 측에선 "경기지사 직에서 사퇴하라"는 요구가 분출했다. 남 지사도 지지율 하락 사태를 겪는 등 힘들게 모면한 1차 위기였다.
이번엔 필로폰 밀수 및 투약 혐의가 불거졌다. 경찰은 아들 남씨가 지난 15일 중국에서 필로폰 4g을 반입했고, 16일 자택에서 투약했으며, 17일엔 즉석만남 앱으로 동반 투약할 이성을 찾다가 덜미가 잡혔다고 했다. 마약 혐의는 통상 투약뿐 아니라, 밀수와 판매 등 유통과 관련된 죄질을 안 좋게 본다.
(사진=남경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남 지사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SNS를 통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독일 출장 중 급거 귀국 계획을 알렸다. 그는 19일 새벽 비행기로 서울로 올 예정이다. 귀국 와중 측근들은 임기 중 2차 위기사태로 보고 사태를 수습할 내부 회의를 진행 중이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마약 관련 스캔들만 두 번째다. 김무성 의원이 옛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사위 이모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전력이 드러나 논란이 됐었다. 김 의원에 이어 남 지사까지 친인척 마약 혐의가 터지자, "이러다 '마약 당'이란 정치공세에 시달리게 됐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단기적으론 이 대표의 사퇴 이후 큰 악재가 연달아 터진 셈이다. 지도부는 큰 사태가 연이어 터지자 당혹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선 "굿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가장 큰 문제는 남 지사가 당내 몇 안 되는 지방선거 출마 후보였다는 점이다. 현재 바른정당 소속 광역 자치단체장은 남 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 2명뿐이다.
가뜩이나 정당 지지도가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어 "지방선거를 독자적으로 치르기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재선 도전이 가능한 유력 후보가 흔들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깨끗한 보수를 천명했는데 이미지에 흠결이 가는 일이 벌어졌다"며 "지방선거뿐 아니라 전당대회조차 제대로 치르는 것이 가능한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단 11월 30일 이내 치르기로 했던 전당대회는 계획대로 진행, 11월 13일에 당 대표를 최종 선출하기로 내부 합의를 봤다. 일단 남 지사로부터 촉발된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