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송영무 국방장관이 18일 국회 국방위 질의 답변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방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통일부와의 조율이 끝나기도 전에 "굉장히 늦출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가벼운 처신을 보여 비난을 샀다.
송 장관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당초 “검토할 용의가 있다”에서 “재배치를 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입장을 바꿔 논란을 자초했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 지원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국민의 당 김동철 의원의 질문에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임산부와 아동 등 취약계층에 800만 달러 규모의 현물을 지원한다는 방안은 어디까지나 오는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주재하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결정된다.
정부의 지원 결정과 향후 일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송 장관이 회의 결과를 예단해서 국회 답변을 한 것은 가볍고도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송 장관은 '정부가 800만 달러 대북 인도지원을 발표했는데 북한은 3천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등 자유 한국당 김학용 의원의 여러 물음에는 "제가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질문"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자 자유 한국당 의원들이 '답변 거부'로 규정하면서 사과를 요구했고, 송 장관은 "통일부 장관이 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고 다음 답변으로 이어가려고 했는데 (발언이) 잘렸다.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결국 송 장관도 '통일부 장관이 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송 장관이 아무리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몰렸다고 해도 통일부 장관이 언급해야 할 대북인도 지원 사안에 대해 회의 시작도 전에 자신이 나서서 답변을 한 것은 격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혼선을 야기한다는 반응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굉장히 늦출 것이라는 발언은 마치 '보류'와 같은 느낌을 준다"며, "21일 회의에서는 지원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만이 아니라, 정부가 국제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시기, 현물이 북한에 들어가는 시기 등 전반적인 향후 일정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 뿐만 아니라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송 장관은 지난달 말 메티스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처음 전술핵 문제를 거론한 뒤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전술핵 배치를 충분히 검토할 용의가 있다”,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12일 국회 국방위 답변 때부터 송 장관의 입장이 바꿨다.
송 장관은 이 때 의원들의 질의에 “전술핵 재배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전술핵 배치를 직접 검토하거나 요구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날(18일)도 “전술핵 재배치는 한미 방위건 주변국 방위건 합당하지 않고 배치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보탬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 당 김동철 의원이 두 발언 간에 모순이 있다고 하자 송 장관은 “모순이 아니라, 그때 말한 내용은 그런 사항(전술핵 재배치) 포함해서 여러 방안 검토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전술핵 재배치처럼 중요한 현안을 놓고 국방부 장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쳐진 것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